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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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 칼럼] 칭찬이 아깝지 않은 조시 베켓.

기사입력 2007.10.26 06:36 / 기사수정 2007.10.26 06:3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필자가 이번 포스트시즌동안 내내 기사를 써오면서 결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선수가 바로 조시 베켓이다. 보스턴과 관련된 글들에서 그의 활약상을 수차례 언급했었지만 베켓을 위해 따로 지면을 낼 필요성을 25일에 벌어진 월드시리즈 1차전을 보며 강하게 느꼈었다.

선수들의 대한 평가 중, 유망주였던 시절에 자신의 모자란 점을 보완해서 기존에 지니고 있던 재능을 찬연히 발하고 있을 때, 우리는 최상의 플레이를 관전할 수 있다.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 시절의 베켓은 분명히 대단한 투수였지만 미완의 대기였었다.

그가 팀을 보스턴으로 옮기고 부상을 극복하면서 일어섰을 때, 어느덧 그가 지닌 재능은 완성단계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2007년인 올해에 그 실력이 만개했으며 마침내,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내리 4연승을 거두며 수많은 야구 관계자들을 경탄케 하고 있다.

완벽한 파이어볼러로 완성된 조시 베켓

베켓이 2007 포스트시즌에서 4연승을 구가하는 동안 그가 던진 구질을 살펴보면 강속구인 포심 패스트볼과 커브, 그리고 체인지 업 등 세 가지 구질이 주류를 이루었다. 플로리다 시절, 그의 특기는 빠른 볼과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조절한 뒤 낙차 큰 커브로 승부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이제 변화구 구사율이 많이 떨어진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한창 성장 중이던 시절의 베켓이 가진 패스트볼은 구속은 빨랐지만 볼 끝이 약하고 가벼웠었다. 그 때문에 빈번히 장타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승부구로 자신의 주특기인 패스트볼과 낙차 큰 커브를 섞어 던지는 경우가 많았었다.

그러나 지금 베켓이 급성장한데 가장 힘을 실어준 것은 바로 패스트볼의 종속이 발전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변화구가 다양해지는 야구 계에서도 패스트볼에 대한 명불허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변화구 자체가 승부구가 될 때도 있지만 사실 변화구의 주목적은 유인구로 통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감독들과 투수코치들은 직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구속이 빠르지 않았던 그렉 매덕스(샌디에이고 파드레스)도 자로 잰 듯한 제구력에 볼 끝이 살아서 들어가는 직구를 그가 던졌던 다른 변화구들보다 위력적인 주무기로 사용했었다.

조시 베켓도 포스트시즌동안 그가 던졌던 구질비율을 살펴보면 한 경기에 볼을 100개정도 던졌다고 치면 그중에 변화구는 15~20개 정도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00마일에 이르는 직구도 지속적으로 들어오면 맞을 확률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면서도 강속구엔 강점을 보이는 선수들 역시 수두룩하다.

그런데 베켓이 거의 80%가 넘는 비율로 던져대는 패스트볼이 그토록 위력적으로 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볼 끝의 생명력에서 그 위력을 찾아 볼 수 있다. 그저 빠르기만한 직구는 홈플레이트에 들어서는 순간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볼의 묵직함도 가벼워진다. 이러한 볼은 반발력이 심해서 장타로 이어질 경우가 많다. 

그러나 초반과 중반 스피드도 빠르면서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순간에도 속도와 묵직함의 차이가 살아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위력적인 패스트 볼이 된다. 거기에 제구력까지 갖춰지면 그 누구도 쳐내기 힘든 ‘언터쳐블 볼’이 완성된다.

베켓은 자신이 가진 직구를 최상의 위력을 지닌 패스트볼로 완성해 냈다. 그리고 간혹 타자를 유인하거나 호흡을 조절하기 위해 커브와 체인지업을 구사하기도 한다. 이러한 볼 배급은 다양한 구질을 섞어서 던지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투구가 될 수 있다.

월드시리즈 1차전을 보면 이러한 경제적인 투구가 얼마나 빛을 발했는가를 확인해볼 수 있다. 베켓이 7회 동안 9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면서 볼넷은 단 한개 밖에 없었다. 많은 탈삼진을 잡으려면 그만큼 볼을 많이 던지며 카운트를 조절해야 되기 때문에 볼넷도 적지 않게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베켓은 그러한 상식도 뒤집을 만큼 놀라운 투구를 펼쳤다. 더욱 시선이 가는 건 그가 이번 포스트시즌 4경기 동안 무려 35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면서 볼넷은 단 2개를 기록했다는 점은 경이롭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이다.

흔들리지 않는 에이스가 지니는 냉철함

‘이보다 더 이상 잘 던질 수 없다.’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극강의 투구를 보여주고 있는 베켓이 다소 오만하고 건방지다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우선적으로 그가 마운드에서 간혹 보이는 태도와 표정이 그렇게 비쳐질 수도 있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성의껏 대답하지 않는 태도나 지난 ALCS 5차전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백전노장 케니 로프턴과의 설전은 그런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팀 동료들에 대한 신뢰를 표명하고 있다. 자신의 공도 그들에게 돌리는 경우도 있으며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는 말은 안하는 것이 그의 태도이다. 플로리다 말린스를 우승으로 이끈 시절의 그는 지금과 같은 냉점함도 있었지만 열혈청년적인 이미지가 강했었다.

그러나 이제 완성단계에 이른 27세의 조시 베켓은 경기 중 어느 순간에도 자신의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가 되었다. 그리고 경기 분위기에 절대로 동요하지 않으며 처음 마운드에 올랐던 태도를 일관적으로 유지하게 위해 오로지 투구에만 열중하고 있다.

때론 팬들과 기자들에게 대하는 살가움이 인간적인 면으로 비춰져서 호감을 얻어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기에 임하는 자세이며 실력 자체에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전설이 된 선수들 중, 야구장안에 들어오면 말을 아끼고 필요 없는 행동을 삼가한 이들이 많다.

때론 인간적이지 못하며 차갑게 느껴지는 조시 베켓의 태도는 마운드에서 최상의 투구를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는 자신의 순번이 돌아왔을 때, 집중력을 다하지만 선발투수는 자신이 책임질 많은 이닝을 생각해 가며 한 구, 한 구에 열중한다. 감정의 기복이 쉽게 드러나고 자신을 절제할 수 없는 투수는 결코, 최고로 성장할 수 없는 위치가 바로 투수의 자리이다.

조시 베켓은 95마일에서 97마일을 넘나드는 패스트볼로 리그를 평정하고 있다. 이 속도의 구질에 종속이 살아있는 장점까지 추가되면 그 누구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구질이 된다. 현재 베켓은 이것을 자신의 볼로 완성했고 거기에 27세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냉철하게 자신을 조절하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정신적인 부분까지 가미하였다.

현지 미국언론은 ‘Amazing Backett’이란 수식어로 그를 극찬하고 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완성된 자신을 끊임없이 관리하며 오랫동안 유지시키고 발전시키는 부분이다. 그가 팀메이트 선배인 커트 실링과 전설의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처럼 오랜 기간동안 정상에 서는 투수로 남아주길 기원한다.

<사진=mlb.com>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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