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만 이름을 올렸던 올해의 팀 후보에 최초로 한국 선수 3명이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EA스포츠 FC가 8일(한국시간) 공식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023년 올해의 팀(Team of the Year:TOTY) 최종 후보들을 공개했다.
EA스포츠는 현재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를 비롯해 라리가(스페인), 세리에A(이탈리아), 분데스리가(독일), 리그1(프랑스), 유럽축구연맹(UEFA), 그리고 K리그(대한민국) 등 전 세계 대부분의 리그 라이선스를 확보해 'FC'라는 축구 게임을 현실감 넘치게 만든 대표적인 스포츠 게임 그룹이다.
과거 국제축구연맹(FIFA)과 협업해 피파 시리즈를 냈던 이들은 2023년부터 FIFA와의 파트너십을 종료하고 자체 브랜드 'FC'를 런칭했다.
'올해의 팀'은 지난 2021년부터 피파 시리즈부터 EA스포츠가 선정한 팀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을 선정한다.
손흥민은 지난 2021년 첫 TOTY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TOTY에 선정되지 못했다. 2022년엔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그는 2023년엔 다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선정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의 주포지션인 왼쪽 공격수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 킬리앙 음바페(PSG)가 자리했다.
손흥민은 이번엔 한국 선수로 혼자 TOTY 후보에 오르지 않았다. 이강인과 김민재가 함께 후보에 오른 것이다. 이강인과 김민재는 빅리그 입성 후 처음으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은 지난 2021-2022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달성했을 때 다시 노미네이트 됐는데 이번엔 토트넘의 주장이자 프리미어리그 여덟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며 다시 한번 TOTY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이강인은 손흥민과 함께 공격수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 RCD마요르카 소속으로 스페인 라리가에서 맹활약하면서 2023/24시즌을 앞두고 프랑스 리그1 챔피언 PSG로 이적했다. PSG는 마요르카에 이적료 2200만 유로(약 313억원)를 지불하면서 이강인과 2028년 6월까지 5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거래로 가장 큰 수혜를 본 건 당연히 전 소속팀 마요르카다. 2년 전 라리가 발렌시아에서 이적료 없이 이강인을 데려왔던 마요르카는 이강인을 통해 무려 300억원 넘는 거금을 손에 쥐게 됐다.
이강인 역시 그간 적은 연봉의 설움을 씻어내며 돈방석에 앉게 됐다. 이강인은 마요르카에서 연간 50만 유로(약 7억1200만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PSG와 새 계약을 맺으면서 연봉이 400만 유로(약 57억원)로 8배 급등했다.
또한 이강인은 마요르카 입단할 때 계약금을 포기하는 대신 향후 클럽을 떠날 때 발생하는 이적료 20%를 받기로 팀과 약속한 적이 있다. 따라서 마요르카는 이강인에게 2200만 유로의 20%인 440만 유로(약 63억원)을 줘야 한다. 이 조항 하나로 1년 치 연봉이 넘은 금액을 한 번에 받게 된 것이다.
이강인은 PSG와 5년 계약기간을 지키기만 해도 총 300억원의 거액을 수령하게 된다.
한국 축구 팬들도 이강인의 PSG 이적 소식에 환호했다. PSG는 프랑스 리그1 최고의 클럽이자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매 시즌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 바이에른 뮌헨 등과 함께 우승 후보로 꼽히는 세계적인 강팀이라 이강인의 PSG 이적은 한국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다만 마요르카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던 이강인은 빅클럽에 입성함에 따라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고, 설상가상으로 합류하자마자 부상도 2차례 입으면서 출전 시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 부상에서 돌아온 시기엔 곧바로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한 달 정도 자리를 비웠다.
다행히 대표팀 일정은 결과적으로 이강인에게 득이 됐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군 복무 면제를 받았고, 10월 A매치 기간 중 '튀니지-베트남' 2연전에서 총 3골을 터트리며 경기력과 자신감을 모두 끌어 올렸다.
PSG로 금의환향한 이강인은 지난 10월 26일 홈에서 열린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3라운드 때 마침내 팬들이 기다리던 시즌 마수걸이 득점포를 터트렸다. 후반전 교체로 나온 이강인은 PSG가 2-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44분 팀의 3번째 득점을 터트리며 스코어 3-0을 만들었다. 이 득점으로 이강인이 PSG 입단 후 5경기 만에 기념비적인 데뷔골을 맛봤다.
교체로 나와 득점까지 기록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이강인은 곧바로 다음 경기인 리그 10라운드 브레스트 원정에서 선발로 출격했다. 자신감과 경기력이 오를대로 오른 이강인은 멋진 아웃프런트 패스로 음바페의 득점을 도우면서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달성에 성공했다.
