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이 위기의 토트넘 주장으로 선임된 가운데 첫 연설부터 감동을 안겼다. 팀원들은 큰 박수로 그를 환영하는 등 '캡틴 손'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토트넘은 13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구단의 주장으로 임명됐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글로벌 스포츠 미디어 '디애슬레틱'이 그의 새 주장 낙점을 보도한 것에 이어 토트넘 구단도 곧장 이를 인정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은 2014/15시즌 독일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왔다. 2015/16 시즌부터 주장으로 임명된 위고 요리스로부터 이번에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다"며 "제임스 매디슨과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부주장으로 임명됐다"라고 소개했다. 토트넘은 7년간 주장으로 뛰었던 요리스가 이번 시즌 이적을 눈앞에 두면서 완장을 내려놓개 됐다.
당초 리빙 레전드로 불리는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이 주장을 달 것으로 여겨졌고, 프리시즌에도 캡틴의 역할을 했으나 그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전격 이적하면서 새 주장을 물색한 끝에 어느 덧 토트넘 생활 9년차는 맞은 손흥민이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됐다.
손흥민은 주장에 임명된 것을 두고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 거대한 클럽의 주장이 된 것은 큰 영광이다. 큰 놀라움이고 매우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나는 이미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가 주장처럼 느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말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새 시즌, 새로운 시작이다. 이 유니폼과 완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라며 '캡틴'으로서 토트넘에 열과 성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리더십을 극찬하며 그의 주장 낙점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손흥민은 경기장 안팎에서 훌륭한 리더십 자질을 갖고 있으며, 우리의 새로운 주장이 되기 위한 이상적인 선택이었다"라고 강조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어 손흥민의 영향력과 기량에 대해서도 "모두가 손흥민이 월드 클래스라는 것을 알고 있다. 라커룸에 있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엄청난 존경을 받고 있다. 그는 선수단 내에서 그룹을 초월한다"며 "단지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이 곳에서 그리고 한국 대표팀 주장으로서 경기들에서 성취한 것들 덕분이다"라고 기량과 인성, 리더십, 경력 면에서 손흥민이 주장으로 손색 없음을 설명했다.
손흥민은 이어 선수들 앞에서 처음으로 단상 앞으로 나아가 토트넘의 부활을 외치며 전진할 것을 외쳤다.
토트넘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팀의 새로운 주장을 발표하기 위해 선수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주장을 발표하기 전에 그는 새 시즌을 앞두고 있기에 짧은 연설을 진행했다.
토트넘은 13일 오후 10시 영국 런던에 위치한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브렌트퍼드를 개막전을 치르면서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를 시작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곧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는데 첫날부터 말했듯이,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팀이 되기 위한 과정의 일부는 너희들이 환경이 만들고, 너희들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라커룸은 너희들의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환경을 보여줘야 하는지는 내가 말하기 보다 너희들이 주도해야 한다"라며 "이곳은 너희들의 라커룸이면서 집과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가 매일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개선하며, 매주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무엇일까"라며 "이러한 맥락 속에서 책임의 상당 부분은 너희들에게 돌아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선수들에게 "코치들이 너희들의 행동, 훈련, 경기 방식을 보게 될 테고, 이는 우리에게 지침을 줄 테지만, 난 진심으로 이러한 부분이 너희들에 의해 추진되기를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짧은 연설을 마친 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새 시즌이 다가오면서 리더십이 필요해졌고, 우리는 손흥민이 우리의 새로운 주장으로 삼기로 결정했다"라고 선수들에게 발표했다.
그리고 손흥민이 나타났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직접 손흥민이 새로운 토트넘 주장으로 선임됐다고 발표하는 순간에 자리에 있던 동료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새로운 주장을 환영했다.
의자에 앉아 있던 손흥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동료들과 감독의 박수를 받으며 단상 위로 올라갔다. 단상 위에서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한차례 포옹을 한 뒤, 팀의 새로운 주장으로 각오를 드러냈다.
"여러분 내 생각에 이번 시즌은 정말 중요한 시즌이다"고 운을 뗀 손흥민은 "주장으로서의 생각은, 우리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좋은 행동을 보여주고 좋은 훈련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캡틴 손'은 이어 "지금 이 공간(라커룸)이 제일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된다. 모두가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하나로 뭉쳐달라. 같은 목표를 향해 같은 발걸음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시즌을 위해 나아가자"고 외쳤다.
