대회 초반 눈부신 한국 선수단의 금빛 행진의 힘이 한국축구에도 전해진 모양이다. 항상 올림픽 본선서 고개 숙이기에 익수하던 한국축구가 적지서 영국을 꺾고 올림픽 4강에 진출했다.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겠다 자신하면서도 가능할까 하던 의구심은 이제 진심을 향한 응원으로 바뀔 시점이다. 축구 승리와 태극펜싱낭자의 메달레이스, 박태환의 마지막 역영까지 숨가쁘게 지나간 대회 9일차였다.
투혼의 홍명보호, 이제는 브라질이다
'축구 종주국' 영국을 만난 홍명보호는 기죽지 않았다. 7만 여 팬들을 가득 매운 경기장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누비던 이름값 있는 선수들도 위협적이지 못했다. 승부차기서도 미리 준비된 홍명보호의 마무리는 깔끔했고 올림픽 4강행의 대업은 보너스였다. 한국축구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영국과 120분 혈투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홍명보호는 승부차기에 돌입해 구자철-백성동-황석호-박종우-기성용의 완벽한 마무리로 축구종가를 침몰시켰다. 영국을 넘어선 홍명보호의 다음 상대는 브라질이다. 분명 강한 상대고 런던올림픽 축구의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자신한다. 상대가 브라질이지만 지금 이상태에서는 어느 팀도 두렵지 않다고.
'신아람 라이즈' 내 메달은 내가 딴다
시끄러웠다. '멈춰버린 1초'에 4년의 노력이 물거품 된것도 서러운데 신아람을 감싸 안아야 할 대한체육회는 엇박자만 내기 바빴다. 대한체육회는 심판 판정의 오류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그저 이번 일을 빠르게 덮길 원했고 IOC에 공동 은메달 수여를 제시했다 거절당하는 촌극을 벌였다. 신아람은 자신이 원하지도 않은 일에 이름이 오르내리며 또 한 번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누가 주네 마네 하던 바로 그 메달을 신아람은 마지막 순간 자신의 손으로 쟁취했다. 4일 열린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결승전서 신아람은 홀로 10점을 챙겼고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초 사건이 있은 후 6일 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 신아람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이었다.
시간이 말하지 못한 金, 사진이 밝히다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트라이애슬론이 과학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4일 런던 하이드 파크, 수영 1.5km-사이클 43km-달리기 10km를 모두 소화한 두 명의 철인이 결승선을 끊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들어온 두 선수는 모두 자신의 승리를 자신하며 전광판을 응시했다. 그러나 전광판은 1시간59분48초의 기록만 알려줄 뿐 금메달리스트의 이름을 발표하지 못했다. 녹초가 된 선수들을 뒤로하고 바빠진 것은 심판이었다. 심판들은 곧장 영상 분석에 들어갔고 여러 번 돌려봐도 눈으로는 구분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제 남은 것은 결승선 통과할 때 찍힌 사진으로 금메달의 주인공을 가리는 것뿐이었다. 그 결과 스위스의 니콜라 스피릭이 스웨덴의 리사 노르뎅보다 결승 테이프와 여백이 15cm 더 좁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로이터 통신은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포토피니쉬였다"고 전했다. 올림픽 첫 사진 판정 금메달인 스피릭은 이번 대회 스위스의 첫 금메달 주인공이기도 하다.
