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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리더 아니다" 손흥민, 토트넘 주장으로서 모범 보여…히샤를리송 축하도 "가족의 일부니까"

기사입력 2023.09.18 11:40 / 기사수정 2023.09.18 11:55

이현석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셰필드전에서 득점은 없었지만, 손흥민은 이미 주장으로서 팀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손흥민은 지난 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 시즌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토트넘과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주전 원톱으로 선발 출전했다. 손흥민은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토트넘은 후반 추가시간 히샤를리송과 데얀 쿨루세브스키의 연속 득점에 힘입어 2-1 역전승을 거뒀다. 

토트넘은 후반 29분 셰필드에 실점하며 흔들렸다. 후반 추가시간 전까지 동점골도 넣지 못하며 패색이 짙었다. 구세주는 히샤를리송과 쿨루세브스키였다. 교체 투입된 히샤를리송은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에서 정확한 헤더로 셰필드 골망을 흔들었다. 토트넘은 이후 역전까지 노리며 계속해서 셰필드를 몰아붙였다. 동점골이 터지고 3분이 지난 시점 쿨루세브스키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슛으로 셰필드 골문 구석을 찌르며 역전골까지 넣으며 경기장을 환호성으로 물들였고, 경기는 토트넘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경기 후 토트넘 선수단은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다가가 환호와 인사를 건넸다. 당초 토트넘 선수들은 일렬로 선 채 손을 잡고 함께 관중석으로 달려가려고 했지만 손흥민이 동점골의 주인공 히샤를리송의 등 뒤를 밀면서 맨 앞으로 보냈다. 이는 히샤를리송이 팬들의 환호를 독점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손흥민의 배려였다.

손흥민이 이러한 배려를 해준 이유는 최근 경기장 내외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히샤를리송이 오래간만에 득점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에버턴에서 6000만 파운드(약 1003억원)라는 거액에 영입된 히샤를리송은 데뷔 시즌인 2022/23시즌에 모든 대회에서 3골 4도움만 기록하는 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리그에선 27경기에 나왔지만 단 1골 밖에 넣지 못했다.

소속팀에서의 부진은 국가대표팀에서 이어졌다. 9월 A매치 기간을 맞이해 브라질 축구대표팀에 소집된 히샤를리송은 2026 북중미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 1, 2차전인 '볼리비아-페루' 2연전에서 모두 선발로 출전했으나 또다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세계적인 축구 강국 브라질의 주전 공격수임에도 무득점으로 9월 A매치 기간을 마무리하자 히샤를리송은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해 심리학자를 만나 상담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눈길을 끌었다.

페루전이 끝나고 히샤를리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볼리비아전 때 슬펐던 순간은 내가 경기를 잘 못 해서가 아니었다"라며 "내 생각에 볼리비아전에서 나쁜 경기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폭발이었고, 이건 내가 아니라 나와 가까운 사람들 때문에 생긴 통제할 수 없는 일들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난 영국으로 돌아가 심리학자에게 심리적 도움을 요청해 도움을 받을 것"이라며 "그런 다음엔 더 강하게 돌아올거다. 난 내가 다음 브라질 대표팀에도 속할 거라고 믿는다. 난 이를 위해 일할 거다"라고 덧붙였다.





히샤를리송은 부진의 이유 중 하나로 지인들과의 갈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토트넘에서 좋은 연승을 거두는 건 중요하다"라며 "이번 주에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경기 흐름과 리듬을 잡아 잘 적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기장에서 난 행복한 팀 선수이다. 난 가능한 많이 도우려고 노력하지만 때때로 상황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라며 "난 내게 방해가 된 부분이 경기장 밖의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하고 싶어도 결국 잘못되고 말았다. 난 계속 클럽에 집중할 것이다. 폭풍은 지나갔다"라고 밝혔다.

또 "난 지난 5개월 동안 경기장 밖에서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라며 "내 돈에만 눈독을 들이던 사람들은 모두 나를 떠났다. 이제 상황이 정상대로 흘러갈 것이고, 난 토트넘에서 좋은 기회를 얻어 다시 좋은 상황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런 상황에 처했던 히샤를리송이 득점포를 터트리며 팀의 승리를 돕고 마음의 부담을 덜자, 팬들에게 더욱 큰 환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주장으로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18일 손흥민과의 인터뷰도 공개했는데, 손흥민은 여기서도 토트넘의 주장으로서 품격이 여실히 드러났다. 

디애슬레틱은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은 정말 빡빡했던 라커룸을 언급하며 히샤를리송의 득점이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경기 후 축하행사에서 손흥민은 토트넘 팬들의 환호를 히샤를리송이 받게 하기 위해 그를 최전방으로 밀었던 점도 주목됐다"라고 언급했다.

