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8.02 02:29 / 기사수정 2011.08.02 02:30
[엑스포츠뉴스] 비 오는 날 진우(가명, 11세)는 아빠 정수(가명, 51세) 씨가 끓여준 라면을 먹고 있었다. 두 달만의 부자상봉, 정수 씨가 알코올 중독 클리닉에서 금주와 건강회복을 꾀하는 동안 진우는 아동쉼터에서 지낸다고 했다. 오랫동안 사람의 체온이 머물지 않아 집은 냉골이었다. 그마저 계약이 끝나 다음달이면 집을 비워줘야 한다.
아내의 산후 우울증
2010년 7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상황이 신고되었을 당시 진우네는 따로 냉장고가 없었다. 김치에 구더기가 생길 정도로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어린 진우의 건강이 염려되었다. 무엇보다 진우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학교에 못 가고 정수 씨 곁에서 꼼짝을 못 하는 상황, 명백한 방임과 방치였다.
진우가 5살이 되던 해 아이 엄마가 갑작스럽게 죽었다. 산후 우울증이 깊었던 그녀가 갑자기 폐렴과 함께 폐에 물이 찼던 것. 그때부터 현실을 비관한 정수 씨는 밥 대신 술을 찾는 날이 늘었다. 몇 해 전 폐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 만큼 몸 관리가 절실하다.
12살부터 객지 생활
12살에 고향을 등지고 이제껏 객지생활을 해온 정수 씨, 기억 속의 아버지는 약자인 아내와 자식들에게 함부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었다. 어린 아들이 8년간 모은 월급을 한순간에 술값으로 탕진하는 두려운 존재였다.
"중국집에서 가스를 맡아 쓰러지길 여러 번, 겨울이면 손발에 얼음이 박혀 지금도 장갑과 양말을 꼭 둘러야 합니다."
어렸던 정수 씨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다가 도시로 이동해 밤낮이 바뀐 생활을 했다. 옷 공장에서 재봉틀을 돌리고 공사현장에서 철근을 나르다가 2톤 무게에 깔려 몸이 크게 상하기도 했다. 장돌뱅이처럼 며칠씩 지역에 머물며 목수 일을 했는데 한 번도 가슴 설레는 미래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객지에서 늦은 나이에 만난 다정한 아내는 정수 씨가 유일하게 미래를 꿈꾸게 하여준 사람이었다.
현실 도피 알코올 중독, 방치된 진우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 정수 씨는 자주 집을 비웠다. 방 두 칸 집을 마련하기 위해 조금만 참자고 아내와 자신을 다독이며 일에 전념했다. 하지만, 아내의 갑작스런 죽음은 정수 씨를 다시 예전의 희망 없는 가장으로 만들었다.
사회복지사 선생님에게 발견될 당시 진우는 새 학기에 학교 등교를 딱 3번 했다. 알코올과 합병증으로 운신이 불편한 정수 씨가 어린 진우를 곁에 두길 고집했기 때문이다. 아빠의 알코올 중독으로 밤낮이 바뀐 생활에서 라면만 먹고 자란 진우는 또래에 비해 성장이 더딘 것은 물론 수업을 많이 빠져 한 학년 유급되었다.
심리치료와 알코올 치료 병행
사회복지사의 거듭된 설득으로 2월 중순부터 정수 씨와 진우는 가족 심리치료를 받았다. 진우는 어려서부터 부모로부터 싫고 좋은 감정의 표현을 제대로 코치 받지 않고 자란 탓에, 심리적으로 불안해 보였다.
심리 치료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 정수 씨는 3월말, 자발적으로 알코올 중독 치료를 시작, 두 달 넘게 술을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고 있다. 이제 정수 씨는 자신이 집으로 복귀했을 때 어린 진우와 함께 지낼 집의 행방을 고민하고 있다.
"화장실이 집 안에 있는, 안전한 동네에 방을 얻고 싶습니다."
부자(父子)는 정부 수급비 40만 원을 알코올 치료비와 진우 양육비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사는 집은 월세가 밀려 보증금이 없어졌다. 마음을 다잡고 새출발의 의지를 보이는 진우 부자에게 이웃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어린 진우에게 그간의 생활이 상처였다 해도 어른들의 지속적인 돌봄이 전제된다면 얼마든지 평범한 삶의 생채기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진우(울산)에게 도움을 주길 원하시는 분은 <야후! 나누리> 를 통해 온라인후원을 하거나, <월드비전>(☎ 02-784-2004)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온라인뉴스팀 press@xportsnews.com
[글] 엄진옥 기자 / [편집] 이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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