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우 "'악의 마음'=전환점, 악역 이미지 걱정했는데…" [엑's 인터뷰④]

(엑스포츠뉴스 최희재 기자) ([엑's 인터뷰③]에 이어) 배우 한준우가 '악의 마음'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한준우는 지난 12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하 '악의 마음')에서 연쇄살인범 구영춘 역으로 분했다. '악의 마음'은 연쇄살인범들의 마음을 치열하게 들여다봐야만 했던 대한민국 최초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를 담은 범죄 심리 수사극.

'악의 마음'은 한국형 프로파일링의 태동을 그린 드라마다. 연쇄살인범을 구영춘을 연기한 한준우의 활약이 시청자들을 숨막히게 했다. 구영춘(한준우 분)은 범죄자 유영춘을 모티브로 한 인물. 쉽게 도전하기 힘든 캐릭터를 완벽하게 그려낸 한준우는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한준우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이미 있지 않나. 똑같은 이야기와 똑같은 인물을 다루는 거지만 뭔가 차별점을 보여주고 싶고 다르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근데 또 욕심이 과하면 산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을 했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계속 리서치를 하고 그 인물에 가깝게 표현을 하고 연기를 하려고 하다 보니까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감정선이나 표현돼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간과할 때도 있었다. 너무 연기적으로나 극적으로 표현을 하다 보면 리얼리티나 차별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컸었다"고 털어놨다.

한준우는 "이런 고민들을 감독님과 나눴고, 기본적으로 잡아야 할 포인트들은 잡고 가자고 정리가 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준우에게 '악의 마음'에서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냐고 묻자 송하영(김남길)이라고 답했다. 그는 "송하영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고, 그러면서 파생되는 전체의 이야기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욕심이 나는 캐릭터라면 송하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남길에 대해 "남길 선배님이랑 같이 촬영하면서도 계속 놀라고 많이 배우는 과정이었지만 방송분을 보면서도 많이 놀랐다. '이걸 이렇게 표현을 하시네? 나같으면 이렇게 했을 텐데' 느끼면서 방송을 봤다"고 전했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한준우는 "언젠간 꼭 한 번은 인물의 대서사가 담긴 작품을 해보고 싶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 픽션이 아닌 이야기를 바탕으로 픽션을 가미해서 만든다는 게 너무 매력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원래 장르적으로는 드라마나 휴머니즘 이야기를 좋아한다. 액션이면 액션, 멜로면 멜로, 장르대로 잘 풀어내되 그 안의 서사가 있고 휴머니즘이 적절하게 들어가있는 작품을 좋아하고 선호하는 편이다. 인물의 서사가 디테일하게 표현된 작품을 해보고 싶다"며 연기 욕심을 드러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던 한준우는 졸업 후 연기를 시작, 2014년 영화 '타짜:신의 손'을 시작으로 '스물', '1987', '극한직업' 등에 출연했고 드라마 '멜로가 체질', '출사표', '해피니스' 등을 통해 눈도장을 찍었다.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던 한준우는 "요즘엔 진짜 많이 좋아해주신다.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도 알고 계신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티를 안 내려고 하시는데 매 작품이 나올 때마다 되게 신기해 하신다. 재밌게 봐주시고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며 뿌듯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한준우에게 '원하는 수식어'가 있냐고 묻자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라며 고민에 빠졌다. 그는 "'전에 했던 작품이 생각이 안 난다', '몰라봤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제일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아주 처음에는 제 이름을 기억해주시지 못하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는데 지금은 오히려 훨씬 좋다. 제 이름을 알리는 것에 대한 욕심보다는 역할로 기억을 해주시는 게 아직까지는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의 수가 늘어나고 점점 대중에게 노출이 되다 보면 연기나 느낌, 이미지의 소모가 생기지 않나. 제가 어떤 작품을 하고 있을 때 그 전 작품이 기억이 나지 않아야 이미지 소모가 덜 되는 것 같다. 그래야 저도 저답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게 제일 좋지 않을까 싶다. 연기적으로 그런 욕심이 제일 크다"라고 덧붙였다.

'악의 마음'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한준우는 "제 삶의 또 하나의 전환점. 여러 작품을 하긴 했지만 '악의 마음'은 굉장히 애착을 갖고 임했던 작품이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캐릭터에 애정을 가질 수는 없었다. 제가 맡은 역할이 구영춘이기 때문에..."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한준우는 "그런데 정말 말이 안 되지만 혹시나 만날 기회가 있다면 이 사람에 대한 생각이나 감정을 떠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진짜 면회라도 한번 가보고 싶을 정도다"라며 "'악의 마음'을 통해서 저 스스로를 많이 돌아봤고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진짜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한테 굉장히 의미있는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연쇄살인마라는 역할을 했는데 이렇게까지 의미있는 작품으로 남게 될 줄 몰랐다. 처음엔 '악역 이미지가 굳어지면 어떡하지' 했는데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한준우는 최종 목표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목표라기 보다는 매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삶도 그렇고 작품도 그렇고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후회없이 최선을 다하고, 또 '너무 완벽해지지 말자'고 한다. 제가 원래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데 가면 갈수록 그걸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함의 미를 더 찾고 싶다. 그게 목표라면 목표일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는 연기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전하며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라고 해야 하나. 스스로 항상 그걸로 고민하고 싸우는 것 같다. '파도가 흘러가듯이 내려놓자' 싶다. 거기에서 얻는 깨달음이나 부족함의 미가 더 좋은데 아직까지 그걸 찾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서 오히려 더 목표를 안 잡으려고 하고 얽매이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한준우는 "'파친코'가 25일날 공개가 된다. 저는 요셉이라는 역할을 맡았다. 찍은지 1년 정도 지났고 캐나다까지 가서 고생을 많이 하면서 찍었다. 원작 소설도 좋고 깊이감이 있는 작품이라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겠다. 많이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마무리 인사를 전했다.

사진=김한준 기자

최희재 기자 jupi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