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김태호 PD가 '무한도전'과 MBC 퇴사 비화를 전했다.
20일 방송된 MBC 특별 기획 토크쇼 '손석희의 질문들'(이하 '질문들')에는 김태호 PD가 출연, 퇴사 후 2년 반 만에 친정 MBC를 찾은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김태호 PD의 대표작 '무한도전'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종영한 지 6년이 지났지만, '무한도전'은 유튜브를 통해 재소환 돼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또한 없는 게 없는 무한도전이라는 밈, 오징어게임, 뉴진스 안무 등 미래를 예언하는 '무한 계시록'이라는 유튜브 콘텐츠까지 살폈다.
이를 본 손석희는 "이런 거 누가 만드냐"며 궁금해 했다. 팬들이 만들었다는 말에 "또 나올 수도 있는 거 아니냐. 대단들 하다"고 반응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이날 방청석에선 '무한도전'이 다양한 시도를 했던 만큼, 소재를 얻는 아이디어의 원천을 궁금해 했다. 이에 김태호 PD는 "일상 생활에서 소재를 얻으려고 했다"며 예시로 '헬기 몰카' 에피소드 꼽았다. 이는 헬기가 아닌 승합차에 멤버들을 태웠지만, 시각과 후각, 청각 등을 활용해 헬기에 탑승한 것처럼 꾸몄던 에피소드.
김태호 PD는 "그 주에 40분 가량 방송이 비어 있었다. 고민을 하다가 머리 식히러 옥상에 올라갔다. 다른 생각을 하다가 옥상인 걸 까먹고 난간에서 몸부림을 쳤다"며 "마음에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 오감을 통제하면 무서움도 만들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목요일에 찍어서 바로 방송을 냈었다. 결국은 저희가 생활하는 것에 새로움이 있지 않을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청석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무한도전' 이야기가 나오자, 손석희는 "'무한도전'에 치인다는 느낌을 받느냐"며 프로그램이 머리를 짓누른 건 없었는지 물었다.
이에 김태호 PD는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 공들여 만들었던 프로그램이니까 칭찬과 이야기를 듣는 건 너무 좋다"며 "그걸 밑바탕으로 제 이야기는 진행 중이니까 그 다음 챕터 계속 써나가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그는 "실제 '무도' 방송 나갈 때는 본방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이 콘텐츠가 기쁨도 있지만 고통스럽기도 하고. 부끄러움도, 아쉬움도 있다. 당장 방송 이후부터는 다음을 준비해야 해서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김태호 PD는 "비록 무모한 불나방으로 끝날지언정 다양해지는 플랫폼과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을 보면서 이 흐름에 몸을 던져보기로 마음먹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MBC를 나왔다.
손석희는 "저는 이렇게 멋진 얘기를 남기고 떠나질 못했다"고 했고, 김태호는 "저는 이 얘길 하고 5개월을 더 다녀야 했다. 2021년 8월에 이 글을 올리고 2022년 1월에 퇴사했다"고 말해 손석희를 더 놀라게 했다.
김태호는 "싫어서 떠나는 게 아니라 MBC를 사랑하는 마음이 컸는데, '무한도전'으로 재미를 본 후부터는 마음 한 구석에 이 즐거움, 토요일 황금시간대를 나만 즐겨도 되나 했다. 후배들에게 미안함이 커져가는 시기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퇴사 후 새로운 미디어환경에서 뭔가를 해볼 수 있는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했다. 회사도 저의 퇴사 후 계획을 세워야 하니까 퇴사 6개월 전에 이야기를 했다"며 "20년을 다닌 회사니까 이별을 길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고, 손석희는 "저만 나쁜 사람이 된다 이야기하고 바로 다음날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사진=MBC 방송화면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