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외치며 거리 응원, 정말 안 되나요?’
광화문 광장을 물들이는 ‘붉은 악마’들의 모습이 올해는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 이 여파로 많은 국민들이 황금시간대 킥오프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집에서 경건하게(?) 응원할 상황에 놓였다.
4일 서울시와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두 기관은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 계획을 취소하기로 했다.
그간 월드컵 기간에는 광화문 광장, 서울시청 앞, 영동대로 등 시내 곳곳에서 대규모 응원전이 펼쳐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지자체 등과 협의해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올해도 거리응원을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태원 참사로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고, 밀집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커지면서 두 기관을 결국 거리응원 취소에 합의했다.
일각에선 기업들의 후원이 어렵다는 이유도 든다. 기업 후원금이 있어야 거리응원 비용 충당이 가능한데, 올해는 이태원 참사로 민간기업 후원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어서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광화문광장 사용허가 신청 취소 공문을 서울시 체육정책과 및 광장사용허가부서에 제출할 예정이다.
광화문은 국민들에게 월드컵을 즐기는 ‘성지’ 같은 곳이다.
2002년 세계를 놀라게 한 붉은 물결은 4강 신화의 큰 밑거름이 됐다. 한국전이 열리는 날이면 밤낮 없이 수십만명의 팬이 몰려들어 질서정연하게 응원전을 펼쳤다.
유명 셀러브리티 패션 감각을 뽐내며 국민들과 어우러졌다.
하지만 올해는 대한축구협회가 거리응원을 취소한 가운데, 다른 단체들도 선뜻 월드컵 때 광화문을 쓰기 힘든 상황이어서 한국 경기가 열려도 텅 빌 가능성이 커졌다.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 취소에 대한 의견은 나뉜다.
아쉽지만 1∼2달 만큼은 조용히 보내며 희생자들을 같이 추모하는 게 맞기 때문에 거리응원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러나 국가적 애도기간이 10월30일∼11월5일인 만큼, 11월24일 첫 경기 우루과이전을 즐기고 싶은 개인의 자유까지 막는 게 과연 타당하느냐는 의견도 있다.
포털 네이트엔 "(또 다른 사고)예방차원에서 통제하는 건데 무슨 불만"이라며 거리응원 취소가 당연하다는 댓글, "2002년엔 아무 일 없었다", "광장과 골목이 같나요?"라며 거리응원을 왜 막냐는 댓글들이 서로 오가고 있다.
"추운데 무슨 거리응원?"이라면서 냉소적인 댓글도 있다.
카타르 월드컵 우루과이전은 11월24일 오후 10시, 가나전은 11월28일 오후 10시, 포르투갈전을 12월2일 밤12시에 열린다.
1∼2차전은 온국민이 퇴근 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황금시간대다. 3차전은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그야말로 최고의 시간이다.
하지만 코로나19도 거의 끝나가는 거리에서 "대∼한민국"을 외치고 싶은 이들은 어디로 가야할 지, 답이 보이질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