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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월클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우상혁, No.1과 경쟁하는 라이벌 됐다 [항저우 인터뷰]

기사입력 2023.10.05 08:11 / 기사수정 2023.10.05 08:11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저 선수처럼 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같이 경쟁을 해서 흥미롭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높이 뛰기 결승전은 대회 역대급 명승부가 펼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은 어린시절 자신의 우상이었던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르심과 명경기를 팬들에게 선사하며 자신의 커리어에 빛나는 순간을 하나 더 추가했다.

우상혁은 4일 저녁 8시(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경기장(Hangzhou Olympic Sports Centre)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 출전, 12명의 선수 중 최종 2위에 오르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금메달 획득은 불발됐지만 우상혁의 아시안게임 2연속 은메달도 한국 육상의 쾌거 중 하나다. 우상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높이뛰기 2위에 올랐던 가운데 올해 항저우 대회에서도 아시아 2위를 차지했다.

이날 남자 높이뛰기 결승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여 관중들을 즐겁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 특히 2m29부터 우상혁과 바르심, 일본의 토모히로까지 3명만 생존하면서 경기 진행이 더욱 흥미로워졌다. 

우상혁, 바르심, 토모히로의 메달 색깔은 2m31부터 갈렸다. 우상혁과 바르심은 나란히 1차 시기에서 가뿐히 성공시킨 뒤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치며 경기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반면 토모히로는 2m31을 1~3차 시기 모두 실패하면서 동메달을 확정했다.

우상혁, 바르심은 이후 아시안게임 역사에 남을 대결을 펼쳤다. 두 사람 모두 2m33을 1차 시기에 성공시키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7만여 관중의 함성을 이끌어냈다.



우상혁과 바르심은 이후 바 높이를 2m35로 올린 뒤 관중석을 향해 두 팔을 벌려 환호를 유도했다. 남자 높이뛰기 결승전 분위기는 점점 더 뜨거워졌다. 

하지만 우상혁은 자신의 실외 경기 개인 최고 기록 2m35를 넘지 못했다. 바르심은 2m35를 1차 시기에 성공시키며 우상혁보다 금메달에 가까워졌다. 

우상혁은 이후 2m37로 바를 높이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1~2차 시기 모두 바를 건드렸다. 2m35 1차 시기를 포함해 3번 연속 실패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금메달의 주인공은 바르심으로 정해졌다. 바르심은 2010 도하, 2014 인천 대회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챙겨가게 됐다. 

우상혁은 비록 자신의 올해 가장 큰 목표였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환하게 웃었다. 바르심과 멋진 경기를 펼친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얼굴이었다.



우상혁은 결승전 종료 후 "저는 오로지 금메달만 바라보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왔다. 바르심 선수와 무조건 경쟁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다른 부분까지 고려하면 내 플레이까지 잘 안 될 것 같았다. 후회 없이 바르심과 경쟁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바르심 선수와 높이뛰기 결승에서 경쟁할 수 있었고 어떻게 보면 영광적인 순간이었다"며 "바르심과 너무 즐거 경쟁을 하면서 내 기량이 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흥미롭다. 재미 있는 높이 뛰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1991년생인 바르심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현역 No.1 점퍼다.  2017 런던 세계선수권을 시작으로 2019 도하, 2022 유진 대회까지 남자 높이뛰기 3연패를 달성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이탈리아의 장마르코 탬베리와 공동 금메달을 수상한 데 이어 2010 광저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항저우에서 개인 통산 3번째 금메달까지 손에 넣었다. 

우상혁은 자신의 커리어 초창기에 바르심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라이벌이 됐다. 바르심도 아시안게임 기간 우상혁을 "나의 친구"라고 표현하면서 친근감을 드러냈다.

우상혁은 지난달 17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남자 높이뛰기 경기에서 2m35를 넘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자신의 기량이 '월드 클래스'라는 걸 입증했다.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은 세계 정상급 육상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다. 육상계에서는 하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다음으로 중요도가 높은 메이저 대회다.



바르심은 지난 2일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만난 우상혁에게 다이아몬드리그 우승 축하를 건네고 결승에서 선전을 다짐했다. 결승에서도 서로를 향한 '리스펙'을 보여주면서 세계 최고의 점퍼들간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우상혁은 "내가 어릴 때 바르심 같은 위치가 될 수 있을까 많이 생각했다"며 "이제는 매번 대회 때마다 함께 경쟁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고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르심은 내 승부욕을 더 불태워 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저 제가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바르심과 경기를 하는 게 흥미롭고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우상혁은 그러면서 내년 파리 올림픽 전까지 자신의 개인 최고 기록이자 한국 기록인 2m35를 뛰어넘겠다고 약속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4위에 올랐던 가운데 자신의 커리어 두 번째 올림픽에서는 입상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상혁은 "2m35, 2m37은 내가 넘어야 할 산이다. 파리 올림픽이 300일도 남지 않았는데 꼭 이 기록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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