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이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호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구,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대구, 최원영 기자) 이런 에이스가 다 있다.
삼성 라이온즈 우완투수 원태인은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7⅔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맹활약했다. 팀의 3-1 승리와 3연승, 위닝시리즈 확보에 앞장섰다.
총 투구 수는 100개(스트라이크 71개)였다. 패스트볼(60개)과 체인지업(15개), 커터(13개), 슬라이더(12개)를 구사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9km/h를 기록했다.
시즌 10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작성하며 11승째(6패)를 수확했다. 평균자책점은 3.62에서 3.47로 낮췄다. 리그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 5위이자 국내선수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토종 에이스 원태인이 완벽한 피칭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어느덧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의 선수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기 후 원태인은 "KT 쿠에바스 선수와 재대결이라는 점이 가장 컸다"며 입을 열었다.
원태인과 쿠에바스는 2021년 10월 31일 KBO리그 사상 최초의 타이브레이크(1위 결정전)서 맞대결을 펼친 적 있다. 당시 명품 투수전을 선보였다. 원태인은 6이닝 2피안타 8탈삼진 1실점, 쿠에바스는 7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을 뽐냈다. 경기는 KT의 1-0 승리로 끝났고, 삼성은 아쉽게 정규시즌 1위를 내줬다. 이번 재대결에선 원태인이 웃었다.
삼성 라이온즈가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창단 후 처음으로 한 시즌 홈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원태인은 "삼성이 처음으로 100만 관중을 달성한 날이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힘이 많이 났다. 꼭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컸는데 승리해 정말 기분 좋다"고 미소 지었다.
삼성은 이날 구단 창단 이래 최초로 한 시즌 홈 관중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번 경기에는 총 2만435명의 관중이 방문했다. 올 시즌 누적 홈 관중 수는 101만4689명이 됐다. 삼성은 올 시즌 비수도권 구단 중 유일하게 100만명의 관중과 함께한 팀이 됐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원태인에겐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원태인은 "대구에서 식당, 카페 등 어디를 가든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신다. 심지어 목욕탕에 가도 직원분들이나 손님들이 다 '우리 태인 선수 왔네'라고 해주신다. 뭐든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 하신다"며 "그런 것들이 내겐 정말 큰 의미가 있다. 대구에서 이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팬분들에게 승리를 드리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이지 않을까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큰 경기나 관중이 많은 경기에서 더 잘한다. 에이스 본능이다. 원태인은 "나도 그런 것 같다. 신인 때부터 중요한 경기에 등판하면 더 집중이 잘 되고 힘이 났다"며 "사실 이번 경기에선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는데 결과가 따라줬다. 운이 좋은 하루였다"고 전했다.
컨디션 난조에도 8회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원태인은 "내가 나가겠다고 했다. 투구 수가 괜찮아 코치님께 7, 8, 9번 타자까지만 상대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코치님이 믿고 맡겨주셨다"며 "전날 불펜을 많이 소모했고, 아직 수요일이기 때문에 내가 한 이닝 더 책임지면 이번 주 경기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한 이닝 더 맡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이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8회 투구 막바지 몸에 불편감을 느끼기도 했다. 원태인은 "디딤발이 착지하는 과정에서 허리를 살짝 삐었다. 잠깐 안 좋았는데 조금 있으니 다시 괜찮아져 투구를 이어갔다"고 덤덤히 말했다.
8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구원투수 최지광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원태인은 "내가 이닝을 끝내고 싶은 욕심도 있었는데 포수 (강)민호 형이 그만하라고 하더라. 형 말을 잘 들어야 해 그냥 바로 '내려가겠습니다'라고 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원태인에게, 삼성 팬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원태인은 모자를 벗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는 "내 경기에 찾아와 주셨고, 내 투구를 응원해 주셨다. 잘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내 이름을 연호해 주시고 환호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다. 그래서 늘 이렇게 하고 있다"며 "팬분들이 불러 주시는 내 이름을 들으며 걸어 내려오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자주 들을 수 있게 더 열심히, 잘 던지겠다"고 강조했다.
원태인의 한 시즌 개인 최다승은 2021년의 14승(7패)이다. 이제 3승 남았다. 원태인은 "올 시즌 전 15승을 목표로 잡았다. 그런데 10승을 이룬 뒤부터는 너무 승수에 연연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그냥 '내 몫만 하고 오자'는 생각뿐이다. 이번에도 '퀄리티스타트만 하자'는 각오로 던졌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쭉 그렇게 임할 것 같다. 내게 주어진 임무를 해내는 게 남은 시즌 목표다. 그러다 보면 좋은 일도 따라올 것이라 본다"며 "다치지 않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운동 열심히 해 끝까지, 가을야구까지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사진=대구,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 삼성 라이온즈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