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한 '바람의 손자' 이정후의 성공 여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제기됐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소식을 위주로 다루는 미국 팬 사이트 '어라운드 더 포그혼'은 30일(한국시간) 인기 야구 팟캐스트 '토킹 베이스볼'의 방송 내용을 언급했다.
이정후는 지난 13일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480억원) 계약에 합의했고, 신체검사까지 무사히 마무리하면서 샌프란시스코 입단을 최종 확정했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빅리그로 향한 한국인 선수 중에서 역대 최고의 대우를 받게 됐다.
이정후의 입단과 함께 연봉 및 계약금 등에 대한 세부 계약 내용이 공개됐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발표에 따르면, 이정후는 2024년 700만 달러, 2025년 1600만 달러, 2026년과 2027년에 2200만 달러, 2028년과 2029년에 205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계약금은 500만 달러다.
자선 기부와 관련한 부분도 계약에 포함됐다. 이정후는 '자이언츠 커뮤니티 펀드'를 통해 2024년 6만 달러, 2025년 8만 달러, 2026년과 2027년에 11만 달러, 2028년과 2029년에 10만 2500달러를 기부할 예정이다.
2017년 1차지명으로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이정후는 7년간 꾸준한 활약을 선보이며 눈도장을 찍었다. 올해까지 매년 3할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데뷔 첫 20홈런을 쏘아 올리며 장타력까지 뽐냈다.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부터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국제대회에서도 확실하게 두각을 나타냈다.
KBO리그 무대를 평정한 이정후의 시선은 해외로 향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키움 구단에 2023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내부 논의를 거친 키움은 올해 1월 초 선수의 의지와 뜻을 존중하고 응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구단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고 지원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정후의 해외 무대 도전 선언에 미국과 일본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이정후를 지켜봐왔던 샌프란시스코가 가장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올 시즌 이정후가 부상을 당하는 등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서도 관심을 내비쳤고,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은 10월 초 직접 한국에 와서 이정후를 관찰하기도 했다.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사장은 "이정후가 개막전부터 매일 중견수로 뛰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다. 오늘은 샌프란시스코 구단 역사에 남을 위대하고 신나는 날"이라며 "우리 팀은 공격적인 부분에서 컨택 능력을 갖춘 선수가 필요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추구하는 야구이기도 하다. 비시즌 동안 우리가 가장 영입하고 싶었던 선수가 이정후였다"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토킹 베이스볼' 진행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가 빅리그 경험이 없는 이정후에게 너무 많은 금액을 지불했으며, KBO리그의 수준이 빅리그보다 낮기 때문에 이정후에게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진행자는 트리플A에서 활약한 선수를 더 적은 비용으로 홍보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방송 내용을 전한 '어라운드 더 포그혼'은 "이정후의 영입은 샌프란시스코의 오프시즌 가장 큰 이적이고,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의 계약은 역대 최고 대우 중 하나"라며 "이정후를 중견수로 활용할 계획인 샌프란시스코는 콘택트와 스피드를 바탕으로 이정후가 리드오프로서 활약하길 바라고 있다. 이번 계약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매체는 "팟캐스트 진행자들은 타당하고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제시하긴 했지만,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샌프란시스코에게 이정후를 영입하는 게 필요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이정후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도 적응 기간이 있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았는데 영입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추측하는 건 근거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미국 현지에서 계약, 입단 기자회견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한국으로 돌아온 이정후는 현재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며 2024시즌을 준비 중이다. 지난 19일 귀국한 그는 "10월 20일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미국에서도 계속 훈련했기 때문에 몸 상태는 좋다. 비자도 발급받아야 하고 미국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훈련하면서 지낼 생각이다. 한국은 날씨가 춥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정이 나오는 대로 빨리 미국에 들어가 몸을 만들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샌프란시스코 공식 SNS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