육상 남자 100m, 탄환전쟁 시작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높게' 올림픽의 본질을 가장 정직하게 따르는 종목이 있다면 아마도 육상일 것이다. 그 중 남자 100m는 인간 신체의 최대치를 확인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힘있는 종목이다. 그렇기에 남자 100m는 하계올림픽의 메인이벤트라 불린다. 인간이라기보다 '짐승'으로 통하는 이들이 런던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를 가리는 전쟁의 서막이 오른 셈이다. '번개' 우사인 볼트를 필두로 요한 블레이크, 타이슨 게이, 아사파 포웰 등 쟁쟁한 선수들이 예선전을 치렀고 이변 없이 모조리 통과했다. 특유의 제스처로 트랙에 모습을 비친 볼트는 마지막에 속도를 늦추는 여유를 보였음에도 조 1위(10초09)로 통과했다. 2012년 볼트보다 더 빠른 남자 블레이크도 10초 플랫을 기록하며 볼트의 올림픽 2연패 막기에 돛을 올렸다. 게이와 포월도 이들 싸움터에 합류하면서 6일 새벽 이들이 연출할 세기의 대결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피스토리우스의 등장, 이것이 올림픽이다
종아리뼈 없이 태어나 생후 11개월부터 두 다리를 쓰지 못한 스프린터가 있다. 그는 뛰는 것이 너무 좋았고 두 다리를 대신한 보철 다리는 그의 '블레이드 러너'란 그럴듯한 애칭을 부여했다. 일취월장하는 실력에 장애인 올림픽 무대는 너무 좁았다. 적수가 없이 뛰는 것은 무의미했고 그는 일반인 선수와 경쟁을 원했다. 바로 절단 장애 육상 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이야기다. 너무나 무모하고 무리한 도전이 런던올림픽에서 결실을 맺었다. 절단 장애 선수 피스토리우스가 비장애인들의 올림픽인 런던올림픽에 정식 선수로 출전했다. 피스토리우스는 4일 올림픽 스타디움서 열린 남자 400m 예선서 45초44를 기록해 조 2위로 준경승전에 진출했다. 비장애인과 대결서도 뒤쳐지지 않는 것을 증명한 피스토리우스는 "역사적인 날이다. 내 꿈이 이뤄졌다"고 감격해했다. 모두가 안 된다던, 모두가 무리라던 올림픽 출전에 성공한 피스토리우스는 몽상가이자 개척자요 포기하지 않는 올림픽 정신과 딱 맞아 떨어지는 인물이다. "이 때가 오기를 기다려왔다. 준비는 끝났다. 내 인생의 가장 놀라운 몇 주가 될 것이다"던 피스토리우스의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4년 전 아시아 수영의 반란을 박태환이 보여줬다면 2012년 런던에서 아시아 수영의
히어로는 쑨양이었다. 쑨양은 5일 열린 남자 자유형 500m서 14분31초02의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주종목에 나선 쑨양은 물만난 고기처럼 뒤로 갈수록 힘을 냈고 2001년 이후 깨지지 않던 세계기록을 10년 만에 갈아치웠다. 자유형 200m에 이어 2관왕에 오른 쑨양은 중장거리의 새 역사를 열어 제쳤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은메달을 땄다고 축전을 보냈지만 그녀의 팬이라면 눈뜨고 보기 힘든 결승전이었다. '러시안 뷰티' 마리아샤라포바가 테니스 여자 단식 결승서 너무도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세레나 윌리엄스가 두 세트를 따낼 동안 샤라포바가 얻은 것은 고작 1게임이었다. 0-6, 1-6으로 고개를 숙이는 샤라포바에 프랑스오픈 우승 포스는 보이지 않았다. 이날의
워스트다.
미리보는 한국 경기(5∼6일) - 이용대-정재성, 진종오, 장미란
이용대의 '윙크 세리머니'를 금메달과 함께 볼 수 없게 됐지만 배드민턴 남자복식서 이용대와 정재성 조는 동메달을 노린다. 런던올림픽 한국의 첫 금메달 주인공 진종오가 다시 한 번 시상대 맨 위를 노린다. 부전공인 공기권총 10m에서 금메달을 딴 진종오가 이번에는 '주종목' 공기권총 50m에 나선다. 금빛 과녁을 정조준한 진종오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 이은 대회 2연패이자 런던올림픽 2관왕을 노린다. 역도 그랜드슬램에 빛나는 최강의 여자 역사 장미란이 출격한다. 장미란은 5일 밤 11시 30분 역도 여자 75kg 이상급에 출전해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중국과 러시아 라이벌들의 성장이 무섭고 장미란의 몸상태도 좋지 않지만 바벨을 들 준비를 마쳤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