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 차례 실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대승을 거둔 팀의 수비수에게 어울리지 않는 평점이었다.
'한국산 철기둥' 김민재가 2024-2025시즌 분데스리가 전반기 최종전에서 83분을 뛰며 소속팀인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의 대승을 함께 누린 가운데 독일 최고 축구정론지라는 키커는 승리팀 선수 중 눈에 띌 만큼 낮은 점수를 줬다.
팀내 최저점은 물론 대패한 상대팀 선수들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뱅상 콤파니 감독이 이끄는 바이에른 뮌헨은 21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RB라이프치히와의 2024-2025 분데스리가 15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반전 3골, 후반전 2골을 기록하며 5-1 대승을 거뒀다.
지난 14일 마인츠와의 14라운드에서 한국인 2선 공격수 이재성에게 멀티골을 허용하며 1-2로 패하고 정규리그 첫 패배를 당했던 뮌헨은 4위로 상위권에 오른 라이프치히를 상대로는 홈에서 무려 5골을 퍼부으며 화풀이를 했다.
이날 승리로 2024-2025시즌 전반기를 마친 뮌헨은 승점 36(11승 3무 1패)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유지했다. 라이프치히(승점 27)는 2연승 뒤 패배를 맛보며 4위가 됐다.
김민재는 라이프치히전에 선발 출전하면서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15경기는 물론이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6경기,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3경기 등 뮌헨이 전반기에 치른 총 2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김민재는 뮌헨의 대승이 굳어지자 체력 안배 차원에서 후반 37분 에릭 다이어와 교체됐다.
이날 뮌헨은 이날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다니엘 페레츠가 문지기로 나섰다. 백4는 왼쪽부터 알폰소 데이비스,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콘라트 라이머가 포진했다. 더블 볼란테로는 레온 고레츠카, 요수아 키미히가 나섰다. 2선에 포진하는 3명은 레로이 자네, 자말 무시알라, 마이클 올리세로 낙점됐다. 해리 케인이 부상에 따른 재활을 마치고 드디어 그라운드에 복귀해 이날 선발 원톱으로 나섰다.
두 팀은 전반 시작하자마자 한 골씩 주고받았다.
뮌헨은 전반 1분 만에 강한 전방 압박으로 빼앗은 볼을 독일 축구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불리는 무시알라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했다.
라이프치히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고, 1분 뒤인 전반 2분 동점골을 터트렸다. 이 때 김민재가 실점의 큰 빌미를 제공했고 키커도 평점을 대거 깎은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후방에서 투입된 패스를 라이프치히 투톱으로 나선 로이스 오펜다가 하프라인 살짝 넘은 오른쪽 측면 부근에서 잡아 자신에게 달려든 김민재 압박을 이겨내고 순식간에 좋은 찬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오펜다는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재빨리 파고든 뒤 크로스를 내줬다. 오펜다의 투톱 파트너 벤자민 세스코가 오른발 슛을 날려 동점포 주인공이 됐다.
김민재는 빠른 스피드과 좋은 일대일 마크를 강점으로 미드필드까지 올라와 상대의 공격을 보다 앞에서 저지하는 적극적인 수비를 트레이드 마크로 삼고 있다.
다만 이 수비는 상대가 김민재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빠르게 돌아설 때 매우 좋은 공격 찬스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양날의 검'과 같은데 오펜다가 김민재의 수비 허점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뮌헨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득점 행렬을 재개했다. 홈에서 라이프치히를 더욱 몰아치며 격차를 벌려나갔다. 뮌헨은 전반 25분 라이머의 추가골, 전반 36분 키미히의 쐐기골이 이어지며 승기를 확실히 잡았다.
후반에도 쉼 없이 라이프치히를 공략한 뮌헨은 후반 중반 이후 두 골을 추가했다. 후반 30분 이번 시즌 혹평을 듣고 있는 윙어 자네가 데이비스의 드리블 질주에 이은 패스를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왼발 대각선 슛으로 연결해 4-1을 만들었다.
자네의 골을 도운 데이비스는 3분 뒤인 후반 33분엔 오른쪽 측면 키미히의 그림 같은 크로스를 골지역 왼쪽에서 머리로 받아넣어 마지막 골로 완성했다.
경기 직후 축구통계매체 소파스코어는 김민재에게 선발로 나선 필드 플레이어(골키퍼 제외) 가운데 가장 낮은 6.9점을 줬다. 동점골 허용 장면에서 오펜다를 놓쳤던 게 저평가의 원인으로 보인다.
독일 유력 타블로이드지 빌트 역시 첫 골 내줄 때 실수를 지적하며 "이후엔 안정적이었지만 우파메카노 만큼은 아니었다"는 평가와 함께 3점을 줬다.
빌트 역시 김민재에게 비판적인 시각으로 유명하지만 오펜다에 실점할 때 나온 실수 말고는 흠 잡을 곳이 없었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이다.
키커는 달랐다. 김민재는 4점을 받아 이날 뮌헨 선수들 중 단독으로 최저 평점을 받았다. 독일 매체는 1~6점을 주는데 점수가 낮을 수록 잘했다는 뜻이다. 뮌헨에선 데이비스와 키미히가 1.5점, 케인, 무시알라, 올리세, 자네, 라이머가 2점, 우파메카노가 2.5점, 골키퍼 페레츠가 3점을 얻었다. 문지기 페레츠를 빼면 필드플레이어 중 3점 받은 선수도 없는데 김민재가 4점을 얻은 것이다.
키커는 평점에서도 "전반기 내내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키커는 김민재 입단 뒤부터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후반기엔 김민재가 몇 차례 실수를 하자 "기량 미달"이라며 "에릭 다이어, 마테이스 더 리흐트로 주전 수비수를 바꾸라"고 할 정도였다.
이날 경기에서도 폭탄에 가까운 평점을 김민재에게 줬다. 오펜다 실점 때 치명적인 실수한 것은 맞지만 빌트의 견해처럼 이후엔 큰 문제 없이 탄탄한 수비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연구소 CIES에서 센터백 세계 1위라고 인정했지만 키커는 전혀 수긍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