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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한씨 대면 불발→6시간 공방…法 "협박 부담감 안 보여" (엑's 현장)[종합]

기사입력 2022.04.25 21:50

김노을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노을 기자)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총괄 프로듀서 측과 그룹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의 마약 구매·흡입 의혹을 고발한 공익제보자 한씨가 6시간 넘게 진실 공방을 벌였다.

2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 위반(보복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양현석 전 대표에 대한 4차 공판이 열렸다. 양현석은 지난 2016년 비아이의 마약 구매 및 투약 의혹을 공익 제보한 한씨에게 진술 번복을 강요하고 회유·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양현석은 검정색 양복 차림으로 차에서 내려 곧장 법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난 3차 공판 기일 때 홀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노마스크' 논란에 휩싸인 것을 의식한 듯 4차 공판 기일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 공판은 한씨에 대한 양현석 변호인 측의 반대 신문이 이뤄졌다. 3차 공판에 이어 증인 한씨와 피고인 양현석은 차폐막으로 분리됐으며, 본격적인 증인 신문에 앞서 양현석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성적인 것과 관련되거나 업무상 관계도 아니기 때문에 차폐막 설치는 의미가 없다"며 차폐막 없이 신문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 "증인은 자신이 불리하면 언론에 책임을 미룬다. 이 사건의 경우 증인과 피고인이 있던 자리에서 오간 이야기가 핵심이다. 차폐막을 설치하고, 피고인이 증인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는 방어권 보장에 맞지 않다. 이 사건의 경우 차폐막 설치를 (재판부에서) 불허하고 오픈된 상태에서 이야기 할 수 있게 해달라. 증인이 처음부터 피고인 퇴정을 얘기하는 건 본인(한씨)에게 유리한 생각을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성적인 것과 관련된 사건이 아니어도 증인이 부담을 가지면 차폐막을 설치할 수 있다. 또한 둘 사이에 협박과 관련된 사안이 다퉈지고 있다. 여러 정황을 살펴야 하며, 증인은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씨에게 차폐막 여부를 물었고, 한씨는 "차폐막 없이 (양현석과) 대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오전과 오후 총 6시간 여에 걸쳐 장시간 진행된 증인 신문에서 양현석 측은 한씨의 진술 내용 진위와 신빙성 여부를 가리는 데 주력했다. 양현석 측 변호인은 한씨에게 "경찰 조사에서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되게 진술한 것 없냐. 증인(한씨)에게 유리하게 말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한씨는 "아니다. 사실대로 말하는데 어떻게 내게 유리하게 진술하냐"고 답했다. 이어 양현석 측 변호인은 한씨가 과거 연습생으로 있었던 각 연예기획사에 사실조회를 요청해 받은 내용이라며 "(각 연예기획사들이 한씨에 대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게 불성실한 태도, 성형수술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한씨는 "무단으로 (연습하러) 안 나간 것은 맞지만 당시 성형수술을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로도 양현석 측 변호인은 한씨가 어릴 적부터 마약에 손을 대거나 유흥업소에서 일한 것을 계속 언급하며 "마약, 유흥업소와 관련됐는데 연예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냐"고 묻자 한씨는 "네. 꿈이 있었다. 꿈과 그런 건 다른 거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라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양현석과 한씨가 처음 만난 장소도 언급됐다. 한씨는 "정마담이 양현석에게 나를 좋게 말해준다면서 일을 해보자고 해서 시작했다. 처음 나간 날 처음 본 손님이 양현석이다"고 주장했다. 정마담은 양현석의 원정 성접대 의혹을 증언한 인물이다.

그러나 양현석 측 변호인이 "정마담은 2014년경 그룹 빅뱅의 승리(본명 이승현)가 다른 여성들과 밥을 먹는 자리에 불러 가봤는데 한씨가 있길래 (한씨의) 얼굴이 예뻐서 출근해 볼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돈을 쉽게 벌 수 있고 2차는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하자 한씨는 "그렇게 들은 적 없다. (정마담이) 양현석으로 나를 꼬셨다. 승리가 소개해준 게 아니다"고 곧장 반박했다.

