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9:01
스포츠

[격투소설] 링의 하이에나 - 4화 ’너클’

기사입력 2005.07.04 22:12 / 기사수정 2005.07.04 22:12

전민승 기자
-너클-

"혜린..."
"창진..."

거리에서 마주선 둘은 얼마간 아무 말이 없었다.잠시후,혜린 쪽에서 다시 창진을 향해 말을 건네었다.

"할 이야기가 있어,창진."
"뭔데?"
"좀 길어질것 같으니까,카페라도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가까운 카페에 들어간 둘은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이번에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창진 쪽이었다.

"매니저 일은 이제 관뒀지?"
"응,이제는 공부만 하고 있어.창진은 이제 학교에 안나올 거야?"
"그래.부가 해체된 이상 나올 필요가 뭐 있냐."
"......."

잠시간의 정적후,창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하겠다는 이야기가 뭐지?"
".......다시 듣고싶지 않은 이야기겠지만,저번에 럭비부가 해체된 것 아직도 가슴에 품고 있겠지?
그때문에 너를 포함한 선수들은 갈곳을 전부 잃게 되었고."
"그래...."

창진은 듣기 싫다는듯 고개를 돌린채 대답에 응했다.

"그런데 총장님과 감독님이 선수들을 위한 방편을 마련해 주셨어.일단 우수선수들 위주로 타 대학으로 갈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신다고 해주신 거야."
"......."
"창진,너도 감독님께 말씀드려봐.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훗."

혜린의 말에 창진은 실소하며 고개를 저었다.

"왜그래?안할거야?"
"난 말이지.낙무...뭐더라?아 그래.낙무아이의 길을 선택한 몸이시라구."
"낙무아이.....너,설마 무에타이를?"
"알고 있었던 거야?"

혜린을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입을 열었다.

"무에타이 선수를 낙무아이라고 부르는 것은 기본 지식이야.그런데 갑자기 무에타이라니,어째서야?"
"이유는 니가 알거 없고,정 내가 보고 싶으면 이근처 강성 체육관으로 놀러와라.그럼 난 간다."
"기다려!창진,창진...!"

창진은 인사도 하지 않고 휙 돌아서서 카페의 문을 나서버렸다.혼자 남게된 혜린은 창진이 마지막으로 남겼던 말을 입으로 되뇌였다.

"강성 체육관...."

.
.
.

다다음날,강성 무에타이 체육관을 찾은 혜린은 조용히 체육관의 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내디밀었다.그것을 본 어느 한 관원이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저기...최창진씨라고 여기 다니는 분을 찾고 있습니다만...."
"아,창진씨라면 지금 관장님과 같이 훈련중이십니다.저기 보세요."

관원은 도장 한곳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다.그곳에서는 창진이 관장으로 보이는 남자(강성)와 같이 훈련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아 이거 어제는 하루종일 스텝만 해서 지겨워 죽는줄 알았네!오늘도 스텝만 하는건 아니겠죠?"
"그래,오늘은 스텝과 더불어 기본적인 펀치를 배우도록 하겠다."

강성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창진은 한가지 질문을 더 추가했다.

"아,또 물어볼게 있는데....무에타이에서는 왜 이렇게 가드가 높은겁니까?복싱보다 훨씬 높은 것 같잖아요 이거."
"그것은.......내가 알려주지."

이렇게 말하며,순간 강성은 팔굽를 내밀어 창진의 바로 앞에까지 뻗은뒤 멈추고는 접고선 말했다.

"......!"
"이렇게,무에타이에서는 치명적인 팔굽 공격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주먹이 턱을 노리는 반면,팔굽은 그보다 높은 관자놀이를 노리지.그것을 막기 위해 무에타이의 가드는 그렇게 높은 것이다.알겠나,양아치?"
"잘 알겠수다."
"그러면 진도 들어가도록 하지.오늘은 잽싸이,즉 왼손 스트레이트를 가르치도록 하겠다.자,나처럼 해봐라."

강성은 스탠딩 자세에서 왼 다리를 앞으로 살짝 내밀더니 왼주먹을 재빠르게 뻗은뒤 회수했다.시범이 끝난 그는 창진에게 똑같이 할것을 지시했다.

"이것이 잽싸이인가....좋아,해보지."

창진 역시 강성과 똑같이 따라서 스트레이트를 날려보았다.하지만 강성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틀렸어.양아치,주먹이 턱을 노린 것까지는 좋다.하지만 너는 주먹이 틀어지지 않고 있어.주먹의 회전력은 곧 펀치력과 좌우된다.다시한번 해봐라."

다시한번 스트레이트를 날리는 창진.이번에도 강성의 반응은 NO였다.

"첫번째 문제점은 고쳐졌다.하지만 다른 문제점은 두번째에도 고쳐지지 않고 있어.그게 뭔지 아나?"
"뭡니까?"
"바로 허리 회전이 안된다는 것이다.펀치는 주먹의 힘으로 치는 것이 아닌 허리의 회전력으로 치는 것이다.주먹이 아닌 허리로 친다고 생각할것.잽싸이를 할때는 크게 티가 나지 않지만 또이꽈,즉 오른 스트레이트를 할때는 이게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꾸준히 연습하도록."
"얼마나 연습하면 되겠습니까?"

창진의 말에 강성은 생각할것도 없이 즉시 대답했다.

