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에서 1위 자리에 오르면서 이르지만 우승 가능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지난 10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역사에 따르면, 토트넘 팬들이 꿈을 꾸는 건 이르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38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프리미어리그가 리그 8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토트넘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리그 선두를 질주 중이다. 토트넘과 아스널은 승점(20)과 득실 차(+10) 모두 동일하지만, 다득점에서 토트넘이 18골로 아스널(16골)보다 더 많으면서 1위로 올라섰다.
10월 A매치 휴식기를 앞두고 토트넘은 지난 7일 영국 루턴 케니워스 로드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루턴 타운 원정 경기에서 후반 8분 미키 판더펜의 결승골에 힙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은 루턴 타운을 상대로 전반 내내 고전하며 좀처럼 득점을 터트리지 못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전반 추가시간 미드필더 이브 비수마가 퇴장을 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처했다. 비수마는 상대 아크 정면에서 수비와 부딪혀 쓰러지는 듯 보였는데, 닿기도 전에 먼저 쓰러지는 것이 주심에게 확인되며 옐로카드가 나왔다. 이미 경고가 한 장 있었던 비수마는 곧바로 경고 누적 퇴장으로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토트넘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수적 열세 상황에서도 후반 초반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8분 코너킥 상황에서 제임스 매디슨이 데얀 쿨루세브스키와의 연계를 통해 골라인을 타고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출했고 곧바로 중앙에 위치한 판더펜에게 패스를 건넸다. 판더펜은 곧바로 슈팅을 시도해 루턴 타운 골망을 흔들었다.
이 득점은 2023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된 판더펜이 토트넘에서 터트린 첫 번째 골이었다.
실점을 허용한 루턴 타운이 후반 막판까지 토트넘을 몰아붙였지만, 경기장에 남은 토트넘 선수들 모두가 루턴 타운의 공세를 필사적으로 막아내며 결국 1-0으로 승리했고, 토트넘이 리그 8경기 무패 행진에 성공했다.
판더펜의 토트넘 데뷔골이자 결승골에 힙입어 토트넘은 리그 8경기에서 승점 20(6승2무)을 챙기면서 리그 선두로 올라섰다. 다만 디펜딩 챔피언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 맨체스터 시티가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았기에 토트넘의 1위는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맨시티가 8라운드에서 패하면서 토트넘은 좀 더 1위 자리에서 머물 수 있게 됐다. 맨시티는 지난 9일영국 런던에 위치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가브리엘 마르티넬리한테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팽팽한 0-0 흐름이 계속 이어지던 중 후반 40분 브라질 공격수 마르티넬리가 귀중한 선제골을 터트렸다. 먼저 토마스 파티의 롱패스가 박스 안으로 쇄도하던 토미야스 다케히로한테 향했고, 이를 토미야스가 머리에 맞춰 옆에 있던 카이 하베르츠한테 공을 넘겨줬다.
맨시티 수비수들한테 둘러싸인 하베르츠는 직접 슈팅을 하기 보다 박스 바로 밖에 있던 마르티넬리한테 패스했다. 패스를 받은 마르티넬리는 곧바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했는데, 이 슈팅이 맨시티 수비수 네이선 아케 몸 맞고 굴절돼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아스널은 늦은 시간에 나온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내는데 성공했고, 마르티넬리 선제골을 결승골이 되면서 아스널의 1-0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이 경기 전까지 맨시티 상대로 리그 12연패 중이던 아스널은 길었던 연패를 끊으면서 약 6년 만에 맨시티로부터 승점을 가져가는데 성공했다.
맨시티전 승리로 아스널은 승점 20(6승2무)이 되면서 2위로 도약했다. 반면에 맨시티는 승점 18(6승2패)을 그대로 유지해 리그 3위로 내려가면서 선두 탈환에 실패했다.
맨시티의 패배로 토트넘은 적어도 맨시티가 리그 9라운드를 치르는 10월 21일까지 선두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시즌이 끝나려면 아직 30경기를 더 치러야 하지만 팬들은 시즌 초반 토트넘이 1위에 올랐다는 사실에 즐거워 했다.
이를 두고 프리미어리그는 1992년부터 2022년까지 리그 8라운드에서 1위 자리에 올랐던 팀들 중 몇 팀이나 리그 우승에 성공했는지를 조사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지휘 하에 토트넘은 8경기를 치른 뒤 대회 역대 최고의 출발을 보이면서 상위권에 올랐다"라며 "지금까지 8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렸던 31개 팀들 중 흥미롭게도 12팀이 프리미어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즉 우승 확률은 39%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스널, 맨시티, 리버풀이 토트넘을 추격하고 있음에도 토트넘 팬들은 2024년 5월에 트로피를 들어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만 8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는 팀들 중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게다가 토트넘을 추격하고 있는 팀들은 모두 토트넘보다 높은 위치에서 우승에 도전했던 경험이 더 많다"라며 벌써부터 토트넘 우승을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당장 지난 시즌에 아스널이 개막한 이후부터 시즌 후반까지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막판에 맨시티한테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리버풀도 2021/22시즌 선두를 달리다 맨시티한테 우승 트로피를 넘겨줘야 했다.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다 막판에 주춤하면서 1위 자리에서 내려온 사례가 더 많음에도 토트넘 팬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토트넘 목표는 4위 안에 들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복귀였기에, 현재 토트넘은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팬들을 즐겁게 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8위로 마무리하면서 유럽대항전 진출에 실패했다. 분위기 반등을 위해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결별하고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내세웠으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스텔리니 감독 대행도 경질하고 라이언 메이슨 코치한테 지휘봉을 맡겼다.
실망스러웠던 한 해를 보낸 토트넘은 새 시즌을 앞두고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을 성공적으로 이끈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다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과 같은 빅클럽을 맡아본 게 이번이 처음이라 그의 지도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게다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월드 클래스 공격수 해리 케인이 독일 분데스리가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2023/24시즌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토트넘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초반이지만 리그 선두권 경쟁을 펼쳤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밑에서 하나로 똘똘 뭉친 토트넘은 매 경기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아직까지 리그에서 패배를 맛보지 않았다.
토트넘 상승세 비결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지도력과 제임스 매디슨, 굴리엘모 비카리오 등 신입생들의 활약 그리고 토트넘 새로운 주장 손흥민의 리더십이 큰 영향을 끼쳤다.
새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된 손흥민은 부담감을 느끼기 보다 오히려 새로운 역할을 즐기면서 아쉬웠던 지난 시즌을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케인이 떠난 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9번 공격수로 배치하면서 손흥민의 부활을 도왔다.
루턴 타운전 때 침묵했지만 손흥민은 이번 시즌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한 후 9월 4경기 중 3경기에서 6골을 득점하는 활약을 선보이면서 프리미어리그 9월 이달의 선수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9월 이달의 선수 후보에 포함된 선수들 중 손흥민보다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린 선수는 없기에 손흥민의 통산 4번째 이달의 선수 선정이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손흥민 중심으로 시즌 초반 프리미어리그에 돌풍을 일으키면서 토트넘은 목표인 챔피언스리그 복귀를 넘어 타이틀 경쟁에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토트넘은 경쟁팀들과 달리 유럽대항전을 병행하고 있지 않아 온전히 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어 유리한 면이 있다.
물론 토트넘이 우승 가능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현재의 경기력과 퍼포먼스를 시즌 후반까지 유지할 필요가 있고, 핵심 선수들이 전력에서 이탈하는 상황도 잘 대처해야 한다. 당장 손흥민이 2024년 1월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차출될 예정이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아무도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리그 8라운드 1위 토트넘이 역대 13번째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성공한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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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