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2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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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0-0 경기도 충분히 재미있다

기사입력 2011.04.11 11:08 / 기사수정 2011.04.11 11:08

조성룡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성룡 기자] 지난 주말 K리그 8경기 중 4경기가 득점 없이 0-0으로 끝이 났다. 

9일과 10일 열린 '현대 오일뱅크 K리그 2011' 5라운드에서는 0-0 4경기를 포함, 8경기 중 6경기가 무승부라는 결과가 나왔다. 19골이 터져 나와 화끈한 승부가 펼쳐졌던 개막전과는 차이가 있었다. 

결과만 보면 경기장의 분위기가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졌을 지 모르겠다. 양 팀 모두 수비에 치중하느라 제대로 된 공격은 하지 못했고, 슈팅 하나 날리지 못한 채 미드필드 싸움만 하다 90분을 마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경기장에서, 또는 TV로 K리그를 즐긴 팬들은 '골만 빼고' 축구의 모든 재미를 만끽했다. 이제 K리그의 경기 수준이 '골이 나야'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골이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9일 열린 광주와 상주의 경기는 0-0으로 종료됐지만, 지난  2일 수원이 울산을 2-1로 꺾었던 4라운드 경기와 견줘 플레잉 타임이 길었다. 광주-상주 전이 56분 20초로 50분 25초의 수원-울산 전보다 훨씬 길었다. 그만큼 관중들이 실제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다는 얘기다.

10일 열린 대전과 제주 경기에서는 대부분의 관중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대전과 제주의 치고받는 치열한 공방전 때문에 언제 골이 터질 지 모르는 조마조마한 상황이 계속해서 연출됐다. 팬들은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지켜봤다. 



▲ 이날 박은호의 프리킥은 한 골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관중들은 그가 공을 내려놓을 때마다 손에 땀을 쥐었다

경기 후에도 많은 관중들은 곧바로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들은 최선을 다해 끝까지 멋진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팬들이 원하는 경기는 '골이 많이 나는 경기'가 아닌 '우리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경기'였기에 만족스럽다는 반응이 나올 만 했다. 

물론, 비기더라도 골이 많이 터지면 0-0 경기 보다 훨씬 즐거울 수 있다. 9일 열린 포항과 인천전은 시소 게임 끝에 2-2로 비겨 승패가 갈리지는 않았지만 경기 내내 박진감이 넘쳤다. 교통 상황이 좋지 않아 후반전이 되어서야 경기장에 도착한 인천 원정 서포터들은 후반전 45분 밖에 경기를 보지 못했지만 '돈이 아깝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K리그 팀들의 골 결정력 부재를 옹호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선수들의 고된 노력으로 만들어낸 득점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은 팬들도, 동료들도 안타깝게 한다. 다만 그것은 경기의 일부일 뿐 전체 경기력까지 좌우하지는 않는다.

골이 많이 터지는 경기도 있고, 터지지 않는 경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축구고, 그러기에 팬들이 사랑한다. 

1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선 골을 넣지 못해 고개를 숙이는 양 팀 선수들에게 관중들은 아낌없는 격려와 박수를 보냈다. 먼 훗날 이들의 경기는 '0-0'이라는 숫자로 남겠지만, 팬들에게는 골 없이도 재미있었던, 또다른 축구의 재미를 알게된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사진 = 대전 vs 제주 ⓒ 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 



조성룡 기자 WISDRAG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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