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데뷔 첫 만루 홈런을 친 타자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분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LG 트윈스 이재원은 최근 '빠던'을 후회한다는 쑥쓰러운 고백과 함께 매 경기 차분하게 임할 것을 또 한 번 다짐했다.
이재원은 지난 1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타수 2안타 1홈런 6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LG의 14-5 대승을 견인했다. 특히 팀이 1-0으로 앞선 1회초 2사 만루에서 시즌 6호 홈런을 1군 무대 첫 그랜드 슬램으로 장식했다.
팀이 연패 중인 상황에서 터진 데뷔 첫 만루 홈런이었지만 이재원은 베이스를 돌면서 크게 흥분하지 않았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은 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기는 했지만 차분함을 유지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회말 3점 홈런을 때려낸 뒤 화끈한 배트 플립을 선보였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재원은 "삼성전 때 경기 막바지에 승부를 결정짓는 홈런도 아니었는데 너무 일찍 (배트 플립을) 했던 것 같다. 집에 가서 이불킥을 많이 했다"고 웃은 뒤 "그때는 순간적으로 기분이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배트 플립을 했다. 형들은 더 하라고 하는데 이제부터 안 하려고 한다. 사실 원래 홈런을 치고 오늘처럼 했는데 지난주에만 그랬었다"고 강조했다.
4회초 맞이한 또 한 번의 만루 상황에서 또 한 번 담장을 넘길 뻔했지만 좌측 폴대를 살짝 빗나가면서 파울이 된 부분도 전혀 아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배트에 맞는 순간 파울인 걸 알았다"며 "1회초 홈런도 의식하고 치지 않았다. 타이밍에 신경 쓰고 덤비지 말자는 생각으로 타격했는데 팀이 이기는 데 힘을 보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재원은 올 시즌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23경기 타율 0.315(73타수 23안타) 6홈런 21타점 OPS 1.049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홈런과 타점은 지난해(6홈런 21타점) 기록을 이미 넘어섰고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선구안도 크게 개선됐다.
LG는 리오 루이즈가 기량 미달로 최근 퇴출되면서 외국인 타자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이재원이 유망주 껍질을 완전히 깨뜨릴 태세를 보이면서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재원도 요즘은 출근길이 즐겁다.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 잡은 건 아니지만 류지현 감독으로부터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받으면서 자신감이 크게 붙었다.
이재원은 "최근에는 부담감이 점점 없어지고 뭔가 더 편안해진 느낌이다"라며 "예전에는 매 타석마다 잘 쳐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는제 지금은 경기를 꾸준히 뛰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만 잘 해보자라고 마음먹어서 그런지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위 타순도 게의치 않는다. 경기에 뛸 수 있는 자체가 감사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는 생각만 하고 있다"며 "어떻게든 결과를 내려고 타석에서 덤볐던 지난해와는 다른 것 같다. 기록은 의식하지 않고 팀 승리에 꾸준히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진=부산,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