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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홈런 신기록 눈앞' 겸손한 최정 "이승엽 감독님 넘는 거라 생각 안 해" [인천 일문일답]

기사입력 2024.04.17 12:44



(엑스포츠뉴스 인천, 조은혜 기자) SSG 랜더스 '리빙레전드' 최정이 KBO 역대 최다 홈런 1위로 올라서는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렸다. 이제 신기록까지는 단 하나가 남았고, 그 이후로도 최정의 발자취 하나하나가 리그의 역사가 된다.

SSG는 1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6-4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SSG는 3연승을 질주, 시즌 전적 13승8패를 만들었다. 이날 3루수 및 3번타자로 선발 출전한 최정은 9회말 동점 솔로포 포함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최정은 팀이 3-4로 끌려가던 9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타석에 들어서 정해영의 볼 3개, 그리고 스트라이크 하나를 지켜본 뒤 정해영의 5구 147km/h 직구를 타격했고, 이 타구는 좌중간 담장 뒤로 넘어갔다. 최정의 시즌 9호포이자 통산 467호포로,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갖고 있던 KBO 역대 최다 타이를 이루는 홈런. 이 홈런으로 최정은 역대 홈런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최정의 홈런으로 4-4 균형을 맞춘 SSG는 에레디아도 좌전안타를 치고 나가며 기회를 이어나갔고, 한유섬이 정해영의 4구 134km/h 슬라이더를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기면서 끝내기 홈런으로 경기를 그대로 끝냈다. 다음은 승리 후 최정과의 일문일답.




-통산 홈런 공동 1위로 올라선 소감은.

▲동점만 되면 뭔가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동점을 만드는 홈런을 쳐서 기분이 좋다. 홈경기라 그런지 첫 타석부터 이상하게 부담이 많이 되더라. 타석에서 집중은 했지만 생각도 많이 들고 그래서 욕심도 내봤다. 그래서 어이없는 볼에 (방망이가) 많이 나갔는데, 오늘은 홈런을 노리지는 않았다. 

정해영 투수가 볼이 너무 좋아 2아웃에서 들어갔던 게 마음이 더 편했다. 유리한 카운트가 돼서 정해영 투수가 자신있어 하는 볼을 던질 거라고 생각하고 그 타이밍에 맞춰서 쳤는데 홈런이 됐다. 최다 홈런 타이가 됐다는 게 정말 영광스럽고, 내가 뭐라고 이런 게 관심을 받고 이슈가 된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고 영광스럽다.

-3볼이 됐을 때부터 홈런을 노렸는지.
▲3볼에는 안 치려고 했다. 뒤에 유섬이가 워낙 잘 치기 때문에 주자만 나가면 빠지기만 해도 동점이 될 거라 생각해 웨이팅을 했다. 1-3 때도 솔직히 고민을 했는데, 스트라이크를 너무 과감하게 들어오더라. '그래, 팀의 마무리 투수면 이 정도는 돼야지' 생각했다. 정해영 투수가 볼이 좋은 투수니까 무조건 승부를 하겠다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서 쳤는데 홈런이 쳤다. 

-친 순간에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그냥 해냈다? 안타만 쳤어도 기분이 엄청 좋았을 거다. (정해영의) 볼이 작년보다 엄청 좋아진 걸 느꼈다. 경기 전 분석 영상에서도 엄청 좋은 게 보여서 '힘들겠다' 했는데, 홈런 된 것도 엄청 기분 좋았지만 안타였어도 좋았을 것 같다.

-9회 타석이 안 돌아올 수도 있었는데, 8회 2명이 나가면서 기회가 왔다. 준비를 했는지.
▲오겠다 생각을 했고, 수비 나가서 9회에 KIA 마무리 투수 볼을 치겠다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제일 중요한 건 찬스였으면 부담스러워서 결과가 안 좋았을 건데, 2아웃이라 과감하게 돌렸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어릴 때부터 '소년장사' 별명도 있었지만, 스스로 홈런타자가 되었다고 느끼는 전환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
▲나는 홈런이 잘 나온거라고만 생각을 했다. 홈런타자라고는 생각 안 했다. 홈런이 잘 나오기 시작한 해는 2011~12년도부터인데, 뭔가 치는 메커니즘에서 완전 다른 걸 느꼈고 그때부터 공이 뜨기 시작하면서 멀리 나가더라. 스윙 궤도를 바꿨고, 어릴 때 미국의 카브레라 따라한다고 그런 느낌으로 가볍게 면으로 했는데 딱 하나 잘 맞은 거에서 영감을 얻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터치감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넥센 강윤구 선수를 상대했을 때 센터로 홈런을 하나 친 게 있다. 그때는 밀어쳐서 넘긴다는 걸 상상도 못했는데, 내가 쳐보지 못한 터치감으로 홈런이 되면서 '어 이거다' 싶었다.




