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일본 축구 간판 카가와 신지의 '맨유 적응기'가 한창이다. 이번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성한 카가와는 프리시즌 투어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받고 있다.
두 차례의 평가전에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줄루와의 첫 번째 경기에선 4분을, 아약스 케이프타운과의 경기에선 77분을 소화했다. 아마줄루전에선 출전시간이 짧았던 반면 아약스전에선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아직 평가전의 의미를 두 경기를 통해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지난 두 경기를 통해 카가와의 맨유 입성에 '특별한 이유'가 숨겨져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당초 이 일본인 선수의 맨유 입성을 두고 여러가지 근거들이 제시됐다. 또한 카가와의 활용방안과 포지션을 두고 다양한 예상들이 있었다.
이 가운데 남아공에서 진행된 프리시즌 투어를 통해 이러한 궁금증들이 하나씩 해소되는 분위기다.
차기 시즌 맨유 전술의 '핵'은 스콜스
결론부터 말하면 카가와의 맨유 입성이 폴 스콜스의 중용과 맞닿아 있다. 지난 두 경기를 통해 이와 같은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이번 프리시즌 투어를 향해 눈과 귀가 쏠렸다. 과연 새로운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의 조합 등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구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지난 프리시즌 두 경기는 맨유의 차기 시즌 구상을 잘 반영했다.
그 속엔 스콜스가 전술의 핵이란 점이 여러 거지 대목에서 증명됐다. 스콜스가 이번 프리시즌 경기들에서 맡은 역할은 수비형 미드필더. 주로 후방에서 수비라인을 지휘하고 공수를 조율했다. 마치 유로2012의 안드레아 피를로를 연상케 했다. 스콜스는 두 번의 경기에서 모두 중원의 구심점으로 활약했다.
퍼거슨 감독은 스콜스를 중심축으로 삼아 다른 선수들의 진용을 짰다. 아마줄루전에선 4-1-3-2 포메이션에 가까운 전술을 운영했다. 유로2012에서 피를로를 중심축으로 한 이탈리아의 전술과 유사했다.
스콜스에게 '공수 조율'과 공격의 활로를 열어주는 패스를 맡긴 뒤 마이클 캐릭이 상하로 움직이며 스콜스를 보좌케 했다. 또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공격형 미드필더 겸 처진 공격수 자리에 놓아 공격을 맡겼다. 스콜스의 공격 지원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책'이었다.
아약스 케이프타운과의 경기에서도 배려는 이어졌다. 스콜스는 여전히 같은 역할을 수행한 가운데 다른 선수들에게 변화를 줬다. 이날 경기엔 4-1-2-2-1에 가까운 전형을 세웠다. 특히 스콜스를 향한 지원사격을 더욱 강화했다. 안데르손이 캐릭과 함께 스콜스를 보좌하는 동시에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동시에 카가와가 첫 경기에서 베르바토프가 맡았던 임무를 부여받았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스콜스의 공격 가담이 줄었단 점이다. 두 차례의 경기에서 스콜스는 후방 플레이메이커 역할에 치중했다. 대신 카가와 등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에게 공격을 위임했다.
지난 시즌과 분명 다른 모습이다. 4-4-2 포메이션을 주로 활용했던 맨유에서 스콜스는 공격 가담도 도맡았다. 공격 2선에 나서 공격적인 패스를 연결했다. 하지만 이제 적지 않은 나이와 함께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있는 스콜스에게 잦은 공격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스콜스를 위한 '배려' 방안들을 시험하고 있는 맨유다.
이러한 실험들은 맨유에겐 필요한 과제다. 중원 싸움이 승부처가 되는 주요 경기에서 스콜스의 존재감은 필수요소다. 맨유는 스콜스의 강점인 공수 조율과 패싱력을 다음 시즌에서도 활용하는 동시에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해가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 원했던 맨유, 카가와 영입
스콜스에 대한 배려를 위해 맨유엔 필요한 자원이 생겼다. 바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이에 따라 스콜스의 공격 가담의 짐을 덜어줄 '창의적인' 공격형 미드필더 찾기에 나섰다.
이번 여름동안 루카 모드리치와 베슬리 스나이더 등과 연결됐던 점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결국 맨유는 도르트문트의 공격형 미드필더 카가와를 영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히카르두 카카와 로빈 반 페르시 등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는 다른 선수들의 영입도 시도하고 있다. 이 포지션에 다양한 선수를 확보해 놓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구상이다.
지난 시즌을 통해 이 자리에 웨인 루니도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팀의 주포로 활약할 루니 대신 창의적인 공격 전개 역할을 도맡아 줄 미드필더를 원했던 맨유다.
결국 맨유는 그 적임자로 카가와를 선택했다. 분데스리가에서 가능성을 보인 카가와로 이 욕구를 해소할 계획이다. 현재 상황으로선 이 자리를 두고 카가와와 베르바토프 등이 주전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안데르손과 라이언 긱스 등도 잠재적인 경쟁자들이다.
퍼거슨 감독과 맨유가 바라는 이상형은 '창의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다. 카가와의 아약스 케이프타운전 활약상에 대해 '창의적이고 지능적'이란 칭찬으로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는 퍼거슨 감독과 맨유 구단 언론들의 코멘트들이 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맨유는 오는 25일 중국으로 이동해 상하이 선화와 프리시즌 투어 세 번째 경기를 치른다. 이날에도 스콜스 등 선수들의 변화는 예상되지만 그 틀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스콜스에 대한 배려와 전술의 변화와 함께 맨유에 입성한 카가와가 과연 이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카가와 신지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