양현석 측 변호인은 한씨가 2017년 빅뱅 탑(본명 최승현)과 대마초를 피운 혐의와 관련해 "YG에서 증인과 탑을 미국으로 도피시켰다고 주장했는데 그 주장대로라면 미국행 비행기 표를 끊은 상태에서 또 대마를 흡연한 거다. 미국 도피를 한다고 하면서 왜 또 흡연했냐"고도 물었다. 한씨는 "YG가 (내가) 잡혀갈까봐 미국 보내라고 했다고 들었다. 나는 들은 그대로 말한 거다. 탑과 대마를 한 얘기가 발설될까봐 도피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현석 측 변호인이 거듭 대마 흡연을 한 이유를 묻자 한씨는 "미친 거죠"라며 자조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오후 신문에는 그룹 위너 멤버 이승훈과 경찰관 최모씨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이승훈은 비아이와 한씨의 마약 논란이 일자 중간에서 개입한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양현석 측 변호인은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 위반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를 언급하며 "증인은 2018년 6월부터 YG 사람들과 만나면 안 됐었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김모씨가 이승훈, 김한빈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승훈에게 연락을 취한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씨는 "이승훈이 먼저 연락을 한 거다. (이승훈이) 회사 말을 안 듣고 나한테 연락한 건데 그러면 내가 아니라 이승훈이 잘못한 거 아니냐"고 반대로 따져물었다. 이와 관련해 양측이 한씨의 YG 사옥의 첫 방문한 시기 등을 두고 공방을 벌이자 재판부는 "쟁점에 관한 것만 신문하자"며 중재했다.

재판부는 또 "증인의 핵심적 진술이 명확하거나 번복되는 사정이 있으면 (재판부는) 신빙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한씨의 일관된 진술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한씨는 "잘 정리해서 말하고 싶은데 기억이 시간순은 아니다 보니 중간중간 빼먹게 된다"고 말했다.

"김모씨는 김한빈와 증인이 가깝게 지내는 것을 알고 스캔들이 날까봐 주의를 주려고 찾아갔다고 진술했다"는 양현석 측 변호인에 말에 한씨는 "사귄 적 없다. 그건 (김)한빈이도 인정하고 동의한다. 남자친구가 아니라 그냥 친구였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경찰관 최모씨는 2016년 8월 한씨의 마약 혐의를 수사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증인으로 출석해 '양현석이 5억 원을 줬으면 입을 다물었지'라는 한씨의 발언이 들어간 통화 녹취록을 공개해 파장이 일었다. 이와 관련 양현석 측 변호인은 "증인은 1, 2차 경찰 조사 때 김한빈의 마약 혐의를 제보한 것에 대해 당시 조사했던 경찰관(최모씨)에게 YG에서 보복할까 겁이 난다고 했다. 그런데 조사 직후 YG 관계자 김모씨에게 바로 연락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고 의아함을 표했다.

재판부는 한씨 진술에 일관성이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한씨에게 "이 사건은 보복 협박 사건인 만큼 협박 전후 사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자가 협박을 받고 얼마나 부담을 가졌는지, 가해자를 대하는 상황에서 겁에 질렸는지 (재판부가) 판단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증언을 하며 기억이 나는대로 말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YG와 연관이 되어 있으면 연예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계약을 해지당하고 연예인의 꿈을 접고 난 뒤 문제 제기를 한 것 아니냐"고 물었고, 한씨는 "그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가수 연습생이었던 한씨는 2016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YG 소속 비아이의 마약 투약 의혹을 진술했으나 번복했다. 이후 한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YG 측으로부터 외압을 받아 진술을 번복했다"고 제보했다.

한씨는 18일 진행된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사람(양현석 전 대표) 말을 안 들으면 죽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현석 전 대표는 한씨를 협박한 혐의, 범인 도피 교사 혐의 등 자신에 대한 혐의를 전부 부인하고 있다.

비아이는 지난해 9월 대마초와 LSD를 구매하고 투약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한씨는 같은 해 11월 1심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다음 공판은 오는 5월 16일 재개된다.

사진=박지영 기자

김노을 기자 sunset@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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