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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아 "답답했나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던 맘" [인터뷰 종합]

기사입력 2021.12.10 11:5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원진아가 '지옥'을 향한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에 감사한 마음을 얘기하며 작품을 둘러싸고 전해지는 다양한 반응들을 모두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원진아는 9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감독 연상호)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원진아는 '지옥'에서 믿을 수 없는 지옥행 고지에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마주한 배영재(박정민 분)의 아내 송소현 역을 연기했다. 가족에게 들이닥친 불행으로 인해 고통과 혼란에 휩싸인 캐릭터의 모습을 섬세한 연기로 그려내며 호평 받고 있다.


총 6부작으로 만들어진 '지옥'에서 4~6부에 등장하는 원진아는 처음 1~3부까지의 대본을 받아보며 자신의 분량, 역할도 확인하지 않은 채 그저 '감독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무조건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연상호 감독의 부름에 응답했다.

"제가 잘했다기보다, 역할이 좋았다. 역할의 힘을 더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한 원진아는 "송소현 캐릭터의 느낌을 그대로 잘 옮길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었다. 송소현이 성장하는 모습과 그가 겪은 아픔, 마지막에 또 아이를 위해 희생하려는 마음까지 보시는 분들이 많이 따라와 주셨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꺼냈다.

1991년 생으로, 올해 31세인 원진아는 아기 튼튼이를 향한 모성애를 보여주는 송소현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많은 고민을 쏟아부었다며 "사실 그 부분은 제가 겪어본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경험담을 듣는다고 해도 100%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않나. 아이가 아픈 부모의 심정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는데 혹시 이런 경우가 주변에 실제 있다고 해도 묻는 것이 실례가 될 것이다. 결국 현장에서 최대한 집중해보자는 결론이었다. 어떻게 보면 약간의 도박 같을 수도 있지만, 이 감정적인 모습을 진짜로 보이게 하고 싶어서 집중력을 한 곳으로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얘기했다.


'지옥'에서 민혜진 역을 연기한 김현주는 앞서 공개된 '지옥' 코멘터리 영상에서 극 중 배영재와 송소현의 아기로 등장하는 튼튼이가 더미라고 말하며 "현장에서 원진아가 아기한테 계속 얘기를 하더라. '잘 잤어?', '배고프지?'라고 말을 거는데 뭔가 무서워서 '진아야, 왜 그래'라고 말을 하기도 했었다"며 웃기도 했다.

이에 원진아는 "현장에서 저 뿐만 아니라 튼튼이 더미를 관리하시는 스태프 분들도 어느 순간 튼튼이에게 다 말을 걸고 계시더라. 뭔가 대화를 할 수 있는 대상처럼 느끼기 위한 습관을 들이려고, 농담처럼 그렇게 말을 하면서 하나의 놀이의 과정으로 보려고 했다"면서 "선배님은 '얘가 왜 이런 행동을 하지'라며 놀라셨을 것이다"라고 덧붙이며 멋쩍게 웃었다.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지옥' 속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 선택 과정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튼튼이를 안고 새진리회에 찾아가는 송소현의 모습이 답답했다'는 평들이 전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원진아는 "우리는 앞의 상황들을 다 알고 있는 시청자의 입장이지 않나. 저도 그런 입장에서 봤을 때는 송소현이 답답해보이고,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잘 안됐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그런데 마지막 부분을 보고 나니 송소현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혼란과 절망, 그 안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심정이 이해가 되더라. 제가 대본으로 갖고 있던 감정을 관객들이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보여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답답해 보이는 부분들은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 연기했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실제 안무가들이 참여한 지옥 사자들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공포를 느꼈다"고 말한 원진아는 "저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다. 처음엔 안무가 분들이 초록색 크로마키 슈트를 입고 앉아 계시는 것을 보고, 눈물과 감정에 집중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웃음이 터지면 어떡하나 싶어 걱정이 됐었다. 만약 실제로 웃는다면 그 분들에게 큰 실례 아닌가"라고 말을 이었다. 

이어 "그런데 현장에서 리허설 합을 맞추는 모습을 보면서 진짜 '경이롭다'는 마음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의 관절이라고 느껴지지 않을만큼 철저한 모습이었고, 괴물 시연이지만 그 느낌을 살려서 보여주시는 몸동작에서 굉장히 압도되는 모습들이 있더라. 연기를 할 때도 실제로 공포를 느꼈고, 몰입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2015년 단편 영화 '캐치볼'로 데뷔한 원진아는 2017년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뒤 '라이프', '날 녹여주오',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등 드라마와 영화 '돈',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까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넓혀 왔다. '지옥'에 이어 오는 29일 개봉을 앞둔 티빙 오리지널 영화 '해피 뉴 이어'에 출연하며, 현재 새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 캐스팅 돼 촬영을 이어가는 중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6년 여의 시간을 돌아본 원진아는 "저는 스스로에게 가혹하고 냉정한 사람이어서, 최근까지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안타까움, 아쉬움 같은 감정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고백하며 "제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찾고 싶고, 지치지 않기 위해서 다른 방법으로 에너지를 채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힘들어하고, 또 자신감도 없었던 것에 비해 포기하지 않고 매 작품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는 점에서는 조금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쑥스럽게 웃어 보였다.


에너지를 채우는 방법으로는 캠핑과 운동 등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꼽았다. 원진아는 "제가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을 지루하고 못 견뎌 한다. 그래서 항상 운동을 하려고 한다. 오래 전에는 복싱과 필라테스를 했었고, 폴 댄스와 헬스를 꾸준히 하면서 안 써 본 나의 몸의 근육을 써보려고 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캠핑을 시작했다. 어떻게 헤야 캠핑을 잘 즐길 수 있는지 고민 중이다"라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원진아는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해보지 않았던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어 매력을 느낀다면서 "저는 아직도 경험의 과정에 있지만, 연기력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달라지고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긴 시간, 오랜 시간 동안 쌓아가는 것이 있어야 미세한 차이로 보이는 노하우들이 생기지 않나 싶다. 올 한 해는 정말 배움의 기회가 많았다. 즐거움을 찾아가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아쉬움이나 미련도 없다. 그래서 내년도 더욱 기대가 된다"며 밝은 에너지를 내비쳤다.

'지옥'은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이다.

사진 = 유본컴퍼니, 넷플릭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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