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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7th] 청기 올려, 백기 내려…K팝·음반판매량의 혐관 서사 [○&●②]

기사입력 2024.09.16 07:50 / 기사수정 2024.09.16 10:56



빛이 있기에 그림자가 생기고, 그림자가 있기에 빛이 더욱 눈부실 수 있습니다. 대중과 맞닿아 웃음을 전하는 연예계도 그렇습니다. 누구나 접하는 방송과 콘텐츠, 함께 즐기는 SNS와 아이돌 문화도 '명과 암'이 항상 함께 존재합니다. 연예계의 '명과 암(O&●)', 엑스포츠뉴스 창간 17주년을 맞아 기자들이 직접 보고 들었습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장인영 기자) 요즘 대부분의 K팝 팬덤은 컴백 후 일주일의 시간을 가슴 떨리는 순간으로 맞이한다. 바로 '초동' 때문. 발매 후 첫 일주일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는 초동은 K팝 팬들의 심장을 롤러코스터처럼 울고 웃게 만든다.

소속사도 신경이 바짝 서 있다. 높은 수의 초동은 아티스트의 인기 지표로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곤 한다. 타 아티스트들과의 경쟁뿐만 아니라 기존 세웠던 기록을 새로 깨기 위해 아티스트들 역시 사활을 건다.

음반 판매량을 두고 여러 목소리가 오가는 가운데 엑스포츠뉴스에서는 K팝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음반 판매량의 '명과 암○&●'을 세세하게 알아보았다.  

▲ K팝 위기론 현실화?…무슨 소리! 가요계 불황 일으킨 음반 시장 (명○)



3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시장에 고금리, 고물가 등 불경기를 야기시켰고, 이는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저하하는 위험한 요소로 통했다. K팝도 예외는 아니었다. 팬데믹 창궐과 함께 대두된 'K팝 위기론'은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세븐틴, 뉴진스, 르세라핌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이 속한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하이브 방시혁 의장도 던진 의제다. 

지난해 3월 방 의장은 관훈포럼에서 2022년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핫 100' 진입 53% 감소 등의 하락 지표를 근거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삼성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현대가 있듯 K팝 시장에서도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갈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등장과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K팝 시장은 4년여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단연 눈에 띄는 건 음반 판매량. K팝 시장은 오래전부터 음반 수출액을 성장세의 지표로 삼았다. 써클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이 발표한 차트를 보면 지난해 연간차트 상위 400위의 실물 음반 판매량은 총 1억1천577만8천여장으로 2022년 7천711만7천여장, 2021년 5천708만9천여장에서 매년 증가했다.  





이는 최대 음악시장인 미국의 추세와 비교했을 때 확연히 드러나는 수치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실물 음반 출하량은 지난해 3천700만장으로 2013년 1억7천220만장이나 2003년 7억3천600만장보다 많이 감소했다. 

올해도 많은 K팝 가수들이 전세계를 무대로 광폭 활약을 펼친 가운데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의 첫 솔로앨범 '골든(GOLDEN)'은 지난 10년 동안 발매된 남성 아티스트의 데뷔 앨범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인 840만 장을 기록하는 역사를 썼다. 스트레이 키즈는 미니 9집 '에이트(ATE)'로 지난달 15일 기준 '트리플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랐으며, 지난 7월 12일 발매된 엔하이픈의 정규 2집 '로맨스:언톨드(ROMANCE:UNTOLD)'는 일찍이 200만 장 넘는(7월 16일 기준) 판매고를 올렸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에스파,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엔믹스 등 4세대 걸그룹들의 무서운 성장세도 돋보였다. '보이그룹에 비해 걸그룹은 팬덤이 약하다'라는 표현도 옛말이 됐다. 2022년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로 걸그룹 최초 더블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블랙핑크를 시작으로 데뷔 후 지금까지 발매한 5장의 앨범을 모두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린 뉴진스, 지난 7월 발매한 '아이 스웨이(I SWAY)'로 초동 102만 6973장을 기록한 (여자)아이들까지 이들의 입지를 음반 판매량으로 단숨에 파악할 수 있었다. 



