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야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만큼 야구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고 애착이 크다. 특히 올해는 연고팀 SK 와이번스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SK의 올시즌은 가히 반전드라마라 해도 무방하다. 꼴찌까지 추락했던 팀이 이젠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고참 선수들의 분발과 FA 자격 획득을 앞두고 있는 대어급 선수들의 활약이 어우러지면서 지금의 SK로 비상할 수 있었다. 여기에 광속구투수 엄정욱과 용병투수 차바치가 돌아왔고 에이스 이승호도 복귀 준비가 거의 끝났다는 소식은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노리는 1위팀 삼성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나섰던 2003년보다 여러모로 좋은 위치에 서있다는 점이다. 2003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1위까지 탈환했던 SK는 후반기에선 포스트시즌 탈락 위기까지 몰리며 겨우겨우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반면 올해는 후반기에 엄청난 상승세를 타면서 치고 오르는 상황이라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전력 자체를 놓고 봐도 2년 전보다 지금이 훨씬 강하고 안정적이다. SK의 포스트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 인천산 유망주들이 대거 등장하다
SK의 놀라운 상승세에 신이 난 인천 야구팬들은 이와 더불어 앞으로 인천 야구를 대표할 유망주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교야구 최고의 포수 이재원과 인천고 에이스 김성훈, 여기에 동산고 좌완 에이스 류현진 등 스카우터들의 넋을 잃게 만든 유망주들이 모두 인천에서 나왔으니 그 기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물론 연고권 선수는 1차지명을 통해 한 명밖에 지명할 수 없다. SK는 행복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재원을 선택했다. 박경완을 이을 차세대 엔진이 필요했기 때문. 이 때문에 김성훈과 류현진은 다른 연고팀으로 옮길 가능성이 커졌다.
그런데 어쩌면 김성훈이나 류현진 중 한 명을 2차지명(1차지명을 제외한 전 선수 드래프트)에서 잡을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기고 있어 인천 야구팬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성적 역순으로 진행되는 2차지명에서 SK보다 순서가 앞선 롯데, 한화, LG가 류현진이나 김성훈 중 한 명과 나승현(광주일고), 손영민(청주기공) 등을 지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다음 순서인 SK가 '인천산 유망주'를 또 손에 넣을 기회가 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외에도 인천고 마운드의 중심이었던 김용태와 박종훈 코치의 아들이자 인천고 4번타자인 박윤, 또 비록 인천 연고의 선수는 아니나 SK 연고 선수인 안산공고 에이스 김광현의 등장도 팬들을 더욱 들뜨게 하고 있다.
◆ 그러나, 큰 별이 지고 말았다
지난 20일, '인천 야구의 대부'이자 '아시아의 철인'이었던 박현식 옹이 별세했다는 소식은 많은 야구인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암투병 중이던 박 옹은 얼마 전 문학 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시구까지 던지며 그 무엇도 야구에 대한 사랑은 바꿀 수 없다는 진한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한국야구 초창기를 이끌었던 강타자였고 국가대표 4번타자, 삼미 슈퍼스타즈 초대 감독 등 화려한 이력도 대단하지만 그의 야구 사랑과 인천 사랑이 그를 더욱 빛내고 있다.
박 옹의 별세 소식과 함께 지난 4월엔 삼미 슈퍼스타즈를 이끌었던 불멸의 에이스 '너구리' 장명부의 타계 소식도 있었다.
재일동포 선수로 영입되어 한 시즌 30승을 작성하는 등 프로야구사에 큰 족적을 남겼던 장명부는 그야말로 전설이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불운한 말년이었다. 벌었던 돈을 다 날리기도 했고 마약사범으로 영구제명되기도 했다. 일본으로 다시 돌아가서도 택시운전과 마작하우스 운영 등으로 결코 편한 노후를 즐기지 못했다.
파란만장한 생의 마침표를 찍은 그는 비록 순탄한 삶을 살진 못했어도 인천 팬들 가슴 속엔 인천을 대표하는 불멸의 30승 투수로 영원히 기억되고 있다.
이렇게 인천 야구의 2005년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특별한 한 해임에 틀림없다. 인천 야구를 이끌었던 영웅들을 통해 과거를 배우고 SK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현재의 기쁨을 누리며 또 유망주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뜻깊은 2005년으로 인천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비중있게 장식할 것이다.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사진 / SK 와이번스
윤욱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