이후 이강인은 지난달 3일 프랑스 입성 후 처음으로 리그1 사무국이 선정한 2023/24시즌 10라운드 베스트 11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2경기에서 연달아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인정을 받기 시작한 이강인은 마침내 리그에서도 1호골을 터트리며 명실상부 PSG 주전급 선수로 발돋움 했다. 11라운드 몽펠리에와의 홈경기에서 멋진 선제골을 터트리며 3-0 완승에 일조했다. 이때 이강인이 터트린 리그1 데뷔골은 PSG와 리그1 11월 이달의 골장면으로 뽑혔다.
이강인의 활약상과 인기는 PSG를 놀라게 했다. PSG는 지난 3일 리아브르와의 리그 1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한글 유니폼을 입고 나서기로 결정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PSG가 사전에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진엔 이번 시즌 흰색 유니폼에 이강인은 물론이고 킬리안 음바페 등 다른 선수들의 한글 이름도 표기됐다.
PSG 이번 결정은 이강인 합류 이후 한국 팬이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팬서비스 차원이다. PSG에 따르면 이강인이 영입된 2023/24시즌 들어 홈구장에서 PSG 경기를 관람하는 한국 팬이 20% 증가했다. 아울러 PSG SNS 엑스(X·옛 트위터) 한국인 팔로워도 2만2000명, 네이버상 팔로워는 3만5000명 이상 늘었다.
사실 PSG가 이강인의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영입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팬 유입을 기대하긴 했으나 이 정도일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루이스 캄포스 PSG 단장은 최근 소르본 대학 강연에서 "난 이강인 영입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재무 파트에서 내게 (이강인 영입에) 특정 금액을 초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며 이강인이 좋은 선수지만 이적료를 펑펑 쓸 만큼의 선수는 아니고, PSG의 유럽축구연맹(UEFA) 파이낸셜페어플레이(FFP) 제약이 있었음을 알린 뒤 "축구적 관점에서 보면, 난 정말 이강인을 좋아한다. 그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원했던 선수에 부합한다. 하지만 (이강인 영입이) 아시아 마케팅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다"라고 털어놨다.
PSG는 그 만큼 이강인의 기량과 더불어 마케팅적 폭발력에 놀란 모습인 셈이다. 이번 한글 유니폼 제작도 이강인으로 유입된 한국팬들의 충성심을 확실히 다져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PSG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온 팬들의 관심이 높아져 파리가 국내 축구 구단 중 세 번째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구단이 됐다"고 자랑했다.
이어 "PSG 한국 내 인기 상승은 지난 7월 오픈한 서울 공식 스토어의 상업적 성공으로 측정할 수 있다"며 "한국은 이제 이커머스(e-commerce) 측면에서 PSG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이 됐다"고 덧붙였다.
PSG를 넘어 프랑스 1부리그인 리그1도 이강인의 엄청난 스타성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공격수로 PSG의 간판 스타인 킬라인 음바페보다 이강인이 유니폼이 더 많이 팔렸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리그1은 "이강인 유니폼이 음바페보다 더 많이 팔렸다. PSG는 진정한 슈퍼스타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조명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관광객들이 PSG의 경기장에 몰려들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아시아에서 PSG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라고 감탄했다.
수비수 부문에 합류한 김민재는 2023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022-2023시즌 나폴리에서 활약한 그는 팀을 33년 만에 세리에A 우승으로 이끌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무엇보다 유럽 무대 입성 2년 만에 김민재는 유럽에서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쟁쟁한 세리에A 공격수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수비력을 자랑했다. 그는 수비의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이탈리아에서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평가를 한층 끌어 올렸다. 나아가 그는 나폴리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아시아 수비수 최초로 22위에 이름을 올리는 기념비를 세웠다.
이는 곧바로 또다른 이적으로 이어졌다. 김민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벤투스, 토트넘 홋스퍼,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여러 빅클럽들과 연결됐지만, 맨유와의 협상이 진전이 되지 않은 뒤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해 분데스리가 무대로 향했다.
분데스리가에서도 김민재의 활약은 이어졌다. 월드클래스 수비수 동료인 마타이스 더 리흐트와 다요 우파메카노가 번갈아 부상을 당하면서 김민재는 혹사에 가까운 스케줄을 소화했다. A매치 기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왔다갔다 하면서 그는 리그에서 15경기 연속 풀타임 활약을 펼쳤다. 약간의 기복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김민재는 흔들리지 않았다.
독일 언론 빌트나 키커지가 김민재의 전반기 활약이 리그 중상위권이라고 평가했지만, 분데스리가 .전반기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하며 활약을 인정했다.
한편 TOTY 최종 선정은 팬투표로 진행된다. 게임 내에서 투표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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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