이같은 음반 판매량의 호기록은 아티스트들의 해외 투어 규모로도 직결됐다. 일본 최초의 돔 경기장이자 아티스트들의 '꿈의 무대'인 도쿄돔을 최근 K팝 가수들이 내 집처럼 들락날락하고 있는가 하면 롤라팔루자 시카고, 코첼라 등 대형 북미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며 현지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음반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 이벤트로 팬덤의 구매를 유도하는 등 팬심을 악용한다는 말도 많지만 결국 음반 판매량은 성적으로 연결,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작용하기 때문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아티스트는 물론 소속사에서도 음반 판매량이 K팝의 중요한 지표라는 사실을 부정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상암은 아이유가 가는데...음반판매량=인기 지표? "여전히 묘해" (암●)



K팝 가수들의 천정부지한 앨범 판매량이 아티스트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하기에는 겸연쩍은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일단 아이유는 상암을 간다. 오는 21~22일 양일간 서울 월드컵경기장 공연을 앞둔 아이유는 최대 6만 6000명 관객을 수용하는 상암벌에서 월드투어의 대미를 장식한다. 

지난 2022년에도 아이유는 송파구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K팝 여자 가수 최초 단독 콘서트로 팬들과 만난 바. 아이유는 이번 공연을 통해 잠실 주경기장과 서울 월드컵경기장이라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공연장을 홀로 채우는 가수로 역사의 한가운데 서 있다.

그렇다면 '국민가수' 아이유의 음반은 낼 때마다 트리플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느냐.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인기 아티스트 중에서도 손꼽는 이들만 상암벌 입성을 노려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아이유의 음반 판매량은 하프 밀리언셀러조차 달성하지 못한다. 아이유가 올해 2월 발매한 미니 6집 '더 위닝(The Winning)'의 초동은 23만 장을 웃돈다. 전작 '라일락(LILAC)'은 약 27만 장이었다.  





블랙핑크와 더불어 3세대 대표 걸그룹으로 꼽히는 트와이스는 다섯 번째 월드투어 '레디 투 비(READY TO BE)'로 전 세계 여성 그룹 사상 최초 미국에서 가장 큰 스타디움 공연장으로 불리는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과 뉴욕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공연 및 매진 타이틀 기록, 이번 월드투어로 누적 관객 수 약 150만 명을 돌파했음에도 그간 초동 판매량으로 100만 장을 돌파한 적이 없었다. 

지난 2월 발매한 미니 3집 '위드 유-스(With YOU-th)'로 초동 판매량 100만 장을 달성한 트와이스는 이같은 기록을 세우기까지 무려 8년이 걸렸다.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어떨까. 현재 진행 중인 그의 월드투어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를 보기 위해 전 세계의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어 공연이 열리는 곳마다 성황을 이룰 정도이지만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난 4월 발매한 11집 '더 토처드 포이트 디파트먼트(The Tortured Poets Department)'는 발매 첫날에 미국 내에서 140만 장이 팔렸다. 낮은 수치라 말할 순 없지만 한국의 정상급 보이그룹의 발매 첫 주 판매량이 테일러 스위프트보다 100만 장 이상 많은 것은 기현상으로도 불린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K팝의 음반 판매량은 수직 상승했지만, 과거와 달리 이와 같은 수치가 대중성과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각 앨범마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팬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랜덤 포토카드와 특전들이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고, 팬사인회 또한 당첨되기 위해서는 수백 장의 앨범을 사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 음반 판매량은 높지만 음원 점수가 높지 않은 경우들이 그 증거라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 성과주의로 돌아선지 오래...'숫자'에 울고웃는 K팝 (암●)



최근 가요계 전문가들은 K팝이 이룬 성취가 '숫자'에만 매몰돼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아이돌 앨범은 멤버별 포토카드를 전부 제공하는 것이 아닌, 랜덤 1종 구성이 대부분이다. 이에 팬들은 '최애'의 포토카드를 손에 얻기 위해 앨범을 수십 장, 팬사인회라도 응모한다고 하면 수백 장의 앨범을 망설임 없이 구매한다. 

