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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손시헌의 13번, 허경민은 후계자를 찾았다 [시드니 노트]

기사입력 2023.02.17 00:30



(엑스포츠뉴스 시드니,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 캡틴 허경민(33)의 등에는 2014 시즌부터 숫자 '13'이 새겨져 있다. 프로 데뷔 첫해였던 2009년 선택의 여지 없이 40번을 달았고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2년부터 6번을 사용했지만 손시헌(43)이 2013 시즌 종료 후 NC로 FA 이적하자마자 13번을 차지했다.

허경민이 13번에 욕심을 냈던 이유는 대선배 손시헌을 닮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허경민은 늘 가장 존경하는 야구선수를 묻는 질문에 항상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손시험 선배님"이라고 대답한다.

손시헌은 2003년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 국가대표, 골든글러브 유격수로 성장한 '연습생 신화'를 쓴 주인공이다. 현역 시절 야구장에 가장 먼저 출근해 경기가 끝난 뒤에도 개인 훈련을 마치고 늦게 퇴근하면서 후배들에게 항상 모범이 됐다.

허경민이 실질적으로 손시헌과 한솥밥을 먹었던 기간은 길지 않다. 고졸 신인이었던 2009 시즌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기 때문에 2012-2013 시즌 2년이 전부다.  

허경민은 "손시헌 선배님은 선수로서도 인간적으로도 너무 존경스러운 분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내게 물어보면 손시헌 선배라고 말한다. 13번은 선배님이 사용했던 번호이기 때문에 내게도 애착이 크다"며 "선배님과 2013년 스프링캠프 때 딱 한 번 룸메이트를 했던 적이 있는데 너무 떨려서 잠도 못 잘 정도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허경민의 야구 인생은 13번과 함께 꽃을 피웠다. 2015 시즌 두산의 주전 3루수로 도약했고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FA 대박, 골든글러브 수상을 함께했다. 

프로 15년차를 맞은 올해는 주장의 막중한 책임감까지 더해졌다. 자신이 손시헌을 보면서 그랬던 것처럼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누구보다 솔선수범하고 있다.

특히 룸메이트 이유찬(25)를 살뜰하게 챙긴다.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는 이유찬을 보면서 두산의 미래를 책임질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허경민은 "이유찬은 내 10년 전 모습과 똑같다.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마음만 조금 더 강하게 먹으면 좋을 것 같다"며 "유찬이에게 최근에 내 등번호를 나중에 네가 달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후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이유찬에게는 나를 신경 쓰지 말고 네가 지켜야 하는 루틴에 맞게 생활하라고 했는데 유찬이가 정말 나를 의식하지 않고 일찍 잠든다"고 웃은 뒤 "사실 구단에서 캠프 기간 1인실을 사용해도 된다고 했었는데 동생들과 밥도 같이 먹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싶어서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유찬은 시드니 스프링캠프 기간 허경민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거듭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허경민의 마음처럼 13번을 이어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 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유찬은 "(허) 경민이 형은 정말 야구 밖에 모르는 분이다. 모든 초점이 야구에만 맞춰져 있으셔서 나도 자연스레 경민이 형을 따라 하게 된다"며 "내가 잘해야만 13번을 달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먼 훗날 경민이 형이 은퇴할 때 13번을 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호주 시드니, 허경민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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