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뮤지컬 ‘리지’가 2년 만에 더 강렬하게 돌아왔다.
뮤지컬 ‘리지’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 중이다.
여성 4인조 록 뮤지컬 '리지'는 미국에서 일어난 미제 살인 사건인 ‘리지 보든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130여 년간 미국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 중 하나로 남았다.
1892년 매사추세츠 주 소도시 폴 리버, 성공한 장의사 앤드류 보든과 그의 부인 에비가 집 안에서 잔인하게 도끼로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경찰은 알리바이가 불충분한 둘째 딸 리지를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한다.
전국적인 관심 속에 세기의 재판이 열리고, 피의자 리지와 언니 엠마, 가정부 브리짓과 리지의 친구 앨리스가 법정에 선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네 명의 진술은 서로 엇갈리고 반전을 거듭하지만, 치열한 재판 끝에 결국 리지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다.
1990년 4곡의 넘버로 구성한 실험극으로 시작한 뒤, 20년간 작품 개발을 거쳐 2009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초연했다. 2020년 한국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인 바 있다. 6인조 라이브 밴드의 파워풀한 연주가 특기다.
29일 진행한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은 '프롤로그', '보든 가', '사랑 아냐', '소중한 내 동생', '섀터케인과 벨벳 그라스', '있어줄래?', '머리가 왜 없어?', '끓어오른 분노', '낡은 건 태워버려', '질문, 또 질문' 등을 시연했다.
양주인 음악감독은 "6, 70년대부터 시작한 펑크록, 하드록부터 모든 록 장르가 다 녹아있다. 창작자가 록의 정신이나 이해가 굉장히 높은 상태에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모든 록 장르를 녹아냈는데 하드한 넘버부터 리지의 섬세한 과정을 따라가기 위해 첼로를 추가 편곡해서 섬세한 드라마적인 부분까지 녹아있다"라고 밝혔다.
양주인 음악감독은 "기본적으로 오리지널 음악을 구현하려고 했다. 아날로그적이고 빈티지하면서도 강렬한 질감을 내려고 노력했다. 원작과 다른 게 있다면 신나고 통쾌하게 극을 끝내고 싶어 초연 때부터 커튼콜에 앙코르로 따라부르면 좋을 곡을 만들었다. 코로나19가 이렇게 길어질 지 몰라서 박수만 치는 상황이지만 며칠 공연해보니 관객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매회 뜨겁게 공연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대한민국에서 노래를 잘한다는 멋진 여배우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네 명이 폭발하는 사운드를 낼 때는 연습실에서 들었을 때도 100명이 내는 것 같은 시너지가 나더라. 성량뿐만 아니라 연기력,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 등을 갖고 있다. 배우들에게는 극한의 스테미너가 필요한 작품이다. 고음이 많은 것뿐만 아니라 강한 드라마를 가져가다 보니 쏟아야 하는 에너지가 어마무시하다. 2시간 여 되는데 더 길면 안 되더라. 짧은 시간에 모든 걸 쏟아내는 공연이다"라고 덧붙였다.
아버지와 계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재판장에 선 리지 보든 역은 전성민, 유리아, 이소정이 캐스팅됐다.
전성민은 "와이어리스와 핸드마이크를 쓰면서 하는 공연을 예전에 해본 적 있다. 그때도 파격적이었는데 이번에도 파격적이라고 느꼈다. 노래나 무대나 의상도 1, 2막이 완전히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내가 이때까지 공연을 한 것 중에 가장 파격적이고 파워풀한 무대라서 개인적으로 큰 도전이고 하루하루 통쾌함을 느끼면서 한다. 어떤 형식적인 부분 때문일 수 있지만 와이어리스로는 100% 표현하지 못하는 록 장르이다 보니 마이크로 잘 표현할 수 있어 좋다. 너무 재밌고 힘든 건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다. 그래도 마지막에 커튼콜까지 하면서 늘 속시원하게 공연을 끝낸다. 굉장히 즐기면서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소정은 "뮤지컬 배우로 돌아온 가수 이소정이다"라고 힘차게 말했다.
이어 "첫 뮤지컬이어서 무대나 연출이나 기술적으로 많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핸드마이크를 쓰면서 익숙하게 콘서트를 하는 느낌이 든다. 관객과 즐기면서 공연하는 게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커튼콜이나 록 무대를 할 때 관객분들이 많이 즐겨준다. 핸드마이크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즐기면서 한다. 록 기반이기도 하고 콘서트 때도 노래를 이렇게 많이 안 하는데 노래를 많이 한다. 시간이 아깝지 않은 꽉 찬 공연을 볼 거로 장담한다. 재밌고 좋은 공연이니 많이 보러 와 달라"라며 자신했다.