보도에 따르면 손흥민은 "히샤를리송이 힘든 시즌,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을 분명히 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매우 행복하다. 아마 히샤를리송보다도 행복할 것이다. 우리는 그가 팀으로서 필요했고, 그는 정말 좋은 자질을 갖고 있으며, 자신감도 남다르다. 히샤를리송을 위해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큰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라며 히샤를리송의 득점으로 자신이 더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축하는 우리가 가족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히샤를리송은 강한 선수고, 좋은 성격을 갖고 있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 다만 힘들 때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나는 항상 그의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고, 그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내 경험이나 플레이로 도움을 줄 수 있다"라며 도움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이런 주장으로서 역할에 대해 동료들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말로만 주장이라 하고 이끌어가는 사람은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모범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이런 선수단에 있으면 내가 할 일이 쉬워진다. 우리는 라커룸에서 정말 타이트하다. 모두가 서로를 위해 일하고, 달리고, 싸운다"라고 언급했다.

팀 분위기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뒤쳐지면, 서로 손을 내밀고, 모두가 기꺼이 그렇게 행동한다. 덕분에 우리는 팀과 선수단으로서 정말 강해졌다. 우리는 정말 가까워지고 있고, 이보다 더 끈끈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선수단이 한 팀으로서 강하게 뭉쳐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개막 직전 주장으로 선임된 이후에도 팀 미팅을 통해 주장으로서의 역할과 팀의 단합을 강조했었다. 그는 "여러분 내 생각에 이번 시즌은 정말 중요한 시즌이다"고 운을 뗀 손흥민은 "주장으로서의 생각은, 우리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좋은 행동을 보여주고 좋은 훈련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이 공간(라커룸)이 제일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된다. 모두가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하나로 뭉쳐달라. 같은 목표를 향해 같은 발걸음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시즌을 위해 나아가자"고 외쳤는데, 토트넘 선수들도 이에 반응해 꾸준히 서로 뭉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지난 1882년 창단된 토트넘의 41번째 주장이다. 그리고 유럽 대륙을 벗어난 국적 선수로는 첫 주장이지만, 불과 한 달 만에 토트넘을 그의 리더십으로 물들이고 팀의 상승세를 이끄는 데 성공했다.





한편 손흥민은 주장의 역할은 확실히 소화했지만, 이번 셰필드전에서는 원톱 출전에도 불구하고 득점 없이 아쉽게 경기를 마쳤다. 특히 9월 A매치 기간 전까지 토트넘에서 뛰어난 득점력과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모두 보여주며 활약했기에 더욱 아쉬웠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 80분가량을 소화하며, 유효슈팅 1회, 드리블 성공률 0%, 지상 볼 경합 성공률 33% 등 다소 부진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손흥민은 앞선 9월 A매치 기간 동안 웨일스전 풀타임, 사우디전 후반 추가시간 교체로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기에, 그가 팀에 복귀하고 치른 첫 경기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셰필드전 도중에도 중요한 기회에서 중심을 쉽게 잃고 넘어지는 등 평소보다 무거운 몸 상태를 짐작하게 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각종 통계매체들의 평가는 냉혹했다. 축구통계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이날 경기 손흥민의 평점을 5.98을 부여했는데, 이는 토트넘 전체 선수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패배한 셰필드 선수 중에서도 손흥민보다 평점이 낮은 선수는 퇴장당한 올리버 맥버니(5.93)와 교체 투입되어 20분가량을 소화한 톰 데이비스(5.93)뿐이었다. 축구통계매체 소파스코어도 손흥민에 6.8점을 부여하며 미키 판더펜(6.5점)을 제외한 가장 낮은 평가를 내렸다.

영국 매체들도 마찬가지였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선발 출전한 선수 중 손흥민과 비카리오, 파페 사르에게 가장 낮은 6점을 부여했다. 풋볼 런던은 손흥민의 경기력에 대해 "중심 역할을 맡았으나, 종료 10분 전까지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영국 매체 이브닝스탠더드는 더욱 강하게 비판했다. 매체는 손흥민에게 유일한 6점을 부여하며 "수많은 노란 유니폼에 둘러싸였다. 페널티킥 어필도 무산됐다"라며 손흥민의 경기력이 아쉬웠음을 지적했다. 

반면 손흥민과 달리 동점골을 기록한 히샤를리송, 팀의 중심적인 역할과 함께 경기 막판까지 활약한 제임스 매디슨, 역전골을 넣은 데얀 쿨루세브스키는 높은 평점을 받으며 역전승의 주역으로 인정받았다.




이번 시즌 토트넘 새 주장으로 선임되며 시즌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는데 손흥민은 개막전이었던 브렌트퍼드전부터 4라운드 번리전까지 모든 경기에 출전해 토트넘의 4경기 무패(3승1무) 행진을 이끌었다. 개막전에서 브렌트퍼드를 상대로는 수비 실수로 페널티킥을 헌납하며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으나 2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부터 모두가 알던 손흥민으로 돌아와 팀의 2-0 완승을 도왔다.

