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영종도, 김지수 기자) KBO의 레전드 정근우가 장타 본능을 마음껏 뽐내며 '최강야구'의 사령탑 이승엽과의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했다. 스스로를 홈런타자로 소개했던 건 농담이 아니었다.
정근우는 17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컬처파크에서 열린 'FTX MLB 홈런 더비 X 서울' 준결승에 LA 다저스 소속으로 출전해 팀을 결승으로 이끄는 맹타를 휘둘렀다.
정근우는 이날 메이저리그 통산 317홈런, 올스타 선정 5회에 빛나는 아드리안 곤잘레스, 미국 여자 야구 국가대표 애쉬튼 랜스델,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전설 곽윤기와 팀을 이뤘다.
이승엽은 컵스 소속으로 모처럼 방망이를 들고 팬들 앞에 섰다. 컵스는 2008 메이저리그 신인왕 지오바니 소토, 미국 여자 야구 국가대표 알렉스 휴고, 축구 콘텐츠 크리에이터 스펜서 오웬이 호흡을 맞췄다.
정근우는 다저스가 44-54로 뒤진 가운데 컵스의 마지막 타자로 등장했다. 연습 타격과 레이스 초반에는 타구가 뻗지 않아 우려를 샀지만 점차 감을 잡고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홈런 하나당 2점을 획득할 수 있는 5개의 'Hot Streak'를 레이스 초반 선택하는 승부수를 던져 빠르게 컵스와의 점수 차를 좁혀갔고 순식간에 54-54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또 한 번 담장을 넘기면서 짜릿한 끝내기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총 25개의 타격 기회가 주어지지만 정근우는 8개를 남겨 놓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저력을 보여줬다. 전날 공식 인터뷰에서 자신을 "최강야구의 홈런타자다. 기대해 달라"고 말했던 이유를 증명했다.
이승엽은 11홈런 15득점으로 나쁘지 않은 기록을 남겼지만 정근우의 활약을 앞세운 다저스를 넘어서지 못했다. JTBC 예능 '최강야구'에서 감독과 선수로 출연 중인 두 사람의 대결은 정근우가 활짝 웃었다.
정근우는 "우리 곤잘레스가 처음부터 너무 잘 쳐줬다. 곽윤기도 홈런은 없었지만 2점짜리 타깃을 맞추고 수비에서 2점을 따낸 게 오늘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또 "10점 차 상태에서 타석에 들어갈 때부터 어느 정도 우리가 이기겠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고 웃은 뒤 "이벤트 경기지만 이기고 집에 가고 싶었다. 팀원 모두 굉장히 승리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으로 결승에 진출한 박용택이 우승을 놓고 맞붙을 상대로 이승엽의 컵스를 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코웃음을 치며 재치 있는 도발을 남겼다.
박용택은 "결승에서 아무래도 근우보다 승엽이 형과 붙는 게 모양새가 좋을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었다.
정근우는 이에 "용택이 형은 항상 인생이 모양새로 가는 것 같다"고 받아친 뒤 "우리 삶은 이렇게 원하는 대로 가지 않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이승엽 감독님이 지금 손목 상태가 안 좋다. 오늘 100%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신 것 같다"며 "감독으로서 선수에게 결승 진출을 양보해 주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영종도, 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