분노 속에 깊은 슬픔을 숨기고 있는 리지의 언니 엠마 보든 역은 김려원과 여은이 무대에 오른다.
김려원은 "'리지' 같은 작품은 없다. 안 보면 후회할 거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한 번쯤은 이런 것도 있구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웰메이드다. 모두가 진심을 다해 한끝도 놓지지 않고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리지' 속해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초연 때는 외국에서 했다고 해도 우리 말로 바꾸고 익히는 게 어려웠다. 또 올라간다고 할 때 덜컥 겁났는데 새로 온 분들이 잘 따라오고 자극도 줘서 훨씬 좋은 공연이 된 것 같다. 한 번쯤은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은은 "그동안 많아봐야 여자 역할이 2명이었는데 여배우 네 명만 무대를 꾸민다는 게 많이 달랐다. 앙상블이 없이 화음부터 다 배우들이 하고 있다. 연습 때 많이 어려웠는데 매 무대 재밌게 잘하고 있다. 언니들이 잘 챙겨줘 열심히 하고 있다"라며 고마워했다.
보든 가의 이웃으로 리지와 서로 의지하며 은밀한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 앨리스 러셀 역은 제이민, 김수연, 유연정이 맡았다.
제이민은 "무대가 넓어졌다. 그 전에 채운 무대의 에너지를 더 많이 내려고 넓은 곳으로 왔다. 무대적인 측면에서 바뀐 게 조금 있다. LED도 보완하고 샹들리에도 내려오고 업그레이드 됐다. 무대가 더 예뻐졌고 세련돼졌다.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할 무대다"라고 짚었다.
제이민은 "'리지'를 시작할 때 한참 코로나19가 시작할 때였다. 많이 걱정하고 심적으로 고통 받고 힘들 때 시작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배우, 스태프, 관객 모두 심적인 압박감이 많이 쌓였을 거로 생각한다. 조금 더 여러 분에게 힘을 주고자 한다. '플라이'라는 넘버가 예전에는 '우리 해냈어' 이런 메시지였다면 '다같이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로 보강해봤다. 답답한 마음을 갖고 극장에 왔을 때 조금 더 응원 받고 해소되는 기분으로 집에 돌아갔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김수연은 "여자 네 명이 무대를 꽉 채워야 한다. 힘든 점은 나도 모르게 분명 방금 전까지 힘들었는데 에너지 조절이 안 될 만큼 너무 신이 난다. 에너지를 조절하는 게 힘들다. 무대에 나와있지 않을 때도 연기를 이어나가고 나름대로 무대 뒤에서의 에너지와 드라마적인 연결도 신경 써서 하고 있다.
유연정은 "'리지'로 뮤지컬에 첫 도전하게 됐다. 첫 데뷔 작품이어서 하나부터 열 가지가 다 어려웠다. 핸드마이크를 혼자 쓸 떄도 있고 하나로 두 배우가 나눠 같이 부를 때도 있고 번갈아가며 마이크를 주고 받는 연출이 새로웠다. 와이어리스로 할 때보다 더 신이 나는 것 같다. 나도 처음이라 많이 서툰데 언니들이 잘 알려주고 챙겨주셔서 금방 적응했다. 언니들에게 감사하다. 열심히 준비했으니 많이 보러 와달라"며 당부했다.
보든가의 가정부이자 집안에 감도는 불길한 기운을 감지하고, 불행을 예고하는 브리짓 설리번은 이영미와 최현선이 연기한다.
이영미는 "음악적인 면에서 여러 록 뮤지컬이 있긴 하지만 다채로운 록 음악이 잘 버무려진 뮤지컬이다. 양질의 음악이 들어간 뮤지컬은 흔치 않다고 생각하는데 음악이 정말 너무 좋다. 송스루 뮤지컬인데 배우 네 명의 연기가 얹혀질 때 처음 하는 친구들은 쉽지 않았을 건데 모두의 에너지가 음악과 버무려진다. 마지막에 커튼콜까지 가는 우리의 노선이 다른 뮤지컬과는 상반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최현선은 "초연 때부터 관심을 많이 가져줬던 거로 안다. 여자 네 명이 나오고 소재도 파격적이다. 다시 돌아와 해보니 여자들이 나오는 뮤지컬 보다는 성별을 떠나 네 명의 배우들이 좋은 음악, 연출, 연기 안에서 관객 분들에게 통쾌함, 시원함을 느끼게 해드릴 수 있지 않나 한다. 마스크를 벗고 이 통쾌함을 같이 누리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시원한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전했다.
뮤지컬 '리지'는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뮤지컬 '마리 퀴리', '팬레터' 등의 김태형 연출, 뮤지컬 '레드북', '킹키부츠', '위키드' 등의 양주인 감독,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 '헤드윅', '어쩌면 해피엔딩'의 조수현 디자이너가 의기투합했다.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