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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엔 출전' 김동민의 '서울 해치' 입단기

기사입력 2011.03.14 03:12 / 기사수정 2011.03.14 03:12

김현희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일본에서 야구를 하는 선수들의 목표는 ‘프로 진출’이 아니다. ‘고시엔(甲子園)’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전국 일본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본선 진출을 의미한다. 전국 무대에 섰다는 경험만으로도 일본에서 ’절 반 이상‘ 먹고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정도다. 패한 선수들이 고시엔 구장에 수 놓인 ’그라운드 흙‘을 담아가는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고시엔 진출이 남다른 의미가 있는 이유는 ‘치열한 지역 예선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일본에 있는 고교야구부 숫자만 4천 개를 훌쩍 넘지만, 고시엔에 초대받는 학교는 50여 개에 이르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 경쟁률로만 놓고 보아도 100:1에 해당한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무대에 발을 들여 놓았던 ‘한국인 유학생’이 있었다. 2008년 당시, 무명이었던 이이즈카 고등학교를 고시엔에 진출시킨 김동민(20)이 그 주인공이다.

부산고의 재간둥이, 대한해협을 건너다

양정초 - 사직중 졸업 이후 부산고교로 진학한 김동민은 1학년을 마침과 동시에 일본 유학을 결심했다. 야구를 보는 눈을 조금 더 키우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가 진학했던 학교는 전국무대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오히려 그가 입학하기 전까지 친선경기에서조차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동료도 대부분 ‘공부의 연장선상’에서 야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분위기의 이이즈카 고교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김동민이라는 한국 소년에 의해서였다. 스스로 야간 훈련을 한 것이 시초였다. 당시 이이즈카 학원 야구부에서 야간 훈련을 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때였다. 그렇게 그가 먼저 운동을 시작하자, 나머지 동료도 하나 둘씩 그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이이즈카 학원 야구부에 ‘야간훈련’이 정례화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연습의 결과는 바로 성적으로 이어졌다. 야구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친선경기’에서 1승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이에 학교 측은 야구부 창단 첫 승을 기념하기 위한 ‘비석’까지 세웠다. 어쩌면 야구부에서 거둘 수 있는 마지막 승리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이즈카 학원의 ‘반란’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메이토쿠 고교, 야나가와 고교 등 야구부가 있는 학교만 총 120여 개에 달하는 후쿠오카 지역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고시엔에 진출했기 때문이었다. 학교 측에서는 ‘첫 승’을 기념하는 비석 바로 옆에 ‘고시엔 진출’을 기념하는 비석을 하나 더 세워야 했다. 그리고 고시엔 진출의 주역이었던 김동민은 5할에 가까운 타격 실력을 선보이며 지역 신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비록 고시엔 본선에서는 팀의 1회전 탈락을 막지 못했지만, 그는 홀로 1안타 1도루를 기록하며 이이즈카 학원의 보석임을 증명해 보였다.

▲ 당시 지역 신문에서 대서특필 된 김동민의 활약상

이후 그는 김무영(소프트뱅크 호크스)이 몸담았던 후쿠오카 경제대학교로 진학했다. 진학 이후에도 신인상과 특별상(홈런상)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남은 것은 전 일본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는 일뿐이었다.

돌아온 한국, 그리고 서울 해치 입단까지

그러나 그는 돌연 지난해를 끝으로 후쿠오카 경제대학을 중퇴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100명에 가까운 야구부원들 사이에서 지도자들에게 ‘멘투 멘’ 지도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자신이 슬럼프가 와도 타격폼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기술적인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이가 드물었다.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는 국내 프로무대 진출을 위해 포철공고에서 개인훈련에 열중하기도 했다.

그러한 그에게 손을 내민 구단이 있었다. ‘옛 부산고 동료’인 정수민이 속한 시카고 컵스였다. 규정상 2012 신인 드래프트 참가가 불가능했던 그에게 또 다른 해외 진출은 야구 선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찬스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합격의 목전에서 시카고 컵스 구단 측의 입장 변화로 인하여 미국 진출을 포기해야 했다.

바로 그러한 순간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한때 해체설이 들렸던 일본 독립리그 팀 ‘코리아 해치’에서 선수를 모집했기 때문이었다. 입단 테스트를 위하여 단숨에 서울로 올라왔던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그가 다시 일본에서 야구하게 되는, 묘한 장면이 연출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제 그는 올 시즌부터 ‘서울 해치’ 유니폼을 입고 일본 독립리그에서 활약하게 됐다. 과연 그가 1년간의 독립리그 생활 이후 다시 국내 프로무대에 뛰어들 수 있을까? ‘옛 고시엔의 영웅’, 김동민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사진=김동민 (C) 엑스포츠뉴스 DB/김동민 선수 제공]



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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