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이정후의 입단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15일(이하 한국시간) X(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구단 공식 계정에 "Welcome to the San Francisco Giants, Jung Hoo Lee. 이정후 선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온 걸 환영합니다"라고 영어와 한글로 적은 환영 문구와 함께 이정후의 입단을 알렸다.
샌프란시스코는 이 트윗을 가장 상단에 고정했고, 한글로 이정후라고 적힌 글과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합성된 사진을 올리면서는 "The JHL Show SOON"이라고 적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KBO리그 기록이 적힌 사진을 업로드하며 "바람의 손자와 만나다(Meet the Grandson of the Wind)"라며 이정후의 별명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계정의 배경 사진을 '자이언츠'라고 한글로 적힌 사진으로 변경하는 등 상당한 정성을 보였다.
앞선 13일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을 비롯한 미국 매체와 기자들은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했다. 계약 기간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490억 원),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의 계약 소식을 전했다.
신체검사 절차가 남아있어 공식 발표를 하고 있지 않던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샌프란시스코와 이정후는 2027시즌 종료 후 1억 1300만 달러 상당의 6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정후는 2024년 700만 달러, 2025년 1600만 달러, 2026년과 2027년에 2200만 달러, 2028년과 2029년에 2050만 달러를 받는다. 계약금 500만 달러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정후는 자이언츠 커뮤니티 펀드에 자선 기부를 할 것이며, 2024년에 6만 달러, 2025년에 8만 달러, 2026년과 2027년에 11만 달러, 2028년과 2029년에 10만 2500달러를 기부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2017년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하며 데뷔했다. 아마추어 시절까지는 KBO리그의 레전드 아버지 이종범의 아들로 이름을 알렸지만 현재는 이정후 스스로 한국 야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타로 성장했다.
이정후는 루키 시즌부터 키움의 주전 외야수 자리를 꿰찼다. 정규리그 14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24(552타수 179안타) 2홈런 47타점 12도루 OSP 0.812로 맹타를 휘둘렀다. KBO 고졸 신인 타자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 아버지 이종범도 해내지 못했던 신인왕에 올랐다.
2년 차였던 2018시즌에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우려하는 시선을 비웃듯 109경기 타율 0.355(459타수 163안타) 6홈런 57타점 11도루 OPS 0.889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을 목에 걸으면서 병역특례를 받았다.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면서 성장을 이어갔다.
3년차였던 2019시즌 140경기 타율 0.336(574타수 193안타) 6홈런 68타점 13도루 OPS 0.842로 KBO리그 최고의 타자 자리를 완전히 굳혔고, 2020시즌에는 자신을 뛰어넘었다. 정교한 컨택 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장타력까지 끌어올렸다. 140경기 타율 0.333(544타수 181안타) 15홈런 101타점 12도루 OPS 0.921로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정후의 성장은 멈출 줄을 몰랐다. 2021시즌 123경기 타율 0.360(464타수 167안타) 7홈런 84타점 10도루 OPS 0.959로 리그를 평정했다. 타격왕 타이틀까지 손에 넣으면서 아버지 이종범(1994 시즌 MVP, 타율 0.393 196안타 19홈런 77타점 84도루)과 함께 한미일 프로야구 최초로 부자(父子) 타격왕이라는 멋진 역사를 썼다.
2022시즌에는 더 무시무시한 타자가 됐다. 142경기 타율 0.349(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5도루 OPS 0.996로 2년 연속 타격왕에 정규리그 MVP에 등극했다. 꼴찌 후보로 꼽혔던 키움은 이정후를 앞세워 창단 후 3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의 위업을 이뤄냈다.
올 시즌에는 7월 왼쪽 발목 신전지대 손상 진단을 받으면서 86경기 105안타 6홈런 45타점 50득점 타율 0.318을 기록했다. 수술 후 어느 정도 회복을 한 이정후는 홍원기 감독의 배려로 마지막 홈경기였던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한 타석과 1이닝 수비를 소화했고, 키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이 장면을 샌프란시스코 피트 푸틸라 단장도 지켜봤다.
이미 계약 소식이 전해지기 전부터 'MLB.com'은 "샌프란시스코는 2022년 KBO MVP를 수상, 리그에서 7시즌 동안 타율 0.340을 기록한 25세의 이정후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려는 팀들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정후는 올해 7월 왼쪽 발목 골절상을 당하면서 86경기밖에 나서지 못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10월 키움에서의 이정후의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푸틸라 단장을 한국에 보내는 등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푸틸라 단장은 윈터미팅 기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한 타석에서 6, 7번의 스윙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이정후에 대한 인상을 전하며 "뜬공을 잡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에너지가 정말 대단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헐거운 외야 사정도 이정후 영입에 한 몫을 했다. 'MLB.com'은 "KBO 골든글러브를 5차례나 수상한 이정후는 상위급 수비력을 갖춘 중견수로 평가되는데, 이 포지션은 샌프란시스코가 이번 오프시즌 보강해야 하는 포지션이기도 하다"면서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 중견수의 평균 대비 아웃 기여도(OAA·Outs Above Average)가 리그 전체 28위(-13)에 그쳤던 점을 지적했다.
