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윤승재 기자) 데뷔 첫 선발 무대에서 데뷔 첫 승. 필승조에서 선발로 변신한 NC 다이노스 투수 김시훈이 첫 선발 무대를 성공적으로 장식하며 팀의 분위기까지 바꿨다. 데뷔 첫 선발 무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담대한 투구. 그의 모습에서 2년 전 대체 선발로 깜짝 등장해 팀의 우승까지 책임졌던 누군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김시훈은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세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86개의 공을 던져 3피안타 4사사구 3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하며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이날 경기는 김시훈의 데뷔 첫 선발 무대였다. 올 시즌 9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은 ‘0’의 행진을 이어가며 필승조 역할을 톡톡히 했던 김시훈은 신민혁의 이탈로 공백이 생긴 선발진에 이름을 올리며 데뷔 첫 선발 무대를 치렀다. 시즌을 불펜진에서 시작했지만, 이미 지난 겨울부터 예비 자원으로 선발 수업을 받아온 그였기에 선발 전환은 큰 무리가 없었다.
첫 선발 무대였지만 불펜 때와 달라진 건 강약조절 밖에 없었다. 150km/h의 빠른 공을 바탕으로 변화무쌍한 커브, 스플리터까지 자유자재로 던지며 두산 타선을 차례로 돌려세웠다. 선발이란 부담감은 찾아볼 수 없었고, 특유의 무표정도 변함없었다. 비록 볼넷 4개를 내주면서 실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5회까지 자신의 공을 담대하게 던지며 데뷔 첫 승의 감격을 맛봤다.
경기 후 만난 김시훈은 “(불펜 때와) 똑같은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적은 투구 수로 긴 이닝을 소화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라면서 “처음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거지만,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하지 않나. 다른 선발 투수들이랑 같이 운동하고 준비도 잘 했다. 부담은 딱히 없었다”라며 데뷔 첫 선발 경기를 돌아봤다.
선발 예고부터 데뷔전을 마치기까지 김시훈은 줄곧 담대했다. 22일 KT전 구원 등판 도중 선발 예고를 들은 김시훈은 처음엔 긴장했지만 곧 안정을 찾았다. 포탈사이트에 있는 일정표 선발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압박감보단 재미있을 것 같았다”라고 말할 정도로 담대했다. 처음으로 많은 관중 앞에서 던지는 선발 무대였음에도 그는 “아무도 없는 경기장보단 많은 관중 앞에서 던지는 게 자신감이 더 생긴다”라며 담대한 모습을 보였다.
담대하고 당당한 모습, 2년 전 누군가와 똑 닮은 모습이다. 2020년 혜성처럼 등장해 팀의 우승까지 책임졌던 송명기를 보는 듯했다. 당시 송명기도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선발진의 부상과 부진으로 대체 선발의 기회를 잡았고, 호투로 선발진에 안착하며 팀 우승까지 이끌었다. “피하는 것보다 공격적으로 승부하는 게 좋다”라는 그의 말처럼, “자기 공을 던질 줄 안다”는 사령탑의 말처럼 당시의 송명기는 지금의 김시훈과 같이 담대하고 당당했다. 김시훈 역시 현재 송명기와 같은 마인드와 평가를 받으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년 전 송명기와 똑 닮은 김시훈. 그도 2020년의 송명기처럼 선발진에 안착, 위기의 NC를 구해낼 수 있을까. 이에 이동욱 감독은 “그렇게 되도록 기대해보겠다”라고 웃었다. 일단 첫 단추는 잘 뀄다. 큰 이상이 없는 한 선발진에 남아 로테이션을 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김시훈은 “어느 보직과 상관없이 1군에 남는 게 목표다. 정해진 자리에서 열심히 던지는 것이 우선이다”라면서 “선발로 들어가게 된다면 긴 이닝을 던져서 퀄리티스타트를 많이 하는 것을 목표로 경기에 임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잠실 윤승재 기자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