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롯데의 변화 과정을 모두 이야기하려면 밤을 새야 할 것 같다."
5월 30일 현시점에서 2023 KBO리그 정규시즌 가장 뜨거운 팀은 단연 롯데 자이언츠다. LG 트윈스가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지만 팬들의 시선은 1위팀보다 3위 롯데로 향한다.
LG는 최근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강팀'이지만 롯데는 2018 시즌부터 5년 연속 '야구' 없는 가을을 보낸, 아프게 얘기하자면 '약팀'의 이미지가 강하다. 올 시즌 예측에서도 다크호스급으로 분류됐을 뿐 냉정하게 5강권 전력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하지만 롯데는 개막 후 42경기에서 26승 16패로 승패마진 '+10'을 찍고 있다. 1위 LG와 2경기, 2위 SSG 랜더스와 1경기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외려 4위 두산 베어스와 4.5경기, 5위 NC 다이노스와 5경기 차로 밑보다 위가 더 가까운 상황이다.
롯데는 지난겨울 내야수 노진혁(4년 50억 원), 포수 유강남(4년 80억 원), 한현희(3+1년 40억 원) 등 외부 FA 영입을 통한 전력 강화가 현재까지는 대성공을 거두는 모양새다.
여기에 고졸루키 외야수 김민석의 등장과 2년차 윤동희의 성장도 팀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김상수, 안권수 등 타 팀에서 방출됐던 선수들이 롯데 유니폼을 입고 펄펄 날고 있는 것도 상승세의 요인이다.
하지만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이 가장 흡족해하는 부분은 베테랑들이 솔선수범을 통해 만드는 '팀 퍼스트' 분위기다. 전준우, 안치홍 등 주축타자들은 찬스 때 상황에 맞는 타격과 팀 배팅을 통해 후배들에게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서튼 감독은 "베테랑들이 단순히 장타를 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경기장을 넓게 보고 팀을 위해 타격하는 모습이 굉장히 고무적이다"라며 "이런 부분들을 어린 선수들이 배울 수 있는 좋은 예시이고 우리 팀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서튼 감독은 2021 시즌 중반 2군 감독에서 1군 사령탑으로 승격된 뒤 '위닝 컬처'와 '챔피언십 문화'를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부임 3년차를 맞아 자신이 원하는 팀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서튼 감독은 현역 시절 현대 유니콘스(해체)에서 2005-2006 시즌, KIA 타이거즈에서 2007 시즌 뛰어 한국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외국인 지도자들보다 높다. 2005 시즌에는 KBO리그 외국인 좌타자 최초 홈런왕에 오르기도 했다.
서튼 감독은 "현재 롯데의 팀 분위기를 만드는 과정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많은 장애물을 견뎌내야 했다"며 "게임 중 선수들끼리 서로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고 라커룸에서도 야구 이야기를 하는 문화가 굉장히 보기 좋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취재진이 '장애물 극복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을 묻자 "한번에 모두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길다. 나중에 저녁을 먹으면서 밤새 얘기해야 할 주제"라고 농담을 던진 뒤 "3년 전 내가 롯데에 처음 왔을 때와 현재 팀 문화를 비교하면 낮과 밤의 차이 정도로 많은 부분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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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