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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경 사례 없다'…한국 쇼트트랙 월드컵 4차 혼성 계주 실격, 그런데 동메달 왜? [현장리뷰]

기사입력 2023.12.16 17:29 / 기사수정 2023.12.16 17:29



(엑스포츠뉴스 목동, 유준상 기자)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혼성계주 2000m에서 실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나오면서 동메달을 수확했다.

한국은 16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3-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혼성계주 2000m 결승에서 실격 판정을 받았으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앞선 세 차례의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혼성계주 2000m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1차 대회에서는 중국에 밀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고, 2차 대회와 3차 대회에서는 아예 입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날 준결승에서 김길리(성남시청), 심석희, 박지원(이상 서울시청), 서이라(화성시청)로 팀을 꾸린 한국은 조 1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이후 결승에서는 '남녀 에이스' 김길리와 박지원, 심석희, 황대헌(강원도청)으로 팀을 꾸렸다. 사실상 '최정예 멤버'로 나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첫 번째 주자 심석희가 2위로 자리잡으면서 선두 네덜란드의 뒤를 바짝 쫓았다. 심석희의 뒤를 이은 두 번째 주자 김길리도 속도를 내면서 네덜란드의 빈틈을 노렸다.

세 번째 주자 황대헌의 터치를 받은 네 번재 주자 박지원은 인코스를 파고들면서 네덜란드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8바퀴를 남기고 다시 주자로 나선 심석희는 네덜란드의 견제 속에서도 선두를 지켰고, 심석희와 김길리의 터치도 원활하게 이뤄졌다.




김길리는 속도를 끌어올리며 잔드라 벨제부르(네덜란드)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고, 황대헌은 점점 격차를 벌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지막 주자 박지원이 마지막 코너를 도는 과정에서 옌스 판트파우트(네덜란드)와 강하게 충돌했고, 그대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후 해당 상황을 여러 차례 살핀 심판진은 재경기를 선언했지만, 한국 선수들은 모습을 감췄다. 심판진이 한국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국만 재경기에 참가하는 것으로 판정을 내렸다. 직선 주로를 달리던 판트파우트의 인코스 추월 과정에서 박지원이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는 게 심판진의 판단이었다.

결국 실격 판정을 받은 한국 없이 재경기가 열렸다.

재경기 끝에 네덜란드와 이탈리아가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미국이 재경기에서 실격 판정을 받으면서 결승에 오른 네 팀 중에서 두 팀이 실격 처리된 것이다. 첫 경기에서 실격을 받아 입상은 기대하지도 않았던 한국이 극적으로 공동 3위를 차지해 동메달을 획득하게 됐다.

시상식 종료 이후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4팀 중에서 2팀이 실격되면 1위와 2위 팀이 결정되고, 다섯 팀이 올라왔을 때 세 팀이 실격될 경우에는 실격 판정을 받은 세 팀이 공동 3위가 된다"라며 "이전까지만 해도 오늘과 같은 상황이 나왔을 땐 파이널B에서 1위에 오른 선수 또는 팀이 3위를 수상했는데, 지난해부터 규정이 바뀌었다. 결승에 올라온 선수들을 모두 인정해줬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전 규정이었으면 파이널B에서 1위를 차지한 벨기에가 어부지리로 동메달을 차지하는 것이었지만 ISU가 이를 바꿨다는 얘기다. 재경기에서 미국도 실격 판정을 받으면서 얻은 일종의 행운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쇼트트랙은 지난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전이경이 파이널B로 밀린 뒤 1위를 차지했는데, 이 때 파이널A(결승)에 올랐던 이사벨 샤레(캐나다)가 실격 판정을 받고, 왕춘루(중국)가 결승선을 통과하지 않아 순위가 5위에서 3위로 점프, 행운의 동메달을 따낸 적이 있다. 전이경이 파이널B임에도 최선을 다한 레이스로 이뤄낸 결과였다. 그러나 변경된 규정으로 이젠 '전이경 사례'가 나오지 않게 됐다.


◆2023-2024 ISU 월드컵 대회 혼성계주 2000m 메달 획득 현황

*1차 대회: 금메달 중국 / 은메달 한국 / 동메달 이탈리아

*2차 대회: 금메달 중국 / 은메달 네덜란드 / 동메달 이탈리아

*3차 대회: 금메달 네덜란드 / 은메달 중국 / 동메달 미국

*4차 대회: 금메달 네덜란드 / 은메달 이탈리아 / 동메달 한국, 미국

사진=목동,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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