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지난 21일 저녁(한국시간) 열린 잉글랜드와 이란의 카타르 월드컵 B조 첫 경기. 이날 양 팀의 선수들은 90분이 아닌, 총 114분을 뛰는 강행군을 치러야 했다. 전반 추가시간 14분, 후반 추가시간 10분 등 총 24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지면서 시간이 길어진 것. 조별리그에서 연장전을 치른 것 같은 긴 시간의 경기가 펼쳐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안타까운 부상 때문이었다. 우선, 전반전 이란 골키퍼 알리제자 베이란반드의 부상 교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전반 8분 상대의 크로스를 처리하려다 동료 선수와 부딪쳐 쓰러진 베이란반드는 코 출혈로 오랜 시간 그라운드에 누워 치료를 받았다. 베이란반드는 충분한 치료와 휴식을 취한 뒤 출전을 재개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약 10분 뒤 베이란반드가 일어나 경기가 속개됐지만, 다시 주저앉으며 결국 교체됐다. 베이란반드가 들것으로 교체돼 나가고 후보 골키퍼 호세인 호세이니가 들어올 때까지 많은 시간이 또 경과됐다. 결국 상당한 시간 소요에 심판진은 추가시간을 길게 책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14분의 추가시간을 주며 길었던 전반전을 끝냈다.
후반전에서도 길고 짧은 부상 이슈가 있었다. 잉글랜드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와 공격수 해리 케인이 경기 도중 부상을 입으며 짧은 치료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여기에 후반전에만 무려 5골이 터지면서 세리머니 시간이 길어졌고, 5인 교체 규정으로 많은 선수를 후반전에 교체하면서 시간이 또 소요됐다. 그 결과 후반전엔 10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고, 총 경기 시간은 114분이나 됐다.
잉글랜드-이란전 뿐만이 아니었다. 네덜란드와 세네갈의 경기에서도 후반전 8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고, 미국-웨일즈전에서도 후반 9분의 추가시간이 책정됐다. 부상 치료와 세리머니 시간, VAR 판독 시간 등 경기가 중단될 때의 시간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FIFA의 의지에 따라 긴 추가 시간이 주어졌다.
이로 인해 ‘침대 축구’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침대 축구란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기 위해 작은 부상에도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시간을 지연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국내팬들에겐 중동팀들이 침대 축구를 많이 사용하는 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중동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올까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FIFA가 추가시간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침대 축구도 원천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AP/연합뉴스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