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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사 남기다 울컥한 유희관 "왜 우는지 몰랐는데"

기사입력 2022.01.20 15:58

김현세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현세 기자) 평균 130km/h 초중반의 느린 직구로도 프로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긴 '느림의 미학' 유희관(36)이 13년간의 현역 생활 끝에 은퇴한다. 

유희관은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 기자회견에서 현역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기자회견에는 김태형 감독과 선수단 대표로 박세혁, 홍건희, 최원준이 참석해 꽃다발을 안겨 줬다. 이날 은퇴사를 읊으며 눈물을 보인 그는 "다들 은퇴할 때면 왜 우는지 몰랐다. 많이 아쉽다. 언제 어디서 보든 웃는 얼굴로 제2의 인생 멋지게 살아 보겠다. 많이 응원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며 다시 웃었다.

"너무 떨린다. 그동안 미디어데이도 해 봤기에 안 떨릴 줄 알았는데 떨린다. 내게 영광스러운 자리를 마련해 주신 구단주님을 비롯한 구단 프런트 분들께 감사하다. 입단할 때부터 많이 부족했는데, 나를 아껴 준 많은 감독님께도 감사하다. 많이 부족한데도 지도해 주신 많은 코치님, 함께 땀흘리며 고생하고 가족보다 더 자주 보며 이 자리를 위해 달려 온 동료들에게도 고맙다. 마지막으로, 두산 팬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이 자리는 없었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늘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다. 질책도 해 주셨다.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유희관은 장충고와 중앙대를 졸업하고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 전체 4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한 뒤 13년 동안 줄곧 두산에서만 뛰어 온 그는 선발 투수로 자리잡기 시작한 2013년부터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리며 개인 통산 101승을 달성했다. 101승은 두산 좌투수 프랜차이즈 가운데 최다승 기록이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유희관은 두산과 1년 최대 10억 원에 계약하며 재기를 다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 2군을 오가며 부침을 겪었고 15경기에 등판해 4승 7패, 평균자책점 7.71을 남기는 데 그쳤다. 그래도 지난해 9월 19일 고척 키움전에서 KBO 역대 32번째 100승 투수가 되며 큰 목표 가운데 하나를 이뤄냈다.

구단 좌투수 프랜차이즈 최다승 투수로 거듭난 유희관은 OB 시절 장호연이 남긴 109승에도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지난 시즌 후반 다시금 부침을 겪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들지 못하며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물러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두산의 또 다른 전성기를 이끈 그는 101승으로 여정을 마치며 제2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

사진=잠실, 박지영 기자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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