"5000번.5000번 잽싸이를 반복해라.다 하거든 또이꽈로 넘어간다.사범을 하나 붙여줄테니 보고 따라하면서 할수 있도록."
"5000번?.......네,알겠수다."

창진이 잽싸이를 반복연습하는 사이,강성은 사무실로 잠시 돌아갔다.그곳에서,그는 창진을 기다리고 있던 혜린과 만날수 있었다.

"아가씨는 누구십니까?입관하려고 오셨습니까?제가 관장 유강성입니다."
"네?아,아니요.저는....최창진의 친구되는 사람입니다."
"최창진?아,저 양아치 말하는 거군.저런 양아치에게 이런 이쁜 애인이 있을줄은 몰랐는데."
"애,애인은 아니고 그냥 학교 럭비부 매니저입니다."

혜린의 말에 강성은 멋적게 웃었다.

"그런가?뭐 어쨌든 좋소.양아치 녀석은 선수반이니 연습 끝나려면 아마 한참 있어야 할 거요."
"저기,관장님....."
"응?"
"창진은,낙무아이로서의 재능이 있는 것입니까?"
"글쎄...적어도 난 그렇게 보고 있소.그렇지 않았다면 난 녀석을 허락하지도 않았겠지."
"그런가요...."

이야기를 마친 혜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시렵니까?"
"전 이만 가보겠어요.창진은 나중에 만나는게 좋을듯 싶네요.창진에겐 제가 왔다는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그럼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마친 혜린은 도장의 문을 빠져나왔다.

.
.
.

보름 후,여전히 펀치 연습을 하고 있는 창진을 강성이 불렀다.

"이리와라,양아치.오늘은 스파링을 한다."
"스파링.난 아직 양손 스트레이트밖에 배우지 못했잖수."
"그러니 주먹만으로 하는 스파링을 하자는 거다.상수야!"

강성이 이름을 부르자,이름이 불리워진 관원이 강성을 향해 달려왔다.

"상수는 선수반은 아니지만 무에타이를 2년정도 배운 유단자지.한수 배운다고 생각하고 스파링에 임해라."

창진과 상수는 글러브와 헤드기어를 끼고 링에 올라섰다.심판을 맡은 강성이 룰을 설명했다.

"이 경기는 3분 3라운드제로 실시된다.킥은 허용되지 않고 오로지 펀치만으로 경기가 진행되는 복싱 룰이며,물론 팔꿈치 사용은 금지된다.알겠지?"
"네."
"알겠수다."

공이 울리고,1회전이 시작되었다.시작하자마자 상수의 오른손 스트레이트가 창진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는 풍압이 헤드기어를 쓴 창진에게도 느껴졌다.

'제길!'

이어 상수의 왼손 스트레이트,다음은 오른손 훅.그 다음은 파상공세가 창진에게 마구 쏟아졌다.창진은 가드를 올려 겨우 막아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자식...나라구 못할것 같으냐.관장이 그랬지.허리의 힘으로 펀치를 날리라구."

순간,공세를 펼치는 상수에게 빈틈이 노출되었다.상대를 얕보고 너무 튼 공격만을 날리던 나머지 헛점을 크게 보이고 만것.스트리트 파이트로 다져진 눈의 창진은 이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때다!'

창진의 왼손 스트레이트가 정확히 상수의 턱 부위에 꽂혀들어갔다.그대로 다운되는 상수.스파링이기때문에 카운트없이 비틀거리며 일어선 상수는 턱에 맞은 충격이 심한듯 몽롱한 의식 속에서 계속 경기를 진행해 나갔다.이미 가드는 심각하게 풀린 상태.창진의 날카로운 눈은 이것을 놓치
지 않았다.

'넌 끝이다'

풀어진 가드 위로 소나기같이 날아드는 레프트,라이트 스트레이트 연타.이미 상수는 반격할 의욕조차 상실한 상태에서 일방적인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보다못한 강성이 스파링을 중단시키고 나서야 이 폭행은 끝이 날수 있었다.

"상수야,괜찮니?좀 쉬어라.그리고 양아치 너도 스파링 끝났으니 글러브랑 헤드기어 벗고 좀 쉴수 있도록."

보호장구를 벗고 쉬러간 창진을 옆에서 본 백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창진,이 괴물같은 녀석......역시 관장님의 눈은 틀림이 없었어....."

.
.
.

어느날,여느때와 같이 수련중이던 관원들로 분주하던 강성 무에타이 체육관.잠시 쉬면서 도장 홈페이지를 관리하던 강성은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아 응답했다.

"네 강성체육관입니다.네네.네.네?네,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성은 훈련중이던 백호에게로 다가갔다.그리고는 그에게 말을 건넸다.

"백호야."
"네,관장님."
"이제 TA-1 서울대회가 2달 남짓 남았지?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나?"
"예,관장님이 주신 훈련 프로그램을 잘 소화하고 있습니다."

백호의 말이 끝나자,강성은 침을 한번 꿀꺽 삼킨 후에 말을 시작했다.

"그래서,그 서울대회 말인데....너의 8강 대전상대가 공개되었다."
"누구입니까?"
"그는....."

말을 아끼던 강성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일본 가라데 정도회관의 에이스.미도리카와 히라쿠다."
"미도리카와....히라쿠!"



전민승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