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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필로그] 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과 비참한 사람들…우리의 이야기 (엑:스피디아)

기사입력 2023.12.20 12:10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또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엑스포츠뉴스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수요일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고전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레미제라블’ 역시 오래된 작품이지만 현대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했던 장발장의 삶과 1800년대 프랑스의 ‘비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레미제라블’은 이미 연극과 뮤지컬, 영화 등 여러 장르에서 변주돼 왔다. 그만큼 작품의 가치와 문화적 영향력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작곡가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가 알랭 부브리 콤비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37년간 53개국 22개 언어로 공연했고 약 1억 3천만 명이 관람했다. 

최장수 흥행 뮤지컬인 만큼 높은 기대가 따르는데, 8년 만에 돌아온 한국 라이선스 공연은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레미제라블’ 하면 장발장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장발장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다. 제목부터 ‘Les Misérables', 불행한, 비참한 사람들이다. 포스터에도 장발장이 아닌 코제트의 모습이 담겨 있다. 

프랑스 혁명기를 배경으로 불합리한 사회 구조 때문에 고통받는 가난한 민중들의 삶, 새 시대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속에 장발장과 판틴, 코제트와 마리우스, 에포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시대를 넘은 보편성을 갖춘 작품으로, 현대에서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우리가 잊고 있던 인간애의 숭고함을 다룬다. 비숍 주교가 장발장의 도둑질을 용서하고, 장발장이 판틴의 딸인 가엾은 코제트의 아버지가 돼 사랑을 주고, 원수였던 자베르에게 자비를 베푸는 모습으로 참된 인간 정신을 조명한다. 

개인적으로 자베르 캐릭터가 눈길이 간다. 자베르는 자신이 믿는 정의만 옳다고 믿었던 인물이다. 경찰로서 평생 죄인 장발장을 집요하게 쫒았지만 장발장이 자신의 목숨을 살리자 삶의 의미를 잃고 의심 없던 확신이 깨져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FM의 정석이면서도 양심과 사회적 의무 사이에서 갈등한 그 역시 시대의 희생양이 아니었을까.

원작인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1862년에 발표한 ‘레미제라블’은 상당히 방대하다. 뮤지컬은 중요한 장면들 위주로 각색해 빠르고 생략된 부분이 많아 뮤지컬로 처음 접하면 어려울 수 있다. 원작을 읽거나 영화를 관람하면 더 와 닿을 터다.

대사 전달이 모두 노래로 이어지는 성-쓰루(Sung-Through) 뮤지컬이다. 웅장하고 친숙한 ‘Prologue: Work Song’부터 ‘I Dreamed a Dream’, Do You Hear the People Sing, 'One day more', 'Stars' 등이 뮤지컬의 강렬한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작품 외적으로는 음향이 아쉽다. (아역 배우의 딕션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아무리 잘 만든 작품이어도, 아무리 배우들이 연기와 노래를 잘한다 해도 가사가 들리지 않으면 몰입하기 쉽지 않다.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대작인 만큼 배우들의 실력이 높고 열연이 돋보인다.

빵을 훔쳐 먹게 생겨서 장발장 역에 캐스팅됐다는 배우 민우혁은 젊은 나이의 장발장부터 노년의 죽음을 맞이한 장발장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연기를 보여준다. 풍부한 성량과 무게감 있는 연기로 작품을 이끈다.

코제트의 어머니이자 시련 앞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판틴은 상대적으로 정말 짧게 등장하나 그 이상의 존재감을 내뿜는다. 열악한 삶을 사느라 고통받는 여성과 딸 코제트를 향한 절절한 모성애를 표현한다.

장발장을 끈질기게 추격하는 냉혹한 경찰 자베르를 연기하는 카이와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며 가슴앓이하는 에포닌 역의 김수하도 풍부한 성량과 싱크로율 높은 연기로 안정감을 준다.

이들 외에도 김진욱, 박준면, 육현욱, 윤은오, 류인아와 앙상블들, 프랑스 혁명군을 돕다가 목숨을 잃는 거리의 소년인 가브로쉬 역의 귀여운 아역 배우 김승주까지 극의 중심에서 감동을 전달한다.

사진= 레미제라블코리아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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