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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클로즈 업 V] 세터가 살아야 한국 女배구가 산다

기사입력 2011.09.19 07:22 / 기사수정 2011.09.19 09:2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7년 동안 이어져온 지긋지긋한 '일본 징크스'를 털어내기 위해 필요한 점수는 2~3점이었다. 연속 범실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일본을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17일, 김형실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일본에 2-3으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고 있는 '2011 AVC 여자배구 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인 한국은 D조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거의 잡은 대어를 놓치고 말았다.

4세트에서 먼저 20점 고지를 넘은 쪽은 한국이었다. 이 상황에서 한송이(GS칼텍스)의 공격은 일본의 블로킹에 연속적으로 차단됐고 공격 범실까지 나왔다. 한송이의 공격이 1~2개만 득점으로 연결됐어도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끝내 팀을 승리로 이끌 결정타는 터지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세터에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새롭게 대표팀에 합류한 이효희(IBK기업은행)는 끝까지 한송이를 고집했다. 서브리시브가 불안했기 때문에 정대영을 활용한 속공이나 세트플레이를 펼칠 수 없었다.

선택은 전위에 있었던 한송이와 후위에 있던 김연경(터키 페네르바체)에게 볼을 올려주는 것뿐이었다. 이 상황에서 이효희는 한송이에게 연속적으로 볼을 올려줬다.

이 선택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고 역전패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효희는 아직 대표팀과 호흡을 맞춘 시간이 많지 않다. 지난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대회에서 대표팀을 이끈 세터는 이효희가 아닌 이숙자(GS칼텍스)였다.

이숙자는 부상 중임에도 팀을 이끌었고 세계 최강 러시아를 꺾는데 수훈을 세웠다. 하지만, 그랑프리 대회 이후 부상으로 대표팀을 떠났고 이효희가 새롭게 가세했다.

이효희는 대표팀과 손발을 맞춘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특유의 빠른 토스로 팀을 이끌었다. 일본전 4세트 중반까지만 해도 정대영(GS칼텍스)과 김희진(IBK기업은행) 등의 공격을 살리며 김연경에게 집중되는 공격 분포도를 바꿔놓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 흔들리고 말았다.



반면, '일본의 기둥'인 세터 다케시타 요시에(JT마베라스)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놓았다.

일본의 탄탄한 조직력의 중심에는 '부동의 주전 세터'인 다케시타가 자리 잡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일본 대표팀의 공격수는 세대교체에 들어갔지만 세터와 리베로는 교체되지 않았다.

팀의 조직력을 완성하는데 세터와 리베로는 매우 중요하다. 160cm가 안 되는 다케시타는 오랫동안 일본대표팀을 지키고 있다.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은 모두 한송이에게 집중적으로 서브를 구사한다. 반대로 일본을 상대할 때, 대부분의 서버들은 기무라 사오리(도레이)를 집중적으로 겨냥한다. 일본의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기무라는 집중적인 견제를 받는 만큼, 리시브 범실도 많다.

그러나 다케시타는 기무라의 흔들리는 리시브를 살려줄 정도로 부지런히 움직인다. 경기 내내 코트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며 수비는 물론, 2단 연결도 매끄럽게 만들어주고 있다. 일본이 서브리시브가 안 좋아도 한국보다 공격 성공률이 높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또한, 다케시타는 노련한 볼 배급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고 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일본은 한국보다 많은 득점을 올리고 랠리 상황에서도 이길 때가 많다.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세터의 위력은 여기서 나온다.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이숙자와 이효희, 그리고 부상 중인 김사니(흥국생명)는 스타일이 다르고 각기 다른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표팀을 오랫동안 머물지 못하며 교체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 여자배구는 정대영의 가세로 전력이 업그레이드됐다. 여기에 세계적인 공격수인 김연경을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선수들의 분전이 이어지면서 강한 팀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주전 세터의 잦은 교체가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효희와 새롭게 호흡을 맞추고 있는 대표팀은 18일, '난적' 태국을 3-1로 제압했다. 일본전의 악몽을 털어낸 한국은 이번 대회 4강(올림픽 예선전 개최국인 일본을 제외한 4개 팀)에 진입해야 내년에 열리는 올림픽 예선 최종전에 출전할 수 있다.

비록,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일본을 이길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줬다. 그러나 세터가 자주 교체되는 팀은 탄탄한 조직력을 완성하기 어렵다. 여자배구대표팀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출전을 노리려면 세터 포지션의 안정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사진 = 한국여자배구대표팀, 다케시타 요시에 (C) FIVB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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