오랜 기간 주장을 했던 요리스와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맡았던 케인이 없는 위기 속에서 하나로 뭉쳐야 이겨낼 수 있다는 감동적인 첫 연설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첫 날부터 증명했다.
사실 토트넘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차기 시즌 손흥민을 주장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조짐은 이미 프리시즌부터 나타났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프리시즌 동안 손흥민의 리더십을 여러 번 칭찬했다. 특히 라이언 시티와의 세 번째 프리시즌 친선 경기를 위해 싱가포르를 찾았을 땐 사전 기자회견 당시 "손흥민과 함께 일할 날을 고대하고 있다"라고 밝히며 "그는 진정한 리더의 자질을 보여주는 한 명의 선수라고 생각한다"라며 손흥민의 리더십을 칭찬했다.
손흥민이 팀 내에서 보여준 영향력에 대해서도 "내가 보기엔 그는 팀 전체의 통로 같다. 모든 그룹에 섞여 있는데, 단순히 인기가 많아서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경기에서 해온 일로 인해 일정한 입지를 갖고 있다"며 "그가 그룹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는 것은 좋은 일이며, 그가 조국의 리더이자, 조국의 아이콘이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놀랍지 않다. 그는 선수들 사이에서 엄청난 존경을 받고 있다"라는 설명으로 손흥민이 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감탄을 쏟아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발언이 보도된 당시에도 케인 '이적 사가'와 함께 손흥민이 케인의 빈자리를 채우며 주장으로 임명될 수 있다는 의견이 등장한 적이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11일 진행된 개막전 사전 기자회견에서도 주장 선임에 대해 "이미 결정했지만, 지금 말해줄 수 없다. 선발은 내일 진행될 예정이며, 주장 선임 이후 선수들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지켜봤다"라고 밝혔다. 결국 하루 만에 손흥민이 왼팔뚝에 주장 완장을 차고 당당하게 나타났다.
실제로 손흥민은 현재 토트넘에 소속된 선수 중 팀에 가장 오랜 기간 몸담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이적이 유력한 요리스와 팀 계획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이는 에릭 다이어, 교체 자원인 벤 데이비스를 제외하면 8년으로, 가장 오랜 기간 팀에서 활약 중이다. 그렇기에 손흥민이 차기 시즌 주장으로 활약할 명분이 충분하다.
대표팀에서 이미 주장으로 역량을 드러냈다는 점은 토트넘이 손흥민의 리더십을 바로 이식할 수 있는 메리트다.
손흥민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당시 주장 기성용이 부상으로 결장하자 완장을 넘겨받았다. 한국은 손흥민의 리더십 아래 똘똘 뭉쳐 세계랭킹 1위 독일 물리치는 월드컵사 길이 남을 이변을 일으켰다. 손흥민 역시 후반 추가시간 주세종의 긴 패스를 넘겨받은 뒤 전력 질주해 골문 안으로 골을 꽂아넣고 한국의 2-0 완승 쐐기포를 작렬시켰다.
손흥민은 이후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에 부임하면서 정식 주장이 됐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안면 골절상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고 나와 한국의 월드컵 원정 대회 두 번째 16강을 이끌었다. 손흥민 역시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70여m 폭풍 드리블을 선보이며 황희찬의 결승포를 어시스트하고 16강행 최고 도우미가 됐다.
위기에서 항상 실력과 인성으로 동료들을 이끄는 손흥민의 리더십이 케인 이적에 따라 시즌 초부터 위기에 몰린 토트넘 반전 동력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토트넘 팬들은 이미 프리시즌 동안 손흥민의 언행과 결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를 주장으로 선임하자는 의견을 내비친 적이 있어, 팬들에게도 굉장한 환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흥민은 지난 7월 17일 호주 퍼스에서 진행된 프리시즌 사전 기자회견에 등장해, 한때 자신을 둘러싼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그는 "내가 (사우디에) 가고 싶었다면 여기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축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돈도 중요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것이 꿈이다"라며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선언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그곳에 가고 있는 것이 정말 흥미롭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여전히 나에게 꿈이고, 이번 시즌이 기대된다"라며 토트넘에 남아서 차기 시즌 활약하겠다는 예고도 남겼다.