-원래 담담한 성격인 건 알지만, 대기록이 가까워지면서 두근두근 했을 법도 한데.

▲오히려 나는 주변에서 괴롭힌다고만 생각했다(웃음). 사실 나도 해외를 갔다와서 이렇게 했으면 뭔가 떳떳할 텐데, 물론 영광스러운 기록이지만 그래도 이승엽 감독님을 넘어섰다고 해도 그건 넘어선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덤덤하다. 설레고 그런 것도 쉬는 날만 누리고,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하려고 한다.

-사실 20년 동안 꾸준한 모습으로 여전히 홈런왕 경쟁을 하는 것 자체가 놀라운데.
▲말하기가 좀 조심스러운데, 나는 그냥 한결같다고 생각하고 자기 최면을 많이 걸려고 한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 내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한 시즌, 한 시즌만 보는 거다. 몸 상태는 가끔씩 근육이 올라오거나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만 관리하면 그래도 계속 무난하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한다. 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20년을 꾸준히 했는데,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은 게 있다면.
▲자신한테는 항상 이럴 때마다 신기해 하는 성향이다. '내가 어떻게 했지?' 이러고, 끝나고 영상 올라온 것도 딱 한 번만 본다. 계속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 기분을 느끼고 끝낸다.

-주목 받은 상태에서 경기를 했는데, 앞선 타석에서는 어떤 부분들이 신경이 쓰였는지.
▲좀 많이 부담됐다. 홈에 오니까 수원에서 했던 느낌이랑은 다르더라. 일단 첫 타석 들어갔는데 (주심이) 볼을 바꾸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뭐지?' 했는데, 두 번째도 바꾸고 그러다 홈런볼 때문인 걸 알았다. 그것 때문에 한 번 부담 됐고, 또 (김)태군이가 '온 국민이 홈런에 지금 관심 갖고 있습니다' 이러는 거다. 그래서 '야 조용히 해라, 부담 된다고' 그랬다(웃음).




그리고 오늘 경기 전부터 달성했을 때 세리머니를 어떻게 한다, 브리핑을 해주시더라. 나의 존을 지키면서 냉철하게 타격을 했어야 하는데, 특히 장현식 선수를 상대할 때 유리한 볼카운트에 나도 모르게 욕심이 나서 하나 걸었다. 그런데 유인구에 헛스윙하고 거기서부터 갑자기 영점이 없어진 거다. 투수밖에 안 보여서 그냥 볼 보고 돌렸는데 또 유인구에 삼진 당해서 '안 돼 이러면 안 돼' 하면서 수비 나가고 그랬다. 이후에 안타가 나오면서부터 마음이 편했다.

-이렇게 타석에서 이것저것 신경쓰인 적이 있었나.
▲처음이다. 그래서 같이 경기를 보면서도 선수들한테 '나 좀 살려줘, 아 못 하겠다 못하겠다' 이랬다. 누구 보고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도 어떻게 쳤는지 신기하다.

-아직 선수로 뛸 날이 많은데, 이제 홈런을 칠 때마다 신기록이 된다.
▲이제는 정말 은퇴할 때까지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만 생각하고 하려고 한다.

-이 과정을 한 번 더 겪어야 할 텐데.
▲이제 여기서 끝날 때까지 하나도 못 치면 사곤데(웃음). 그냥 이런 식으로 마인드 컨트롤 하는 거다. 일단 경험을 했으니까 '언젠가 하나는 못 치겠나' 이런 마인드로 한다. 이 기록을 깬다기 보다 이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웃음). 제일 걱정인 게 팀이 지고 있는데 갑자기 홈런 나와서 세리머니 이러면 팀에 미안할 것 같아서 그 상황만 안 나왔으면 좋겠다.




사진=인천, 김한준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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