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신인투수 김택연이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인터뷰한 뒤 기념촬영 중이다. 잠실,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따뜻하다.
두산 베어스 신인 우완투수 김택연(19)은 팀 내 한 선배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베테랑 홈런 타자 김재환(36)이다. 둘은 상인천중-인천고 선후배 사이다.
김재환은 '택연 아버지'로 통한다. 김택연이 인터뷰할 때 팔이 아플까 옆에서 마이크를 들어주는가 하면 "형도 너 응원했어", "진짜 멋있었어" 등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택연이 구원 등판해 프로 데뷔 첫 승을 따낸 날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기념사진을 함께 찍기도 했다. 무한한 애정을 쏟는 중이다.
지난 2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이 결정적이었다. 두산은 3-0으로 앞선 8회말 김택연을 구원 등판시켰다. 팀 승리와 선발투수 곽빈(7이닝 무실점)의 시즌 5승째가 눈앞이었다. 그동안 위기 상황에서 수차례 마운드를 지켜준 김택연이었기에 믿음이 컸다. 그러나 김택연은 ⅔이닝 4실점으로 고전했다. 해당 이닝서 두산은 3-5로 역전당했다.
9회초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양의지가 동점 투런 홈런으로 5-5를 이뤘다. 이후 김재환이 역전 결승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7-5로 다시 점수를 뒤집었다. 김재환은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김택연을 향해 "택연이, 안겨! 택연이!"라고 외쳤다. 고개 숙인 루키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두산은 결국 7-5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김재환, 양의지, 곽빈 등 선배들은 "그동안 (김)택연이 덕분에 이긴 경기가 얼마나 많은가. 정말 잘해줬다. 택연이 덕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며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두산 베어스 투수 김택연과 타자 김재환. 4월 28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김택연이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두자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김택연은 "(김)재환 선배님이 이렇게 챙겨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평소에도 잘해주시는데 (광주에서) 인터뷰할 때도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동이었다.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며 "그간 직접 말하지 못했는데, 이 인터뷰를 통해 항상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다. 나도 더 잘해 나중에 인천고 후배가 들어오면 이렇게 잘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후배 입장에서 얼마나 힘이 되고 좋은지 느꼈기 때문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재환 선배님은 언제 어느 타석에 나가든 큰 것 한 방을 칠 수 있는 타자다. 항상 기대감을 갖고 보게 된다"며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이 대단하시다. 늘 멋지다"고 수줍게 웃었다.
두산 선수들에 따르면 광주 KIA전 당시 김택연은 마운드에서 내려와 눈물을 펑펑 흘렸다. 김택연은 "(곽)빈이 형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시즌 초 잘 던지고도 승운이 안 따라 고생했던 걸 알기 때문에 더 잘 막고 싶었는데 안 됐다"며 "형이 개인 4연승 중이었는데 나 때문에 흐름이 끊겼다. 어떻게든 막아내려 했지만 형의 승리를 지키지 못해 죄송했다"고 돌아봤다.
김택연은 "만약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면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런데 (양)의지 선배님과 재환 선배님이 홈런을 쳐주셨다. 선배님들이 왜 대단한지 다시금 느끼게 됐다"며 "재환 선배님이 '안겨'라고 하셨을 때 진짜 멋있었다. 기분도 좋았다. 선배님들, 형들에게 감동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다시 단단해졌다. 김택연은 "이미 지나간 일이다. 대신 그 경기도 복기는 제대로 했다"며 "이제 다 훌훌 털어버렸다. 다음에 이런 경기가 또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대비를 잘하려 한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시 단추를 잘 끼우려 한다"고 밝혔다.
두산 베어스 투수 김택연이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홈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이어 "시즌 초부터 나를 향한 기대감이 높아져 부담이 됐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그저 책임감을 갖고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다"며 "다치지 않는 게 최우선 목표라 아프지 않고 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재환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김재환은 "프로에 오래 있었지만 같은 학교 출신 선배가 거의 없었다. 코치님들뿐이었다. 예전부터 '학교 후배가 들어오면 잘해줘야지'라고 생각했다"며 "택연이는 인천고 후배인 것을 떠나 야구를 정말 잘하지 않나. 팀에서 제일 어린 선수가 씩씩하게 잘 던져주고 있어 더 기특하다. 그래서 그런 (애정 담긴) 행동들이 종종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재환은 "택연이는 앞으로 우리 두산 베어스에서 최소 10년, 15년 동안 팀을 이끌고 가야 할 투수다. 어린 선수인데도 자기만의 운동 스타일이 있더라"며 "체계적으로 잘 배워온 듯하다. 또 워낙 성실한 친구다. 또래 선배들을 따라다니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모습도 정말 예쁘다"고 칭찬했다.
인터뷰 도중 김택연이 지나가자 무심하게 "아~진짜. 가 빨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광주 KIA전을 두곤 할 말이 있다. 김재환은 "그날 택연이가 여린 모습을 보였다. 그럴 때는 다독이기보다는 이겨내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며 "더그아웃에서 포옹도 해줬지만 사실 쓴소리도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강심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환의 '택연 사랑'은 진짜다.
두산 베어스 중심타자 김재환이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에필로그>
현재 KBO리그 올스타전 투표가 한창이다. KBO 홈페이지 및 공식 애플리케이션 집계에 따르면 김택연은 드림 올스타 중간투수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팬들의 사랑도 듬뿍 받는 중이다.
김택연은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고 기분 좋았는데 1위를 만들어주신 팬분들께 감사드린다. 계속 1위할 수 있도록 등판하면 더 잘하겠다"며 "솔직히 끝까지 1위를 해보고 싶다. 두산 선배님들, 형들과도 꼭 같이 올스타전에 가고 싶다. 투표해 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잠실, 김한준 최원영 기자 / 두산 베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