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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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리뷰] WS가 외면한 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기사입력 2007.10.24 02:26 / 기사수정 2007.10.24 02:26

조영준 기자


(사진 - 클리블랜드의 불펜 에이스, 라파엘 베탄코트)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행운의 팀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극적인 상황에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하며 결정적인 상황에서 해운의 저울추가 기우는 팀들을 의례 행운의 팀이라고 부른다. MLB의 구단들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뉴욕 양키스가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팀이라고 부르고 있다. 반면, 1907년과 1908년 연속 우승 이후로 우승경력이 없는 시카고 컵스가 가장 불행지수가 높은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2007년 포스트시즌에서도 컵스의 열혈 팬들의 성원을 업고 반드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겠다는 팀의 의지는 올해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제 올 MLB의 대미를 장식할 월드시리즈만을 남겨놓고 있는 현재, 시카고 컵스와 필적될 만한 불운의 팀이 여기에 있다. 바로 ALCS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에게 역전패 당하며 월드시리즈에 초대받지 못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이다.

사실 인디언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 기록을 살펴보면 결코 시카고 컵스 못지않게 잔혹하다.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우승을 하지 못한 팀으로 남아있는 시카고 컵스를 제외한다면 아메리칸리그에서는 클리블랜드가 그 명예롭지 못한 순위에서 1위에 올라있다.

1947년, 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전신인 보스턴 브레이브스를 누르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이후 지금까지 우승 트로피를 안아보지 못한 팀이 바로 클리블랜드이다. 또한 이후로 수차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너무나 아깝게 정상문턱에서 좌절했었다.

1954년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던 클리블랜드는 상대팀인 뉴욕 자이언츠(현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비해 월등히 앞선 전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내리 4연패를 당하며 정상등극에 실패하였다.

그 이후, 최근에 들어 야구팬들의 기억에 가장 남는 해는 바로 1995년도와 1997년도이다. 90년대 중후반의 인디언스는 가히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전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타선은 리그 전체를 통틀어 최강의 타선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2007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준 케니 로프튼(당시 중견수)이 전성기 시절 때, 인디언스 타선의 리드오프였었고 오마 비스겔, 카를로스 바예르가, 엘버트 벨, 짐 토미, 매니 라미레스, 데이비드 저스티스가 거쳐 간 타선은 그야말로 숨쉴 틈이 없었던 공포의 타선이었다.

95년 ALCS에서 시애틀 매리너스를 물리치고 월드시리즈에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맞붙었던 인디언스는 탐 글래빈의 영리한 투구에 당하며 4승 2패로 무너지고 만다. 당시 인디언스의 막강 타선과 브레이브스의 그랙 매덕스-탐 글래빈-존 스몰츠로 이어지는 최강의 선발라인의 대결이 관심을 모았지만 결과는 애틀란타의 굳건한 방패가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인디언스에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해는 바로 97년도였다. 그해에 인디언스가 치른 포스트시즌은 정말 극적인 게임이 많았다. 디비전시리즈에서 붙은 디펜딩 챔피언인 뉴욕 양키스를 1승 2패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내리 4차전과 5차전을 이겨내며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라갔었다.

그리고 당시, 뉴욕 양키스보다 더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던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대결에서는 결국 최종전이 되었던 6차전, 연장까지 0-0으로 팽팽하게 진행되던 경기는 인디언스의 2루수 토니 페르난데스의 솔로포로 막을 내리며 클리블랜드는 2년 만에 또다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였다.

인디언스의 월드시리즈 파트너가 된 팀은 당초에 올라올 것으로 예상됐던 내셔널리그 최강의 팀인 애틀란타 브레이브스가 아니라 이제 겨우 창단 된지 5년째가 되가는 플로리다 말린스였다. 인디언스와 말린스는 모두 조직력이 끈끈했고 공수에 걸쳐서도 팽팽한 전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플로리다에선 포스트시즌의 새로운 에이스가 등장해 필히 승리해야할 경기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바로 현재 애리조나에 있는 리반 에르난데스. 그가 NLCS에서 MVP에 올랐었고, 월드시리즈에서도 2승을 거두는 동안 클리블랜드의 에이스였던 백전노장 오렐 허샤이저는 단 1승도 올리지 못했었다.

 


  (사진 - 많은 아쉬움을 보였던 에이스 C.C 사바시아)

어쩌면 이번 ALCS에서 부진했던 C.C 사바시아와 파우스토 카모나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당시에도 최소한 1승 정도는 거뒀어야 했던 허샤이저는 리반 에르난데스와의 대결에서 연거푸 패하며 팀을 유리한 고지로 이끌지 못했다.

결국 7차전까지 이어진 경기에서 오리올스를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홈런을 쳤던 토니 페르난데스의 적시타로 9회말까지 2-1로 근소한 리드를 지키고 있었으나 당시 인디언스의 마무리였던 호세 메사는 거의 다 잡았을 수 있었던 플로리다 해안의 청새치를 놓치고 만다. 동점으로 이어진 경기는 연장전까지 이어졌고 결국 말린스의 콜롬비아 출신선수인 에드가 렌테리아의 역전 적시타로 또다시 정상등극 일보직전에서 인디언스는 눈물을 삼켜야만했다.

그런데 당시의 상황에서 흥미로운 점은 오리올스를 물리칠 때와 월드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적시타를 때린 인디언스의 영웅 토니 페르난데스가 연장전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범해 그것이 결승점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페르난데스는 팀을 구원하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치명적인 범실을 해 졸지에 영웅에서 역적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처럼 클리블랜드의 월드시리즈 도전기는 시카고 컵스 못지않게 눈물겹고 처절했다. 이번 ALCS 4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단 1승만 남겨놓은 상황에선 그 누구도 이러한 인디언스의 뼈아픈 기억이 다시 재생되리라곤 쉽게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월드시리즈가 결코 달갑게 맞이했던 손님이 아닌 클리블랜드는 또다시 좌절하고 말았다. 4차전까지 균형 있는 페이스를 유지하던 인디언스 타선은 보스턴의 에이스인 조시 베켓과 커트실링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7차전까지 왔고 끝내 다 잡았던 월드시리즈 티켓을 보스턴 레드삭스에게 넘겨주었다.

열광적인 클리블랜드 홈팬들은 홈구장인 제이콥스 필드의 전광판 화면에서 중계되는 경기를 지켜보며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건 기쁨에 찬 환성이 아니라 한줄기 눈물이었다.

2004년 보스턴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함으로 이제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월드시리즈 우승에 목말라하는 팀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됐다. 지긋지긋한 밤비노의 자주를 뒤로하고 우승을 일궈냈던 레드삭스처럼 인디언스 역시 월드시리즈의 최종 승자가 되는 날이 언제쯤에나 올지 자못 궁금하다.

<사진 = MLB.COM>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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