스코어러가 아닌 측면에서 축구도사 같은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한 손흥민은 3라운드 본머스전에서도 주장 완장을 차고 풀타임 활약하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그리고 지난 2일 번리를 상대로는 시즌 마수걸이 골을 포함해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 부진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이전 경기들과 달랐던 점은 손흥민의 위치였다. 3라운드까지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했던 손흥민은 번리전에선 브라질 공격수 히샤를리송을 대신해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중앙에 선 손흥민은 날개를 활짝 폈다. 0-1로 뒤지던 전반 16분 왼쪽 측면 공격수 마노르 솔로몬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키를 넘기는 칩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이후 후반전 두 골을 추가하며 해트트릭을 완성했고, 이전 3라운드에서 득점이 없었던 아쉬움을 완벽히 날려버렸다. 





해트트릭 이후 손흥민은 각종 언론과 통계매체가 선정한 4라운드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으며 프리미어리그 파워랭킹 1위 자리까지 오르며 확실히 기세를 올렸다. 영국 'BBC'도 4라운드 베스트11에 손흥민을 홀란, 퍼거슨과 함께 3톱으로 배치했다. 프리미어리그 레전드 중 한 명이자 역대 최다골 기록을 가지고 있는 앨런 시어러도 4라운드 이후 베스트11 3-4-3 포메이션의 공격진 3명을 손흥민과 퍼거슨, 홀란으로 선정했다.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의 해트트릭 이후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를 꼽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스카이스포츠' 패널들은 손흥민을 아이반 토니(브렌트퍼드), 훌리안 알바레스(맨시티)와 함께 수많은 프리미어리그 9번 공격수들 중에서 A급으로 평가했다.

일부 매체에서는 "토트넘의 주장인 손흥민은 번리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활기를 띠게 됐다. 그는 왼쪽 윙에서 출전하든, 중앙 공격수로 출전하든 토트넘에서는 자동 선발 선수다"라며 손흥민은 무조건 선발로 나서야 하는 선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영국 매체 이브닝스탠더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지휘하에 토트넘이 달라진 점 중 가장 분명하게 보이는 것은 플레이 스타일만이 아니라 리더들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손흥민은 깔끔한 해트트릭으로 시즌의 득점을 시작했고, 제임스 매디슨과 크리스티안 로메로도 함께 득점표에 이름을 올렸다"라며 손흥민을 중심으로 두 명의 부주장까지 세 리더의 활약이 엄청났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매체는 "손흥민의 주장 선택은 당연했다. 다만 여름에 영입된 매디슨과 로메로를 부주장으로 지명하는 것은 위험을 감수했다. 손흥민과 매디슨, 로메로는 책임에 훌륭하게 대응하며, 실력을 높이고, 도전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번리 원정에서도 원정 팬들에게 감가 인사를 이끌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새로운 리더와 함께 기존 리더를 확실히 버렸다. 주장단이었던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는 백업 역할만을 하고 있으며, 위고 요리스도 선수단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해리 케인은 떠났고, 에릭 다이어는 굳어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대담한 결정은 그의 라커룸 리더들로부터 큰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새로운 주장단 선택이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주장으로서의 역할과 매 경기 활약에도 불구하고 이번 셰필드전에서 히샤를리송이 리그 첫 골까지 기록하며 팀의 패배를 막았기에 당분간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도 큰 고민이 될 전망이다. 히샤를리송은 지난 2022/23시즌에 이어 새로 시작한 2023/24시즌도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여름 토트넘에 입단한 그는 프리미어리그 27경기에 나섰지만, 출전 시간은 단 1006분에 불과했고 득점도 단 1골에 불과했다. 올 시즌도 개막 후 리그 3경기 선발 출전했지만, 득점이 없었다. 





히샤를리송은 지난 9월 A매치 기간 브라질 대표팀에 합류한 후 경기 중 눈물을 보이고, 이후 인터뷰에서 그간 힘들었던 마음을 토로하며 정신과 상담을 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는데, 이번 그의 득점은 그가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서 반등할 수도 있다는 시작 신호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만약 히샤를리송이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서 꾸준히 득점을 기록할 수 있게 된다면, 손흥민은 기존 자신의 자리였던 좌측 윙어 자리에서 주전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마노르 솔로몬이 최근 리그 2경기에서 해당 포지션으로 선발 출전했지만, 손흥민이 제자리로 돌아간다면 다시 백업으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주장으로서의 품격을 보여준 손흥민이 토트넘이라는 팀을 하나로 뭉치고 있는 가운데, 한 팀으로 똘똘 뭉친 토트넘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AFP, EPA, 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바이블, 토트넘 홈페이지, BBC, 프리미어리그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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