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복수의 스웨덴 팬들이 자국 대표팀이 치르는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예선 벨기에 원정을 보러 왔다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벨기에 총리가 즉각 사과와 애도를 표했으며, 벨기에-스웨덴전은 하프타임 이후 중단됐다.
17일 영국 유력지 '인디펜던트'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벨기에 경찰은 수도 브뤼셀에서 두 명의 스웨덴 국민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에 두 팀 경기는 중단됐고 벨기에 경찰은 관중이 경기장에 머물도록 부탁했다. 이어 테러 경보를 최고 단계로 격상했다.
알렉산더 드 크루 벨기에 총리는 SNS를 통해 "오늘 밤 브뤼셀에서 스웨덴 시민들을 향한 참혹한 공격이 있었다. 스웨덴 총리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했다"며 "우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한다. 테러와의 전쟁은 공동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웃나라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몇 분 전 브뤼셀은 또다시 이슬람 테러 공격을 당했다"면서 "브뤼셀에 대한 공격으로 유럽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브뤼셀 검찰 대변인은 피해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나 가능한 동기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벨기에 한 신문 웹사이트에 게재된 영상에선 주황색 재킷을 입은 남자가 교차로에서 스쿠터를 타고 처음에 2~3발을 쏘고 이어 건물 안으로 달려가 2발을 더 쏜 뒤 떠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사건을 본 목격자는 "가해자가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가장 위대하다)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가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는 SNS에 영상도 올렸는데 그는 "내 이름은 압데살렘 알 길라니다. 나는 이슬람 국가 출신"이라며 "난 지금까지 스웨덴인 (2명이 아닌)3명을 죽였다"고 주장했다. 다만 벨기에 경찰에선 피살된 스웨덴 축구팬을 2명이며, 다른 한 명은 심하게 다친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경기에서 벨기에와 스웨덴은 전반에 각각 한 골씩 넣고 후반전을 준비 중이었다. 전반 15분 스웨덴 스트라이커 빅토르 기오케레스가 선제골을 넣었으나 전반 31분 벨기에 간판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가 동점포를 성공시켜 1-1 무승부인 상황에서 전반전이 끝났다.
이후 스웨덴 선수들이 자국민 피살 소식에 후반전 치르기를 거부했다. 이에 벨기에 선수단도 동의해 경기는 결국 전반이 끝난 뒤 취소됐다. 스웨덴 대표팀을 이끄는 얀네 안데르손 감독은 취재진에 "(하프타임) 휴식을 위해 (그라운드에서) 떠나는 중에 총격 사실을 접했다. 완전히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다"며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커룸에 들어와서 선수들과 이야기해보니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하는 취지에서 경기를 중단하는 쪽으로 100%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당시 경기장을 찾은 한 스웨덴 팬은 자국 유력 일간 아프톤블라데트에 "큰 충격을 받았고, 당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모두가 스웨덴 대표팀 유니폼을 벗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1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늘 저녁 브뤼셀에서 발생한 사건에 따라 두 팀 및 현지 경찰 당국과의 협의를 했다. 벨기에와 스웨덴 간의 UEFA 유로 2024 예선 경기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추가적인 논평이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번 사건은 테러 자체도 끔찍하지만, 가해자가 자국 축구대표팀의 원정 경기를 따라 온 팬들을 겨냥하고 쏜 사건이어서 축구계에 굉장한 충격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팬들은 물론이고 선수단의 안전 문제가 크게 대두되면서 향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예선 및 내년 6월 독일에서 열릴 본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본선은 베를린과 뮌헨, 도르트문트, 슈투트가르트, 겔젠키르헨, 함부르크, 뒤셀도르프, 쾰른, 라이프치히,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 10개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아울러 앞으로 진행될 각종 축구 대회에서도 상대팀 원정팬을 겨냥한 모방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어 축구 경기 안전 등에 대한 파급 효과가 우려된다.
한편, 벨기에 수도 브뤼셀은 지난 2016년에도 대형 테러 사건이 출근길 아침에 발생하면서 홍역을 앓은 적이 있다.
2016년 3월 22일 오전 8~9시에 브뤼셀 시내에서 3차례의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했으며, 브뤼셀 공항에서 먼저 두 차례 발생한 뒤 시내 지하철역에서 2차 테러 공격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당시 자폭 테러리스트 2명을 포함 34명이 사망하고 250명이 부상 당했다. 당시 공항과 기차역이 모두 폐쇄되면서 브뤼셀이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벨기에는 이후 꾸준히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안전 강화에 치중했다. 지난 3월엔 대테러 작전으로 8명을 체포했다고 벨기에 연방검찰이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무위에 그쳐 축구팬을 겨냥한 테러가 브뤼셀 한복판에서 발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