수백 장의 앨범을 관상용으로 활용할 수는 없기에 많은 팬들은 포토카드, 팬사인회 응모권 등을 얻은 뒤 앨범을 버리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지역 및 청소년 단체 등에 앨범을 기부하는 문화도 생겼지만 수많은 앨범을 한 단체가 전부 수용하기에는 역부족. 이를 악용해 기부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버리는' 팬들도 생겨 단체 측도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사와 음반 유통사가 중간 판매상에게 음반 물량을 대규모로 떠넘겨 판매량을 올리는 '밀어내기'와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연속해서 앨범을 열어보는 '앨범깡' 방식도 K팝 음반 시장의 '암'으로 불린다. 특히 초동 판매량을 높이기 위한 '밀어내기' 방식으로 인해 중간 판매상은 물량을 소진할 때까지 팬 이벤트를 개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월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는 하이브 배임을 해명하는 1차 기자회견에서 "랜덤 (포토)카드 만들고 밀어내기 하고 이런 짓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저는 지금 음반 시장 다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업계의 민낯을 공개적으로 비판, 과거부터 문제시 되어오던 K팝 시스템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 일본 도쿄의 시부야 거리에 세븐틴의 앨범이 잔뜩 버려진 사진이 확산하며 소속사와 업계에서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K팝 팬들로 이루어진 환경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은 지난 4일 용산구 하이브 본사 앞에서 '플라스틱 앨범의 죄악'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단체 측은 앨범을 많이 살수록 팬 사인회 참여 확률이 높아지도록 하는 마케팅을 중단할 것을 요구, 다수의 K팝 팬들이 이 같은 마케팅을 최악의 상술로 꼽았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앨범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은 2022년 801.5t으로 2021년 479.0t, 2020년 225.2t에서 해마다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 발벗고 나선 SM·하이브, 플라스틱 앨범만 앨범이 아니에요~ (명○)



그러나 K팝 가수들이 음원 발표와 함께 음반 제작을 단기간에 중단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여전히 회사와 아티스트 모두 자신들의 음반 판매량으로 인기의 척도를 짐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업계에서도 실물 음반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인지하곤 있기에 이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실물 음반이 없는 디지털 플랫폼 앨범, 즉 스마트 앨범을 내놓고 있다. 

실물 음반에 포토카드 등은 그대로 포함하되 CD는 QR코드를 통해 들을 수 있게끔 하여 플라스틱 폐기물을 크게 줄이자는 취지다. 실물 음반이 없지만 국내 주요 음반 차트 집계에도 반영된다.

국내 최대 온라인 음원 판매 사이트 예스24에 따르면, 2021년까지 엇비슷하던 스마트 앨범 발매 종수는 2022년 121건으로 치솟았다. 

 QR코드 가 수록된 ▲META 앨범(미니레코드) ▲Weverse Albums(위버스 컴퍼니)를 비롯해, NFC 방식의 ▲SMC 앨범(뮤즈라이브) ▲SMini(뮤즈라이브·SM엔터테인먼트), QR코드와 NFC 방식 모두를 제공하는 ▲NEMO 앨범(네모즈랩) ▲POCA 앨범(메이크스타) ▲YG TAG 앨범(네모즈랩·YG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플랫폼 앨범들이 2022년부터 출시된 영향이었다. 이후 2023년 221건, 2024년에는 상반기에만 150건을 기록하며 매년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NFC(근거리무선통신) 접촉으로 이용가능한 스마트 앨범을 발 빠르게 움직여 출시하며 선두를 이끌었고, 하이브는 디지털 앨범의 플라스틱 소재를 종이로, 또 앨범케이스와 포토카드를 환경 친화적 생분해 소재로 전환하는 등 전체 레이블에 친환경 앨범 적용 확대를 추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음반과 관련된 재료를 고를 때 좀 더 친환경적일 수 있도록, 그리고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도록 앨범뿐만 아니라 굿즈 형태로도 제작 중"이라며 "그 외에 디지털화시킬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실행 및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온라인 커뮤니티, 각 소속사, 예스24

장인영 기자 inzero6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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