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 우완 영건 정성종의 멘탈은 구위만큼이나 단단했다. 모든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당찬 투구로 팀 승리의 발판을 놨다.
롯데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시즌 7차전에서 5-3으로 이겼다. 2연패를 끓고 시즌 34승 33패로 5할 승률과 단독 4위를 수성하며 최근 부진을 털어냈다.
수확은 또 있었다. 스포트라이트는 9회말 2사 1루에서 끝내기 결승 2점 홈런포를 쏘아 올린 유강남에 쏠렸지만 선발투수로 나섰던 정성종의 호투도 롯데에는 의미가 컸다.
당초 이날 선발 로테이션은 에이스 나균안의 차례였다. 하지만 나균안이 지난 22일 팔꿈치 염증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되며 정성종이 대체 선발투수로 낙점됐다. 정성종의 프로 데뷔 첫 선발등판은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롯데의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6월 6승 16패로 월간 승률 꼴찌를 기록 중이었던 데다 삼성이 주중 3연전 첫 선발투수로 토종 에이스 원태인을 출격시키면서 객관적인 매치업에서도 열세가 뚜렷했다. 게다가 롯데 타선은 최근 3년간 원태인에 약했다.
하지만 정성종은 '야구는 모른다'는 명제를 또 한 번 입증했다. 4이닝 2피안타 1볼넷 1사구 4탈삼진 무실점 깜짝 호투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포수 유강남은 "정성종이 워낙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는 투수이기 때문에 장점을 살려주려고 노력했다"며 "게임 초반 직구가 잘 먹혔다. 연습투구 때부터 밸런스가 굉장히 좋았고 긴장할 법도 한데 침착하게 잘 던져줬다"고 후배를 치켜세웠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도 "정성종이 대체 선발투수로 나와 뛰어난 투구를 해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성종은 경기 후 "3이닝 정도만 버티면 정말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내 팔이 4회까지 잘 버텨준 것 같다"며 "야수들이 수비에서 많이 도와줬고 운도 따라준 덕분에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처음 선발등판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긴장했지만 한편으로는 1군에서 선발투수로 너무 던져보고 싶었기 때문에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1, 2회를 잘 넘기면서 긴장도 풀리고 4회까지 잘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팀 상황과 상대 투수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외려 "나보다 삼성과 원태인 선수가 더 부담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매 이닝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부모님이 광주에 계시는데 오늘 경기장에 오시지는 못했지만 TV로 잘 보셨을 것 같다"고 수줍게 웃었다.
정성종은 올해로 프로 6년차를 맞이했다.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파이어볼러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유망주 껍질을 좀처럼 깨뜨리지 못했다.
하지만 2023 시즌은 잠재력이 터질 기미가 보이고 있다.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선발 수업을 받으면서 좋은 성적을 기록했고 1군에서도 데뷔 후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성종은 "올해는 마음을 조금 편하게 먹고 던지고 있다. 마운드 위에서 떨리는 것도 이전보다는 덜하다"며 자신의 변화를 설명했다.
사진=부산, 엑스포츠뉴스/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