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논현동, 김지수 기자)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내야수로 거듭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후배들에게 더 큰 무대를 꿈꾸라는 조언을 전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 진출에 도전하는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를 비롯해 충분히 미국에서 통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KBO리그에 많다는 입장이다.
김하성은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엘리에나호텔에서 열린 2023 일간스포츠·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뛰고 있는 또 다른 코리안 빅리거 배지환도 김하성과 함께 특별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하성은 "좋은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올해 골드글러브라는 큰 상을 받으면서 나를 더 발전하고 싶게 만들었다"며 "내년에도 앞으로도 꾸준히 (골드글러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하성은 미국 진출 3년차를 맞은 올해 타율 0.260(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38도루 OPS 0.749로 맹활약을 펼쳤다. 팀의 리드오프 자리를 꿰찬 뒤 샌디에이고의 돌격대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메이저리그 최상급 수비력도 인정받았다.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 수상의 기쁨까지 맛봤다. 유틸리티 부문 황금장갑을 품으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김하성은 KBO리그 마지막 해였던 2020 시즌 키움 히어로즈에서 138경기 타율 0.306(533타수 163안타) 30홈런 109타점 23도루로 절정의 기량을 뽐낸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샌디에이고와 4년 총액 2800만 달러(약 365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고 빅리거가 됐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쉽지 않은 무대였다. 김하성은 2021년 샌디에이고에서 117경기 타율 0.202(267타수 54안타) 8홈런 34타점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유격수, 2루수, 3루수까지 내야 전 포지션에서 보여주는 뛰어난 수비력과 탁월한 주루 센스는 호평받았지만 공격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확인했다.
김하성은 무서운 적응력을 보여줬다. 2022 시즌 150경기 타율 0.251(517타수 130안타) 11홈런 59타점 OPS 0.708로 향상된 방망이 솜씨를 뽐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정상급 유격수 수비까지 선보이며 샌디에이고의 주축으로 우뚝 섰다.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선정되며 빅리그 전체가 주목하는 내야수가 됐다.
2023 시즌 포지션을 2루수로 옮기는 변화와 잦은 트레이드설 속에서도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샌디에이고가 올 시즌을 앞두고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2억 8천만 달러(약 3487억 원)의 초대형 계약과 함께 영입하면서 김하성의 팀 내 입지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초창기) 성적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조금만 잘하면 커리어 하이가 되는 것 같다"고 쑥스럽게 웃은 뒤 "항상 지난 시즌보다 다음 시즌에 반걸음이라도 더 성장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는데 올해는 잘 이뤄졌다. 내년에도 반걸음 더 나아가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하성은 그러면서 KBO리그에서 활약 중인 어린 후배들이 자신이 뛰고 있는 메이저리그 무대를 목표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실제로 김하성과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시즌 동안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정후는 KBO리그를 평정하고 태평양을 건널 채비를 마쳤다. 키움 구단은 4일 오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고지가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이정후 영입을 원하는 메이저리그 팀들은 30일 동안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이정후는 앞서 지난달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한국시리즈 5차전을 김하성과 함께 직관하기도 했다. 이정후는 당시 메이저리그 진출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고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김하성과 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키움 내야수 김혜성도 내년 시즌을 마치면 포스팅 자격을 얻어 해외 진출을 타진할 수 있다. 김혜성도 메이저리그 무대에 대한 동경심과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김하성은 "올해 KBO리그 경기를 많이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하이라이트는 꾸준히 봤고 뉴스도 챙겨 읽었다"며 "노시환, 이정후, 김혜성을 비롯해 어린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이 선수들이 한국 야구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큰 꿈을 가지고 메이저리그에 하루빨리 도전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하성은 이와 함께 올해 처음으로 풀타임 빅리거가 된 배지환을 향한 애정이 듬뿍 담긴 조언도 건넸다. 배지환은 특유의 빠른 발을 앞세워 111경기 타율 0.231(334타수 77안타) 2홈런 32타점 24도루의 성적을 기록했다. 만 24세의 젊은 나이와 성장세를 감안하면 타격은 내년 시즌 더 발전할 여지가 크다. 내외야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능력도 강점이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 생존비법은 한국인 특유의 근성으로 달라붙어 있어야 한다"고 농담을 건넨 뒤 "배지환은 너무 좋은 선수다. 한국에서 뛰었어도 최고가 됐을 것 같다. 내년에는 (메이저리그) 도루왕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진=논현동, 고아라 기자/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