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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피디아] 내가 나에게 깔아주는 BGM, 권진아 ‘우리의 방식’ (진진봐라)

기사입력 2022.01.18 06:10



[진진봐라]는 진짜 진짜 꼭 (들어) 봤으면 좋겠는 세상의 모든 것을 추천하는 ‘개인의 취향’ 100% 반영 코너입니다. 핫한 가수들의 앨범 혹은 숨겨진 명곡, 추억의 노래부터 국내외 드라마, 예능, 웹 콘텐츠 등 한때 누군가의 마음 한 편을 두드린 선물 같은 콘텐츠가 지닌 특별한 ‘무언가’를 따라가 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멍하니 창밖을 볼 때나 잠이 오길 기다리며 하릴없이 눈만 깜빡일 때, 나를 위한 BGM(배경음악)으로 ‘우리의 방식’을 깔아보자.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순간들을 주인공처럼 느끼게 만드는 나만의 OST가 되어줄 테니.

2021년 2월에 발매된 권진아의 EP ‘우리의 방식’은 권진아가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도맡아 완성한 앨범이다. 수록된 여섯 트랙 각각을 단편 소설에 비유, 앨범 전체로는 하나의 단편집처럼 풀어낸 기획을 통해서 권진아는 ‘사랑하는 수많은 방식’들을 노래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상 속 순간들도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 말해주는 것만 같은 권진아의 노래는 다이내믹한 사건 사고 없이도 충분한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 증명한다. 여기에 권진아가 직접 전한 트랙 별 곡 소개는 이미 풍성하게 채워진 앨범에 더욱 깊은 맛을 더한다.

첫 번째 트랙에는 앨범과 동명인 ‘우리의 방식’이 배치됐다. 위태롭기까지 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도입에 정처 없이 달려가는 듯한 노랫말이지만, 듣다 보면 왜인지 평온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서정적인 멜로디 속에 ‘세상의 테두리 안에 / 갇혀 지내 잊고 있던 / 사랑하는 수많은 방식들을 알잖아’, ‘네가 괜찮다면 나도 괜찮아 / 난 우리가 무모해질 때를 기억해’ 등의 용감한 가사를 담은 권진아는 “늘 ‘나의 모양’ 대로 사는 일에 간절했고, 그것이 내가 꿈꾸는 자유의 모습이었다. 나의 그런 소망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설명을 더해 서사 한 편을 뚝딱 완성한다. 

두 번째 트랙인 타이틀곡 ‘잘 가’는 치열한 이별에 그렇지 못한 평온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이별을 받아들이겠다고,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잊겠다고 이야기하며 보내주는 것이 나의 마지막 애정의 방식”이라고 말한 권진아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사소한 변화들로 이별을 직감한 순간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이별이 늦어서 미안해’라는 노랫말에 권진아의 목소리가 더해져 먹먹함을 안긴다.



‘잘 가’라고 말했지만 남몰래 너덜너덜해진 마음은 간질거리는 말들을 담은 ‘꽃말’이 달래준다. 선물 받은 꽃을 두고 “수줍은 기대를 걸어본다”고 말한 권진아는 은은하게 퍼지는 꽃의 향기, 꽃 사이 간격, 꽃이 담고 있는 의미 등을 이제 막 시작되는 관계와 마음에 비유해 예쁘게 담아냈다. ‘괜히 꽃잎을 만지작거려 / 안녕 너의 꽃말이 궁금해 / 궁금하지만 찾아보진 않을게 / 네가 와서 알려줘’ 등의 달콤한 가사에 감미로운 보컬은 듣는 이들의 마음을 절로 녹게 한다.

4번 트랙 ‘You already have’에는 절절한 짝사랑의 감정을 담았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때로는 절망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먼발치에서 무너져 내리는 짝사랑의 마음을 담은 곡”이라는 설명에 걸맞게, 시작부터 ‘You already have 넌 이미 내 맘을 가졌는걸 / I'm already dead 난 네 사랑이 될 수 없는걸’이라며 강렬한 한방을 날리는 화자는 ‘널 싫어해 널 미워해 널 좋아해’라고 솔직한 마음을 쏟아낸다. 토해낸 감정을 감쪽같이 숨기려 드는 여느 짝사랑처럼, 곡의 도입과 말미엔 잔잔한 기타 반주가 삽입된 것도 흥미롭다.

5번 트랙 ‘어른처럼’은 죠지와 함께한 듀엣곡이다. 권진아의 가성이 특히 인상적인 이 곡에서는 ‘이름 모를 감정에 / 아이처럼 눈물을 쏟아도 / 괜찮은 척을 해’라는 가사로 헤어짐을 괜찮은 척 견뎌내는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해 노래했다. “감정을 통제하는 것에 능숙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인 된 걸까”라는 답이 없는 고민을 드러낸 권진아는 솔직한 가사로 ‘척’만 하다 속은 돌보지 못하는 답 없는 ‘척’쟁이들의 공감을 부른다. 죠지의 개성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도 듣는 재미를 더한다.  

마지막 트랙 ‘여행가’에는 권진아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갈 거야’라는 가사와 곡의 소개를 통해서는 직접 부딪히고 헤매가면서 얻게 되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엿볼 수 있다.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 난 거듭 아프게 사랑할 테고 / 미래의 슬픈 결말까지 / 알고 싶지는 않아’라 말하는 그를 통해서는 살아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을 후회하는 일을 단념하게 되기도. 맑고 따스한데 왠지 모르게 먹먹함을 자아내는 권진아의 목소리가 마음껏 이 마음을 벅차오르게 만들며 이 앨범은 끝이 난다. 

여러 장르를 담아내기보단 비슷한 결의 단편들을 짜임새 있게 묶은 ‘우리의 방식’은 이별하는 방식, 이별에 대처하는 방식, 짝사랑을 하는 방식 등 자신만의 경험치로 빚어낸 여러 방식들을 떠올리게 한다. 일상 속 평범한 순간들이나 나조차 나를 잊게 되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될 때, 혹은 어쩌다 보니 굳어져버린 나의 여러 방식들을 ‘나의 모양’대로 살기 위해 고민해볼 때 나를 위한 BGM을 켜주자.

사진=‘우리의 방식’ 앨범 커버, 안테나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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