해당 발언을 확인한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의 발언을 SNS에 올리며 "토트넘에 있고 싶어 하는 그를 주장으로 만들어라", "그를 사랑한다. 우리가 손흥민을 팀에 데리고 있어서 행운이다", "모든 감독들의 꿈이다"라며 격한 기쁨의 반응을 내비쳤다.
이번 주장 선임 소식에도 토트넘 팬들은 SNS를 통해 의견을 내비쳤는데, 대부분의 팬들은 "그는 주장으로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 항상 팀에 붙어있고, 이적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적절한 주장이다", "이 팀의 누구도 손흥민보다 주장이 될 자격이 있지 않다", "좋은 선택이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차기 시즌 에이스 역할과 더불어 주장직까지 맡게된 손흥민이 케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우며 토트넘 역사에 한 획을 추가할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손흥민은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프리미어리그 정식 주장이 됐다. 1호는 손흥민이 항상 따르고 존경하는 '한국 축구의 영원한 캡틴'이자 '해외축구의 아버지(해버지)' 박지성이다. 박지성은 지난 2012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퀸스파크 레인저스로 이적한 뒤 마크 휴즈 당시 감독의 결정에 따라 주장으로 낙점받아 활약했다. 박지성에 이어 프리미어리그 한국인 계보를 잇는 것으로 평가받는 손흥민이 '캡틴의 역사'까지 물려받게 됐다.
지난 시즌 탈장 수술로 고전했던 손흥민은 이제 새 시즌 상쾌한 몸상태로 프리미어리그에 다시 도전한다.
토트넘은 14일 오후 10시 영국 런던 지테크 커뮤니티 경기장에서 지난 시즌 돌풍의 팀 브렌트퍼드와 개막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이어 20일 오전 1시30분엔 홈구장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에서 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초대해 홈 개막전을 벌인다. 26일 오후 8시30분엔 본머스 원정 경기로 3라운드를 벌이며, 9월2일 오후 11시 역시 번리와 원정 경기로 4라운드를 치른다.
A매치 브레이크 뒤 9월16일 오후 11시엔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홈 경기를 갖게 되며 9월24일 오후 10시엔 아스널과 원정 경기로 시즌 첫 '북런던 더비' 혈투를 하게 된다.
토트넘은 새 시즌 앞두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새로 데려오더니 선수단에도 과감하게 투자해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호주 출신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에서 2021/22시즌 정규리그 및 리그컵 우승을 일궈내더니, 2022/23시즌엔 FA컵까지 따내며 도메스틱 트레블을 일궈내고 토트넘으로 오는 동화를 써나갔다. 백4 위주의 과감한 공격 축구로 새바라을 일으킬 태세다.
여기에 구단도 케인의 이탈이 있었으나 공수에 걸쳐 전력 보강을 충실히 진행했다. 요리스 대체자로 이탈리아 국가대표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이탈리아 세리에A 엠폴리에서 합류한 것에 이어 2선 강화를 위해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공격형 미드필더 매디슨을 레스터 시티에서 확보했다. 여기에 공격 옵션 다양화를 위해 마노르 솔로몬을 풀럼에서 데려왔는데 손흥민과 히샤를리송 백업으로 괜찮은 자원이다.
불안했던 수비에서도 유망주 애슐리 필립스를 영입하더니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차세대 수비수로 각광받은 미키 판 더 펜을 볼프스부르크에서 확보해 로메로와 백4 주전을 구축할 태세다.
신구 조화, 기존 멤버와 새 멤버가 잘 어우러진 가운데 이를 화학적 시너지 효과로 연결하기 위한 카드가 바로 손흥민의 주장 선임이 됐다.
토트넘은 일단 브렌트퍼드전에선 손흥민을 기존 왼쪽 날개로 세운 뒤 히샤를리송을 최전방 공격수로 투입할 전망이다. 히샤를리송의 경우 브라질 국가대표팀에선 가공할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고, 전 소속팀인 에버턴에서도 골결정력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기세만 타면 케인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히샤를리송은 지난 시즌 토트넘에 온 뒤 프리미어리그 27경기 1골에 그쳤다.
또 손흥민도 탈장 수술을 마친 만큼 과도한 수비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면 골을 펑펑 쏟아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사진=토트넘 SNS,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