올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주전 중견수'로 내세울 만한 선수가 없었다. 루이스 마토스가 가장 많은 76경기에 중견수로 출전했으나, 타율 0.250, 2홈런, 14타점에 그쳤다. 브라이스 존슨은 30경기, 웨이드 메클러가 20경기에 중견수로 나섰지만 기대 이하였다. 밥 멜빈 감독의 "뛰어난 운동 신경과 수비 능력을 갖춘 중견수를 찾고 있다"는 말은 곧 이정후가 주전 중견수로 자리 잡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미 현지 언론들은 이정후를 샌프란시스코 라인업의 가장 위에 올려놓으며 '주전' 이정후를 예상하고 있다. 'MLB 네트워크'는 2024년 시즌 샌프란시스코의 타순을 예상하며 이정후를 1번타자 및 중견수로 두고,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나 윌머 플로레스와 테이블 세터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MLB.com'은 이정후를 소개하며 "이 25세의 외야수는 KBO 선수 생활을 하며 통산 타율 0.340,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의 폭발적인 슬래시 라인을 올렸는데, 어떤 시즌에도 0.318 이하의 타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정후의 합류는 마이크 야스트렘스키, 미치 해니거, 마이클 콘포토, 오스틴 슬레이터, 루이스 마토스, 웨이드 메클러를 포함한 자이언츠의 외야수 조합을 더욱 혼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해니거와 콘포토를 지명타자로 쓸 수 있지만, 샌프란시스코가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SPN'은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에 뽑힌 2022년에는 타율 0.349, 출루율 0.421, 장타율 0.575를 올리고, 개인 한 시즌 최다인 23홈런을 쳤다. 이 시즌 볼넷이 66개로, 삼진 32개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라고 이정후의 출루 능력과 콘택트 능력을 조명하며 "최근 2년 동안 이정후의 삼진 비율은 5.4%에 불과했다. 2023년 KBO리그 평균 18.2%, 메이저리그 22.7%보다 훨씬 좋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ESPN'은 "샌프란시스코는 25살의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발될만한 재능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샌프란시스코가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이 빅리그 진출 후 두 시즌 동안 고전하다 3년 차인 올해 OPS 0.749로 반등한 것과 달리, 이정후가 보다 빠르게 빅리그에 적응해 평균 이상의 출루율과 0.300에 가까운 타율을 찍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포브스'는 "자이언츠가 마침내 거인을 얻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오프시즌 동안 애런 저지, 카를로스 코레아, 오타니 쇼헤이 등을 영입하기 위한 시도를 벌인 끝에 한국인 외야수 이정후 영입으로 대성공을 거뒀다"고 얘기했다.
이 매체는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뉴욕 메츠와 뉴욕 양키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중견수를 찾고 있던 여러 팀들이 탐을 내고 있던 자원이었다"고 덧붙였다.
'포브스'는 "이 타자는 배리 본즈가 아닌 이상 바람과 거리 탓에 좌타자들에게는 고난을 안기는 오라클 파크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25세의 이정후는 아직 배울 시간이 많다. 그는 빅리그 클럽과 사인 전인 '입찰 전쟁의 중심에 있는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와는 동갑내기다"라고 적었다.
이어 "이정후가 어느 포지션에서 최상의 수비를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스카우트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견수로 무난한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좌익수로는 더 뛰어날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면서 "그의 스피드는 어느 포지션에서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포브스'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파르한 자이디 사장은 이번 오프시즌 초 샌프란시스코는 좋은 수비력을 갖춘 외야수를 찾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자이디 사장은 "우리는 더 빠르고, 더 넓은 범위를 소화할 수 있는 외야수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브스'는 "분석지향인 감독 게이브 캐플러 밑에서 미치 해니거, 마이클 콘포토, 마이크 야스트렘스키 등 12명 이상의 외야수가 기용이 됐지만 중견수 자리에서 57경기 이상을 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FA 코디 벨린저를 영입하지 않는 이상 밥 멜빈 신임 감독은 이정후를 중견수, 야스트렘스키와 콘포토를 좌우에 놓고 해니거를 4번 외야수 겸 지명타자로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편, 이정후는 현지 시간으로 15일 오후 1시, 한국 시간으로는 16일 오전 6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 구장 오라클 파크에서 공식 입단식을 가질 예정이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MLB.com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