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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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나홀로족에 바칩니다, 사랑스러운 문제작 'LTNS' (진진봐라)[엑:스피디아]

기사입력 2024.02.11 08:50



[진진봐라]는 진짜 진짜 꼭 (들어) 봤으면 좋겠는 세상의 모든 것을 추천하는 '개인의 취향' 100% 반영 코너입니다. 핫한 가수들의 앨범 혹은 숨겨진 명곡, 추억의 노래부터 국내외 드라마, 예능, 웹 콘텐츠 등 한때 누군가의 마음 한 편을 두드린 선물 같은 콘텐츠가 지닌 특별한 '무언가'를 따라가 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파민 과잉의 시대. 불륜, 고자극, 수위, 온갖 노이즈는 다 붙을 단어들이 수식하고, 뚜껑을 열자마자 '시그니처'라는 각 에피소드 주인공들의 키스신과 베드신이 펼쳐진다. 지난 1일 전 회차가 공개된 어른들을 위한 '마라맛' 드라마,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엘티엔에스, 극본·연출 임대형·전고운(프리티 빅브라더))다.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각 에피소드의 문을 러브신으로 여는 방식은 'LTNS'의 특성을 잘 보여줄 방법이었다. 이 부분이 맞지 않는다면 '불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제목부터 'Long Time No Sex(롱 타임 노 섹스)'의 약자다. 소재만 보고 뒷걸음질 치기 딱 좋아 보이지만, 작품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심지어 감성충만한 독립영화 '윤희에게'와 '소공녀'를 만든 임대형, 전고운 감독이 의기투합했다는 점은 돌아나가려던 사람도 걸음을 360도 돌려 다시금 제자리에 서게 한다. 

표면적으로는 '짠한 현실에 관계마저 소원해진 5년 차 부부가 돈을 벌기 위해 불륜 커플들의 뒤를 쫓으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고자극 불륜 추적 활극'이지만, 이 부부에게도 비밀이 숨어있다. 주인공 부부 우진(이솜 분)과 사무엘(안재홍)이 예상치 못하게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은 현대인의 초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호텔 프런트에서 일하며 진상 고객들의 블랙리스트를 적는 가장 우진과 스타트업이 망한 후 우진의 도움으로 택시를 운전하는 살림 담당 사무엘.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TV를 보는 가부장적 아내 우진은 틈만 나면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며 거침없는 발언을 하고, 정갈하게 앞머리를 올리고 살뜰히 외조하는 사무엘은 섬세하고 많은 면에 조심스러워한다. 이들은 통념적으로 고정된 성 역할과는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어딘가에 꼭 있을 법한 부부의 모습으로 일상을 산다. 

그러나 생활고에 쫓겨 돈을 벌겠다는 명목 하에 블랙리스트를 기반으로 정보를 얻고, 택시를 타고 미행하는 부부가 또 있을까. 집값이 떨어질수록 초조해하는 현실적인 '영끌족' 부부는 불륜이라는 들키고 싶지 않은 짓을 포착하겠다며 범죄까지 저지르다 제 발등을 찍는다.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에 놓였지만, 인물들은 일상에선 생각지도 못할 행동을 하고 뱉지 못할 표현을 한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통쾌함마저 안긴다.

무거울 수 있는 소재와 달리, 작품은 코믹하고 유쾌한 기조 속에 리드미컬하게 흘러간다. 때문에 이 부부가 불륜을 추적한답시고 남의 뒤를 캐는 짓을 하는데도 사랑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사무엘의 정서적 바람을 알게 된 우진, 사무엘이 우진의 과거 육체적 외도를 묵인했던 것이 드러나는 5화를 기점으로 이들 부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층 복잡해진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개싸움' 끝에 헤어진 우진과 사무엘은 이별 후에야 비로소 '롱 타임 노 섹스'에 성공한다. 결말까지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가면서 꽉 막힌 이분법적 사고에도 제동을 걸게 한다. 

작품 속 라디오에선 '멋지게 이별하는 방법은 없다'며 잘 지은 집을 폭파한 뒤 홀로 서있는 자신이 혼자서 다시 집을 지어야한다고 말한다.

홀로 서있던 우진과 사무엘은 아파트가 팔리면서 다시 만나고, 그제야 후회 섞인 사과를 하며 감정을 털어낸다. 자신의 밑바닥까지 다 보이며 서로에게 상처를 냈음에도,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것. '불륜은 나쁘다'는 명제 아래, 이들 부부에게도 실망한 지 채 1화가 다 지나기도 전에 이들이 그 멋진 이별을 해낸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감독들은 "사랑과 사람의 이면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불륜이라는 소재를 가져왔다. 우진과 사무엘을 비롯해 젊은 사내 커플, 중년 커플, 동성 커플까지 극에 등장하는 다양한 불륜 커플들도 그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협박 편지에 반응하는 각 커플들은 세기의 사랑인 것처럼 굴다가도 본색을 드러내고, 의외의 선택을 하는 등 해답 없는 문제지를 펼쳐낸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소화한 배우들의 '연기가 아닌 것 같은' 연기를 보는 맛도 쏠쏠하다.

같이 보다간 자칫 어색한 공기를 함께 마실 수 있는 작품인 만큼, 전고운 감독은 꼭 "혼자 보셨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전하기도. 그는 "술을 마시면서 혼자 보기를 추천드린다"며 "명절에 혼자 계실 분들은 너무 좋은 친구가 되실 것 같다"고 추천했다. 현실적인 인물들이 펼치는 비현실적 행동과 선택이 여러 생각을 동시에 유발하는 'LTNS'가 긴 명절을 나 홀로 보내기에 좋은 밥친구, 술친구가 되어줄 거라 장담한다.

사진=티빙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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