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뛸 줄 아는 남자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류지혁은 올해 부쩍 열심히 뛰고 있다. 시즌 도루 25개를 기록 중이다. 리그 공동 4위다. 성공률은 92.6%로 도루 부문 상위 10명 중 가장 높다.
원래 도루와 인연이 깊은 선수는 아니었다. 두산 베어스 소속이던 2019년 18개가 한 시즌 개인 최고 기록이었다. 그 외에는 두 자릿수 도루를 선보인 해가 없다. 지난해 8개였고 2021년엔 0개, 2020년엔 1개였다.
보다 활발히 움직이는 이유가 있다. 사령탑의 주문이 있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류지혁은 도루 능력, 센스를 갖췄다. 팀 내 발 빠른 젊은 선수들이 류지혁을 보고 배우게끔 하고 있다"며 "어린 선수들은 도루에 대한 자신감, 판단이 아직 부족한 듯하다. 주력에서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어 류지혁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 중이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류지혁이 중간급 고참으로서 잘해주고 있다. 주자로 나갔을 때 활용도가 높다"고 칭찬했다.
류지혁은 몸소 시범을 보이는 것은 물론 후배들에게 조언도 전했다. 그는 "(김)성윤이, (김)지찬이 등 후배들이 도루에 관해 많이 물어본다. 젊은 선수들이 뛰어줘야 팀이 활발해질 수 있다. 대신 도루성공률을 강조 중이다"며 "출루해서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아웃되면 끝이다. 실패 확률이 높을 땐 섣불리 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누상에 있으면 한 번의 기회는 온다. 어떻게 살리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처럼 장타가 없는 선수들은 아쉬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것으로 만회해야 한다. 그게 도루인 것 같다"며 "코치님들과 자주 대화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중이다. 어떻게 하면 득점권에 갈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 류지혁의 장타율은 0.321, 통산 장타율은 0.336다. 대신 올 시즌 도루는 팀 내 1위다. 2위 김성윤(19개), 3위 김지찬(13개)과도 차이가 크다.
독특한 비결이 있다. 류지혁은 "'안 뛰는 선수'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투수들이 나를 많이 견제하지 않는다. 그래서 뛸 수 있는 찬스가 더 자주 생기는 것 같다"며 "사실 난 항상 발이 빠르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아무도 안 믿어주더라. 하지만 막상 뛰면 다 빠르다고 인정해준다"고 웃었다.
또 하나의 노하우가 있다. 류지혁은 "누상에 나가면 오히려 뛰지 않으려 한다. 뛰려고 계속 시동을 거는 것보단 '이번엔 안 뛰어야겠다' 하고 가만히 있으면 기회가 오더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가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을 때 도루를 시도한다"고 귀띔했다.
강명구 코치의 도움도 크다. 류지혁은 "도루 타이밍을 무척 잘 보고 알려주신다. 현재 상황, 투수의 습관, 포수의 움직임 등을 다 살핀 뒤 '이때 가라'고 사인을 주신다"며 "코치님과의 합이 잘 맞아 도루를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5개를 더 보태면 30도루 고지를 밟게 된다. 류지혁은 "주위에서 한 번 해보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상황이 되면 뛸 것이다"며 "무리하게 노리기보다는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타이밍, 기회가 온다면 맞춰서 뛰겠다"고 전했다.
사진=대구, 최원영 기자 / 삼성 라이온즈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