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우리는 잘 만들고 있는데, 사람들이 '미스터트롯2'만 본다. (낮은 시청률의 이유는) '미스터트롯2' 때문이다." -'효자촌' 남규홍 PD-
ENA 예능프로그램 '효자촌'이 긴 시청률 부진에 빠졌다. 0.435%로 시작한 시청률은 지난 5회 0.237%로 자체 최저를 경신했고, 지난주 방송된 9회는 0.328%를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다(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기준).
물론 ENA라는 신생 케이블 채널의 특성상 지상파 및 종편에 비해 접근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지만, '나는 솔로' 남규홍 PD의 새 예능이라는 기대감과 양준혁, 장우혁 등 스타들의 이름값에 0%대 초반 시청률은 무척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 때문일까. 남규홍 PD는 지난달 31일 밤 긴급히 자신이 아는 기자들에게 문자를 돌려 다음 날인 1일에 '효자촌' 10회의 '긴급 게릴라 시사회'를 하겠다고 알렸다. '효자촌 정말 좋은 방송이고 10화 꽃구경 편은 정말 이상하고 뭉클하고 감동적인 내용인데 홍보가 답답하여 긴급 게릴라 방송 시사를 하는 것이니 이해해 달라'는 멘트도 남겼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함께하는 동료들을 외부에 험담하는 건 업계의 불문율일 텐데 대놓고 홍보팀에 불만이 있다는 무례함까지 덧붙였다. 행사 역시 홍보팀과는 무관한 단독 주최였다.
또 '효자촌'과 아무 상관 없는 '나는 솔로' 일반인 출연자들을 섭외해 어떻게든 화제성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했고, 이로 인해 꽤 많은 취재진이 어리둥절한 채 현장을 찾게 됐다.
남규홍 PD는 지난 1일 우여곡절 끝에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효자촌'이 이번 10회를 위해 달려왔다 해도 무방하다. (이번 편이 어떤지) 느낌을 들어보고 싶어서 선공개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나는 솔로' 출연자들을 왜 (갑자기) 섭외했냐는 질문에는 "(화제성이 높아) 기자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도 있고 이분들이 (인기가 많아 본 방송 전까지) 3,4일 동안 (SNS에) 홍보를 해주셔야 한다. 기자들이 써주는 것보다 홍보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어 모시게 됐다"며 남 PD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만사 제쳐두고 달려온 '나는 솔로' 출연자를 홍보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기자들의 기사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효자촌'의 0%대 시청률 부진에는 "'미스터트롯2'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 트로트만 본다. 우리는 잘 만들고 있다. 완성도, 작품성 그리고 묘한 재미까지 저희는 자부심이 있다"며 초창기 동시간대 방송된 TV조선 '미스터트롯2'에 탓을 돌려 모두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물론 '미스터트롯2'의 시청률이 20%를 넘어 동시간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효자촌'은 '미스터트롯2'과 경쟁하던 1~4화보다 일요일 저녁 7시로 시간대를 옮긴 5회에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며 더 철저하게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편성을 탓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남규홍 PD는 자신의 '효자촌'을 무척 고평가했지만, 이 프로그램은 '부모님께 효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만 좋을 뿐, 재미와 완성도는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일례로 '효자촌'은 지난 9회 새 출연자로 김부용 모자가 등장했을 때, 다짜고짜 김부용 모자에게 눈 맞춤을 하게 하고 어머니 무릎에 누워 잠이 들라고 지시했다. 이는 기존 멤버들이 초반에 했던 미션들(?)로 김부용은 오자마자 모두가 지켜보는 와중에 이 황당한 미션들을 수행하며 의문 속에 신고식을 치렀다. 김부용은 "몰카인 줄 알았다"며 어리둥절해했고, 시간 잡아먹기에 가까운 편집들에 재미와 감동 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었다.
'짝', '나는 솔로' 등 일반인 출연자들의 날 것을 끌어내는데 탁월한 남규홍 PD이지만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예능에서는 완성도가 낮다는 반응이다.
더군다나 9회를 모두 봐야 10회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니, '효자촌'이 뭐길래 기나긴 노잼을 참을 시청자들이 존재할지 의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나는 솔로' 출연자들 또한 '효자촌'의 방송을 단 1회라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고 밝히며 "방송을 보니 감동적이다, 부모님께 효도를 해야겠다"는 머쓱한 소감만을 남긴 채 퇴장했다.
현장의 싸늘한 반응을 느꼈을까. 남규홍 PD는 마지막으로 "(여기 있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망한 것 같다"는 말을 남기며 자리를 마무리헀다.
사진 = ENA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