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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 '선물' 대신 '기운'만 받았다…원태인이 웃음 터트린 이유 [AG 현장]

기사입력 2023.09.27 11:45



(엑스포츠뉴스 고척, 최원영 기자) 든든한 응원을 등에 업었다.

우완 선발투수 원태인(삼성)은 올해 세 번째 성인 대표팀 승선을 이뤘다.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이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 발탁됐다.

대표팀은 23일 소집됐다. 원태인은 합류 전 개인 SNS에 소속팀 홈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사진을 올렸다. 그 안에서 투구하거나 인사 중인 본인 사진도 게시했다. 그는 "그리울 것 같았다. 사진을 찍어놓게 되더라"고 돌아봤다.

팀 선발진이 흔들리고, 팀 순위 역시 최하위권인 상황이라 마음이 더 무거웠다. 원태인은 "어려울 때 자리를 비우게 돼 죄송한 마음이 컸다. 마지막 등판을 하지 못하고 온 것도 신경 쓰였다"고 전했다. 지난 22일 대구 두산전 선발 등판 예정이었으나 손가락 근육 통증으로 휴식을 취했다.

이어 "박진만 감독님께서 '이제 삼성 생각은 접어두고 대표팀에서 잘하고 와라'라고 응원해주셨다. 너무 죄송했다"며 "한편으론 감독님 말씀대로 대표팀에 모든 것을 다 바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포수 강민호도 원태인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원태인이 신인이던 2019년부터 5년간 배터리 호흡을 맞춰온 선배다. 원태인은 "형이 모든 좋은 기운 다 가져가라며 안아주시고 악수도 해주셨다"고 자랑했다.

한 가지 일화를 공개했다. 강민호의 라커룸 자리에는 2009년 WBC 때 직접 착용했던 목걸이가 걸려있다. 당시 대표팀은 준우승을 기록했다. 강민호는 "그때 이 목걸이와 함께 잘했으니 가져가라. 다녀와서 다시 돌려줘라"고 말했다. 순간 원태인은 "혹시 우승한 물건은 없나요?"라고 조심스레 물었다. '준우승'이 마음에 걸렸던 것.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목표는 금메달, 즉 우승이다.

원태인의 한 마디에 강민호는 화들짝 놀라 "아 참, 이건 안 되겠다"며 목걸이를 곧바로 회수했다. 원태인은 "(강)민호 형의 좋은 기운만 잔뜩 받았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뺏어왔어야 했는데 라커룸에 없더라"며 "그래도 기를 주셔서 감사했다. 다른 형들도 다 같이 응원해주셨다"고 미소 지었다.



삼성 선수단의 애정을 듬뿍 안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자신감은 가득하다. 원태인은 "올해 초 WBC에 다녀온 뒤, 투수들은 리그에서 다 고전할 것이란 시선이 많았다. 나 또한 초반 성적이 저조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며 운을 띄웠다. 원태인은 4월 5경기 29⅔이닝서 2승1패 평균자책점 4.55, 5월 4경기 22⅔이닝서 1승2패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했다.

이어 "그런데 후반기로 갈수록 성적이 좋아졌다. 프로에서 후반기 성적이 더 좋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며 "드디어 약점을 극복했다는 생각에 기뻤다. 5년을 통틀어 가장 뿌듯한 해가 된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실제로 매년 후반기에 비교적 흔들렸다. 올해는 전반기 15경기 90⅔이닝서 4승5패 평균자책점 3.18을 만든 뒤 후반기 10경기 54⅓이닝서 3승1패 평균자책점 3.15로 더 나은 성적을 냈다.

원태인은 "민호 형도 올해 공이 가장 좋다고 이야기해주셨다. 자신감이 많이 올라온 상태로 대표팀에 오게 돼 다행이다"며 "몸 상태도 무척 좋다. 투구 밸런스도 괜찮은 것 같다"고 밝혔다.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상무와의 연습경기에 등판해 2이닝 무실점을 선보였다. 피안타, 사사구 하나 없이 매 이닝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투구 수도 26개뿐이었다.

원태인은 "포수(김형준·김동헌)들이 최대한 투수들에게 맞춰준다고 하더라. 그래도 포수가 투수의 공을 제일 잘 아니 던지라는 대로 믿고 던지겠다"고 전했다. 그는 "(김)형준이 형과 많이 친해졌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형이 해달라는 걸 다 해주려 한다"며 "원한다면 고기도 사드리고 빨래도 해드릴 것이다. (김)동헌이는 신인이라 내가 더 챙겨주려 한다"고 웃었다.

28일 중국 항저우로 출국한다. 금메달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원태인은 "팀 분위기가 최고로 좋다. 모두 두루두루 잘 지낸다"며 "팀워크를 바탕으로 좋은 결과를 냈으면 한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이어 "나도 잘해야 한다. 정말 잘하고 싶다. 내가 못하면 팀도 힘들어진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잘 던지겠다"며 "개인 성적을 떠나 팀이 무조건 잘 됐으면 좋겠다. 이번엔 꼭 바라는 결과를 냈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고척, 박지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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