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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안 뛰니까 다친다" 햄스트링 부상은 러닝 부족 때문일까? [김지수의 야구경]

기사입력 2022.07.21 11:30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프로야구 감독들이 지는 것보다 싫은 건 선수들의 부상, 그중에서도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진단명이 '햄스트링'이다. 

햄스트링 부상은 일반적으로 허벅지 뒤쪽 근육 손상을 의미한다. 순간적으로 근육에 엄청난 고통이 가해지고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지속된다. 회복될 때까지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이상 가벼운 운동조차 쉽지 않다. 치료만 잘 마치면 되는 골절과 달리 재발 가능성이 높은 것도 문제다.

최근에는 햄스트링 부상자 발생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각 구단 주축 선수들이 햄스트링을 다쳐 장기간 이탈하는 일이 어느덧 팬들에게도 익숙해졌다. 이달 초에는 kt 강백호가 주루 중 햄스트링 부상을 입고 전반기를 조기 마감했다.

■ 러닝 부족 때문에 자주 다친다

프로야구 초창기였던 1980년대 현역으로 뛰었던 야구인들은 햄스트링 부상 원인을 러닝 부족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A 전 감독은 "나는 선수 때 햄스트링 부상이라는 말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다. 선수들이 점점 뛰는 훈련을 잘 안 하면서 다리 근육이 약해지는 것 같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1군 주루코치로 오랜 기간 선수들을 지도했던 한 야구인도 "타격 훈련은 시키지 않아도 재밌으니까 스스로 하지만 달리기는 기피한다. 지루하고 힘든 데다 훈련 성과 역시 곧바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게임 전후로 잘 안 뛰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10년 넘게 1군에서 현역으로 뛰었던 B 구단 코치 역시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확실히 러닝 훈련의 비중이 줄기는 했다"며 "현역 시절 양준혁 선배를 보면 은퇴할 때까지 틈이 날 때마다 25m 왕복달리기를 했다. 러닝을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땅볼을 치고 1루로 전력질주를 하면서도 햄스트링 부상 없이 오랫동안 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 많이 달린다고 강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야구인들 사이에서도 햄스트링 부상과 러닝의 연관성은 의견이 갈린다. 현직 감독 중 한 사람은 "무작정 뛰는 건 훈련이 아니라 얼차려다. 과거 방식이 무조건 옳은 건 아니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트레이닝이 트렌드인데 단순히 많이 뛴다고 몸이 강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러닝 축소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요즘 선수들이 예전보다 더 힘들다. 경기수도 많아졌고 이동거리도 훨씬 길어졌다. 내가 현역 때는 이닝 초반이라도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면 주축 선수들을 모두 교체해 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것도 어렵다. 훈련, 러닝 부족 때문에 부상이 온다기보다 여건, 상황이 힘들다고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부상을 직접 관리하는 트레이너들 역시 러닝 만능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C 구단 수석 트레이너는 "햄스트링 부상 위험률이 가장 높을 때는 근육의 피로도가 높아져 있을 때다. 적당한 양과 올바른 방식의 러닝은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하면 근육 피로도를 증가시켜 주 6일 시합을 치러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상 중 하나가 햄스트링 부상인데 러닝 훈련량은 KBO와 비교해 적은 편이다. 하지만 빅리그 구단의 트레이너와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부족한 러닝 훈련량을 그 원인으로 보지 않는다. 한 시즌 162경기라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원인으로 보고 어떻게 하면 스마트한 러닝 훈련법과 보강 운동법으로 햄스트링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지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 구단은 철저한 관리, 선수는 두려움 극복이 관건

KBO 구단들도 햄스트링 부상 방지와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평소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양상봉 키움 트레이너 팀장은 "햄스트링 부상은 불균형한 자세, 피로도와 연관이 있다고 본다. 러닝 부족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며 "일단 한 번 부상이 오면 회복되더라도 다치기 이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지 못하고 재발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창민 SSG 수석 컨디셔닝 코치도 "30대 이상 선수들은 경기 후반 승부가 기울어졌을 때 1-2이닝만 먼저 교체해 줘도 다음날 신체 회복 속도에서 차이가 크다"며 "햄스트링 부상 방지에도 이 부분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감독님께 이 부분을 지난해부터 말씀드렸고 베테랑 선수들의 몸 상태를 많이 신경 쓰시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이종열 SBS 야구해설위원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선수들은 플레이 과정에서 다시 통증을 느낄까 봐 불안감을 가지고 뛰는 경우가 많다. 순간적으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데 이때 어떻게 두려움을 이기고 게임에 집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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