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소속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베테랑 포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3년 만에 골든글러브 수상에 성공했다. 그만큼 많은 투표인단이 강민호의 가치를 인정했지만, 한편으로는 리그 측면에서 여전히 새로운 얼굴을 찾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강민호는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총 투표 수 288표 중 191표(66.3%)를 획득하면서 박동원(LG 트윈스·89표)을 제치고 포수 부문을 수상했다. 2008년, 2011~2013년, 2017년, 2021년에 이어 개인 통산 7번째 황금장갑을 품었다.
시상식이 열리기 전만 해도 강민호는 수상 여부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박동원 선수가 받더라도 진심으로 박수를 쳐줄 생각으로 왔다"며 "(골든글러브를) 받으면 좋지 않겠나. 어떻게 보면 1년 동안 열심히 달려온 것에 대해서 가장 뜻깊은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투표인단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강민호는 2024시즌 136경기 403타수 122안타 타율 0.303 19홈런 77타점 48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61을 기록하면서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14타수 3안타 타율 0.214 1홈런 1타점에 그쳤으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결승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강민호는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13타수 2안타 타율 0.154로 부진했다. 팀도 시리즈 전적 1승4패로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하지만 정규시즌부터 포스트시즌까지 강민호가 보여준 존재감이 컸고, 이것이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이어졌다.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강민호는 "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수상하게 돼 정말 기분이 좋다. 상을 받지 못할까봐 가족들이 (시상식에) 오지 못했다"며 "존경하는 야구인 선배님, 후배님들 앞에서 상을 받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강민호는 "당연한 주전이라는 위치가 아닌, 후배들과 경쟁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내년에도 후배들과 멋지게 경쟁해서 다시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며 베테랑으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올해 강민호가 골든글러브를 받으면서 '양·강(양의지·강민호) 체제'도 계속 유지됐다. 역대 골든글러브 수상 명단을 보면, 포수 부문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양의지(두산 베어스)와 강민호가 나눠가졌다. 양의지는 2014~2016년, 2018~2020년, 2022년~2023년 등 8차례 수상했으며, 강민호는 2011~2013년, 2017년, 2021년, 2024년까지 6개의 황금장갑을 수집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흐름이 달랐다. 2007~2010년의 경우 포수 부문에서 2년 연속으로 황금장갑을 챙긴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2007년 박경완(당시 SK 와이번스), 2008년 강민호(당시 롯데 자이언츠), 2009년 김상훈(당시 KIA), 2010년 조인성(당시 LG)이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을 수상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 10년 넘게 양의지 또는 강민호가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그 사이 KBO리그는 포수에 대한 고민을 떠안았다. 많은 팀들이 포수 육성에 힘을 쏟았으나 새로운 얼굴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팀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 시즌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 후보만 놓고 보더라도 각 팀과 리그의 고민이 그대로 나타난다. '1999년생' 김형준(NC 다이노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6명의 나이는 모두 30대다.
그래도 최근 들어 젊은 포수가 하나둘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지난해 개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김형준이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 KIA의 통합 우승에 크게 기여한 '1999년생' 한준수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강민호의 생각은 어떨까. 골든글러브 시상식 종료 후 취재진을 만난 강민호는 "아마도 '(올해가) 마지막 수상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살짝 들긴 한다"며 "리그에서 (양)의지와 나 이후로는 포수들의 성장세가 더뎠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박동원 선수가 많이 치고 올라오는 것 같고, 또 김형준 선수나 좋은 포수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 같아서 포수 선배로서 기분이 좋다"고 얘기했다.
팀 후배인 이병헌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강민호는 "올해 이병헌 선수가 경험을 잘 쌓았고,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군 문제도 해결한 만큼 삼성 라이온즈의 안방을 잘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이병헌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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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