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세계적인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손흥민을 보면 놀라서 넘어지는 광경이 왜 나왔는지 알 만한 경기였다.
손흥민이 과르디올라 감독을 또 울게 만들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하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의 원정 경기에서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대승에 큰 보탬이 됐다. 그가 주장을 달고 그라운드에서 지휘하는 토트넘은 핵심 수비수 두 명이 빠졌음에도 존재감이 넘쳤다. 월드클래스 공격수들이 즐비한 맨시티가 와르르 무너졌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자신이 지도자가 되고 처음으로 공식전 5연패 충격을 떠 안았다.
토트넘은 지난 24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를 4-0으로 크게 이겼다.
지난 14일 쿠웨이트전, 19일 팔레스타인전 등 두 차례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예선에서 연속골을 '쾅쾅' 때려박으며 건재를 알린 손흥민은 이날 레프트윙으로 선발 출전, 토트넘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20분 감각적인 패스로 동료인 제임스 매디슨의 멀티골을 도왔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시즌 4호 어시스트를 기록하게 됐다. 지난 9월 웨스트햄전에서 시즌 1~2호 도움을 한꺼번에 기록했던 손흥민은 지난 3일 애스턴 빌라전에서 프리미어리그 시즌 3호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어 3주 만에 다시 도움 하나를 더 챙겼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기록은 3골 4도움이 됐다.
손흥민은 이 외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첫 경기에서 도움 하나를 쌓아 이번 시즌 공식전 전체 공격포인트는 3골 5도움이다.
이날 토트넘은 4-3-3 포메이션을 꾸렸다. 굴리엘모 비카리오 골키퍼가 최후방에 섰다. 데스티니 우도기, 벤 데이비스, 라두 드라구신, 페드로 포로가 백4를 이뤘다.
중원은 매디슨, 이브 비수마, 파페 마타르 사르로 구성됐다. 손흥민, 도미니크 솔란케,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공격을 이끌었다.
그간 후보로 뛰었던 매디슨이 모처럼 선발 복귀한 것,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해 이번 시즌 월드클래스 경기력을 뽐내던 쿨루세브스키가 지난 시즌 포지션이었던 오른쪽 윙으로 돌아간 것이 눈에 띄었다.
맨시티는 4-2-3-1 포메이션으로 대응했다. 에데르송이 골키퍼 장갑을 꼈고 요슈코 그바르디올, 마누엘 아칸지, 존 스톤스, 카일 워커가 수비진을 구축했다. 일카이 귄도안과 리코 루이스가 허리를 받쳤다. 사비뉴, 포든, 베르나르두 실바가 2선에 자리잡은 가운데 최전방은 예상대로 홀란의 몫이었다.
발롱도르 수상자인 중앙 미드필더 로드리,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인 케빈 더 브라위너 등 중원에서 여러 선수들 결장한 것이 눈에 띄었다.
첫 골은 이날 생일을 맞은 매디슨의 몫이었다.
토트넘은 전반 13분 이날 중앙 미드필더에서 윙어로 돌아간 쿨루세브스키가 오른쪽 터치라인 부근 측면에서 그바르디올을 힘으로 제친 뒤 왼발로 긴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반대편에 있던 매디슨이 빠른 이동으로 달려들어 간결한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 골망을 흔들었다.
그리고 7분 뒤 손흥민의 날카로운 패스 덕에 추가 골을 넣었다.
토트넘이 전방 압박으로 공을 빼앗은 뒤 매디슨이 이를 잡아 페널티지역 앞쪽에 있던 손흥민과 2대1 패스를 한 것이다. 손흥민은 맨시티 수비진의 허를 찌르는 침투패스로 문전으로 쇄도하던 매디슨의 득점을 도왔다.
토트넘은 후반 시작 7분 만에 쐐기골을 터트리며 맨시티 넋을 완전히 빼놨다. 에티하드 경기장을 도서관처럼 조용하게 만들었다.
오른쪽 수비수 페드로 포로가 빠른 공수 전환 페널티지역까지 치고 올라온 뒤 자신의 전매특허인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홈팀 골망을 또 다시 흔들었다.
손흥민은 승부의 추가 토트넘 쪽으로 확연하게 기울어진 후반 18분 브레넌 존슨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났다. 지난 9~10월 6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손흥민의 부상 공백을 메웠던 존슨은 후반 추가 시간 티모 베르너가 문전으로 찔러준 침투패스를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토트넘 역사에 남을 만한 4-0 대승을 챙겼다.
맨시티는 최근 두 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던 홀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우수선수에 뽑혔던 포든 등 화려한 공격진을 갖고 토트넘을 공략했으나 드라구신, 데이비스 등 원정팀 백업 수비수들도 뚫지 못했다.
이날 승리로 6승 1무 5패(승점 19)를 기록한 토트넘은 리버풀(승점 31), 맨시티(승점 23), 첼시, 아스널, 브라이턴(이상 승점 22)에 이어 6위로 순위를 4계단 끌어올렸다.
훌쩍 달아난 리버풀과의 간격은 멀지만 맨시티까지는 따라잡을 수 있는 사정권에 뒀다.
반면 2022-2023시즌 트레블을 달성하고, 최근 프리미어리그 4시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맨시티는 최근 프리미어리그 3연패, 리그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합치면 5연패 늪에 빠지는 망신을 당했다.
맨시티는 최근 두 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던 홀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우수선수에 뽑혔던 포든 등 화려한 공격진을 갖고 토트넘을 공략했으나 드라구신, 데이비스 등 원정팀 백업 수비수들도 뚫지 못했다.
특히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2008년 FC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으면서 성인 1군팀 사령탑이 된 뒤 처음으로 공식전 5연패 수모를 당했다. 얼마전 맨시티와 2년 연장 계약서에 사인했으나 손흥민이 이런 자축 분위기를 무너트렸다.
축구통계매체 스쿼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맨시티를 상대로 프리미어리그에서 최다 공격포인트를 올린 두 명의 선수 중 한 명이'손흥민이라고 확인했다. 5골 5도움으로 총 10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다른 한 명은 리버풀 간판 스타 모하메드 살라다.
축구통계매체 소파스코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날 7.3점으로 준수한 평점을 얻었다. 같은 축구통계매체 풋몹에선 이보다 좀 더 높아 7.8점을 손흥민에게 매겼다.
정성적인 평가도 우수했다. 풋볼 런던은 손흥민에게 10점 만점에 8점을 줬다.
더 스탠더드 역시 손흥민에게 8점을 부여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5월 맞대결에서 손흥민이 일대일 찬스를 맞이하자 놀라서 그라운드에 넘어지는 일을 겪어 화제가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왜 손흥민만 보면, 토트넘을 보면 놀라는지 이해가 되는 경기가 또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