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가 김도영-윤도현 테이블세터의 활약에 힘입어 삼성에 5:3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KIA 이범호 감독이 김도영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광주,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26타수 4안타 타율 0.154 1타점. KIA 타이거즈 김도영의 3월 성적이었다. 6경기 중 4경기에서 안타를 만든 김도영이지만,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타격감 때문에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래도 사령탑의 믿음엔 변함이 없었다. 당시 이범호 KIA 감독은 "다른 선수들은 더 연습량이 많았을 것이다. (김)도영이 같은 경우 이번 캠프에서 연습량이 적었다. (부상 부위인) 손 때문에 늦게 훈련을 시킨 것도 있고 보통 선수들이 부상 이후 12월 웨이트 트레이닝, 1월 타격 훈련을 하는데 도영이는 2월 말에 방망이를 잡았다. 3개월간 방망이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시범경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초반에 헤맬 거라고 생각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김도영은 지난해 큰 부상을 두 차례나 경험했다. 김도영은 시즌 초반 왼쪽 중족골(5번째) 발가락 골절로 두 달 넘게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는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다가 왼쪽 엄지손가락 인대파열 및 견열골절 진단을 받았다.
23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7회말 KIA 김도영이 좌전안타를 날리고 있다. 광주, 김한준 기자
김도영은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였으나 호주 캔버라 1차 스프링캠프에서는 수비 훈련에 초점을 맞췄고,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부터 타격 훈련에 임했다. 이러한 과정을 감안했을 때 사령탑은 김도영이 시즌 초반부터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도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침묵을 깼다. 4월 2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시즌 첫 3안타 활약에 첫 도루까지 달성했고, 사흘 뒤인 5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시즌 첫 홈런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김도영은 4월 중순을 기점으로 정상 궤도에 진입했으며, 가파른 홈런 페이스를 뽐냈다. 그러더니 KBO리그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월간 10홈런-10도루'라는 기록까지 작성했다.
23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5회말 무사 1루 KIA 김도영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광주, 김한준 기자
김도영은 5월 4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시즌 11호 홈런을 때린 뒤 20일 넘게 침묵을 이어가다가 5월 29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손맛을 봤다. 이 홈런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았고, 6월에만 8홈런을 몰아치면서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20홈런-20도루 고지를 밟았다.
더위도 김도영을 막지 못했다. 김도영은 7월 한 달간 81타수 33안타 타율 0.407 7홈런 21타점 6도루로 맹타를 휘둘렀다. 8월 들어 주춤하는 듯했지만, 지난달 1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시즌 30호 홈런과 함께 KBO리그 역대 9번째 30홈런-30도루를 달성했다. 동시에 최연소, 최소경기 30-30 기록을 갈아치웠다.
김도영은 30-30을 만든 뒤 "언젠가 (30-30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하긴 했지만, 몸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던 것 같다. 차라리 첫 타석에 홈런이 나왔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마음도 편해지고 힘도 빠지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23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7회말 1사 2루 KIA 김도영이 박찬호의 1타점 2루타때 홈으로 쇄도하고 있다. 광주, 김한준 기자
이제 팬들의 시선은 김도영의 40-40 도전 여부를 향했다. 사령탑도 힘을 실어줬다. 이 감독은 "본인이 도전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할 수 있게끔 코칭스태프가 체력 등 모든 면에서 잘 관리해야 선수가 좋은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김)도영이가 (40-40) 도전을 시작한다면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잘 준비하겠다"고 김도영을 응원했다.
다만 선수 본인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김도영은 "40-40은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다. 솔직히 40도루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그냥 편한 마음으로 팀 승리를 위해서 가볍게 치면서 많이 출루해서 투수들을 괴롭히겠다"며 기록보다는 출루를 강조했다.
그런데 8월 중순 이후에도 김도영이 계속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홈런과 도루 개수가 점점 늘어났고, 40-40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도영은 23일 광주 삼성전에서 시즌 38번째 홈런과 함께 40번째 도루를 생산했고, 이제 40-40까지 남은 건 홈런 2개뿐이다.
23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7회말 1사 2루 KIA 김도영이 박찬호의 1타점 2루타때 득점에 성공한 후 더그아웃에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광주, 김한준 기자
김도영은 "40-40 기록은 크게 생각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올 시즌 40도루는 채우고 싶었다. 남은 홈런 2개는 늘 똑같이 경기를 준비하고 타석에서 집중하다 보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며 "만약 40-40을 달성하게 된다면 광주 홈구장에서 하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KIA의 잔여경기 일정은 24일 광주 삼성전, 25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 27일 대전 한화전, 28일 사직 롯데전, 29일 이후 편성될 광주 NC 다이노스전까지 총 5경기다. 김도영이 이 기간에 대기록을 완성할지, 또 본인이 원하는 대로 홈에서 40번째 홈런을 쏘아 올릴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광주,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