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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바예바 추락 원인은 장대가 아닌 '실력 저하'

기사입력 2011.08.31 10:5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대구, 조영준 기자]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 러시아)는 경기를 시작하기 전, 늘 자신 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주문을 외운다. 경기 집중은 물론, 자신감을 불어넣는 일종의 '자기 최면'이다.

30일 열린 '2011 제13회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장대높이뛰기 결승전에 출전한 이신바예바는 유난히 긴 주문을 외웠다. 예전에는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표정에서 나타났지만 전광판을 통해 비쳐지는 이신바예바의 표정에서는 불안감이 가득 보였다.

이신바예바의 장점은 폭발적인 질주와 허공에서 이루어지는 유연성이다. 그러나 이날 장대를 들고 바를 향해 뛰어가는 이신바예바의 모습은 현저히 느렸다. 스피드가 뒤처지다보니 도약도 힘을 잃었고 공중에서 이루어지는 유연한 동작도 매끄럽지 못했다.

이신바예바는 장대높이뛰기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가 열기기 전까지 그 누구도 그의 실력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회 결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이신바예바는 처음으로 '좌절'을 겪었다.

그 이후로 다시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부활을 예고했지만 다시 추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슬럼프에서 탈출할 비상구를 찾지 못한 이신바예바가 선택한 것은 '휴식'이었다. 1년 가까이 필드를 떠나있었던 이신바예바는 이번 대회에 초점을 맞추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이신바예바가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가장 최근에 출전한 대회는 지난 7월 16일(현지시각) 벨기에 헤우스덴-졸더에서 열린 '2011 육상의 밤'경기였다. 이 대회에서 이신바예바는 우승을 차지했지만 기록은 좋지 못했다. 자신의 최고 기록인 5m06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4m60을 기록했다.



거센 폭우가 내린 상황을 생각해 볼 때, 이신바예바는 분명 선전했다. 하지만, 4m60이란 기록은 이신바예바와는 어울리지 않는 수치였다. 이번 대회 첫 시기에서 4m65를 가뿐히 넘은 이신바예바는 4m75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메달권으로 가기위한 마지노선인 4m80을 뛰어넘지 못했다. 기나긴 공백으로 인해 경기 감각은 물론 자신감까지 상실한 상태였다.

경기를 마친 이신바예바는 부진의 원인은 '장대'탓으로 돌렸다. 장대높이뛰기 선수에게 장대는 생명과도 같다. 하지만, 단순히 장대에만 문제를 두기엔 이신바예바의 경기력은 너무나 떨어져있었다.

이날 장대를 들고 질주하는 모습이 가장 힘이 넘쳤던 선수는 우승을 차지한 파비아나 무레르(30, 브라질)와 은메달을 획득한 마르티나 슈트루츠(29, 독일)이었다. 장대높이뛰기는 당일 컨디션이 매우 중요하다. 자기 순서를 기다릴 때, 이들은 필드를 질주하거나 도약 연습을 하며 경기 감각을 조절하고 있었다. 몸 상태는 매우 좋아보였고 장대를 들고 달리는 스피드도 힘이 넘쳤다.

무레르는 이번 대회를 철저하게 준비한 듯 자신의 최고 기록인 4m85와 타이 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등극했다. 슈트루츠도 독일 최고 기록을 세우며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대회를 앞두고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는 경기력을 통해 드러난다. 무레르와 슈트루츠는 자신감이 넘쳤던 반면, 이신바예바는 빈틈이 많고 허술했다. 결코 장대 탓으로 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무레르와 이신바예바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같은 코치 밑에서 훈련을 해왔다. 무레르는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이신바예바는 여전히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한다. 긴 공백기도 있었고 새로운 코치와 적응할 시기도 필요하다. 내년에는 예전의 기량을 다시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신바예바도 내년에 열리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 대해 자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이신바예바의 모습은 분명 예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대구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27번이나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이신바예바의 '비상'을 간절히 기원했다.

하지만, 끝내 이신바예바만이 할 수 있는 절정은 기량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구 밤하늘을 수놓은 이신바예바의 모습은 전성기의 '비범함'이 결여돼있었다.



[사진 = 옐레나 이신바예바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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